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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용도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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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용도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지은이) 
  • 출판사1984Books 
  • 출판일2018-11-05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처음으로 그 모든 것을 사진으로 찍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욕망과 우연이 낳은,
결국 사라져버릴 이 배열을.”

‘글쓰기는 과거가 아니다. 현재이고 미래다.’


아니 에르노의 말을 곱씹으며 그들의 지나간 사랑의 흔적들을 본다. 쓰러진 하이힐, 뒤집어진 니트, 바닥에 버려진 바지, 브래지어를 밟고 있는 남성용 부츠. 어쩌면 거기에는 사랑의 행위에 대한 기억이 아닌, 육체가 빠져나간 부재의 자리가 쓰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지난밤을 빌려 오늘을 이야기했고, 욕망이 끝나고 남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흔적들 사이에서 상실의 전조를 예감하고 있었다.

이 사진들이 찍힌 시기에 아니 에르노는 유방암을 앓았다. 자신의 경험을 이용하여 ‘삶’을 쓴다는 이 작가는 몇 개월 동안 폭력적인 작업들이 벌어졌던 자신의 몸을(그녀의 말처럼 지어내거나, 미화하는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옮겼다. 종양이 자란 한쪽 가슴, 한 움큼씩 빠져나간 머리카락, 항암제를 부착하고 있는 체모가 없는 몸까지. 그곳에는 편재하는 죽음과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있고, 작가는 그것을 육체의 ‘부재’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거기 놓여 있는 지극히 물질적인(옷, 가구, 주방, 문 등등) 요소들은 형체가 없어 손에 쥐기 힘든 모든 것들(사랑, 죽음, 욕망, 부재까지도)의 유일한 증거들이다.
이곳에서 사라진 것은 육체인가, 사랑인가, 욕망인가. 여기에 남은 것은 부재인가 죽음인가.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찾아야 하는가.

생(生)을 위해 싸워나가는 사람(아니 에르노), 연인이 치러내는 전투를 통해 죽음을 배우는 사람(마크 마리), 우리는 그들이 무음으로 주고받은 대화를, 비밀스러운 몸짓들을, 어느 날 아침, 행위가 지나가고 폐허처럼 남겨진 것들을 담은 사진 속에서 알아차린다. 이곳에서 지난밤의 사랑과 욕망은 중요치 않다. 결국에는 사라지고 말 모든 것들을 최선을 다해 붙잡는 그들의 ‘시도’만이 의미를 갖게 될 뿐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그들의 계획에 동참하고 만다. 육체가 빠져나간 이 에로틱한 공연의 관객으로서, 글로 쓰인 사진을 눈과 손으로 더듬으면서, 살과 뼈가 없이 이뤄지는 에로스를 받아들이면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시간을,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사진으로, 글로 뛰어넘기를 어느덧 소망하게 된다.

‘그러나 삶은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적지 않는다. 그것은 소리가 없으며, 형태도 없다.’
― ‘삶을 쓰다’(아니 에르노) 서문 中에서

글을 쓰는 일을, 소리도 없고 형태도 없는 삶에게 자신의 인생을 빌려주는 일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건네는 이 가능성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유용한 무언가가 되기를,
우리의 언어로 옮겨진 이 책의 용도가 그것이 되기를 꿈꿔 본다.

저자소개

1940년 9월 1일,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나 노르망디 이브토에서 성장했다. 루앙 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한 뒤 중등학교 교사, 대학 교원 등의 자리를 거쳐 문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장롱(Les Armoires vides)』으로 등단해, 『남자의 자리(La Place)』(1984)로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8년, 현대 프랑스의 변천을 조망한 『세월(Les Ann?es)』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프랑수아 모리아크상, 프랑스어상, 텔레그람 독자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단순한 열정(Passion simple)』, 『부끄러움(La Honte)』, 『사진의 용도(L'Usage de la photo)』 등이 있으며, 2011년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Ecrire la vie)』로 생존 작가로서는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됐다. 2003년 작가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상이 제정됐다.

목차

서문 - 9p
사진의 용도 - 15p
옮긴이의 말 - 176p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