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는 오랫동안 최고의 처세서로 《채근담(菜根譚)》을 꼽아 왔다. 간명한 문체로 삶의 의미와 현명한 처세법을 일러준 덕분이다. ‘채근’은 북송 말기의 학자 왕신민(汪信民)이 푸성귀를 즐겨 씹을 수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취지로 ‘인상능교채근(人常能咬菜根)’을 언급한 데서 따왔다. 마오쩌둥은 생전에 《채근담》을 매우 좋아해 수시로 이 구절을 인용하곤 했다.
내용도 매우 친근하다. “원한은 잊고 은혜는 잊지 말라”, “맛있는 음식은 덜어서 상대에게 권하라”는 식이다. 모두 일상의 삶 속에서 능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진리는 평범함 속에 있지 결코 비범함 속에 있는 게 아님을 깨우쳐 주고 있다.
《채근담》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세상은 결코 불가에서 말하는 고해(苦海)도, 도가에서 말하는 선경(仙境)도 아니지만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정토(淨土)도 되고, 선경도 될 수 있다고 역설한 게 그렇다. 명리(名利)를 멀리 하라고 충고하면서도 입신양명 자체를 배척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사와 도사를 닮은 청관(淸官)을 지향한 듯하다. 재산과 명예와 공덕을 포함해 자신이 가진 것의 3할을 뭉텅 떼어 주변사람에게 나눠주라고 역설한 게 그렇다.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등장한 오늘의 시점에서 볼 때 암시하는 바가 크다. <편자서문 중에서>
(洪自誠)
편자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