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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의 시집 123] 어떤 청혼 : 정기복 시집

실천문학사

정기복

200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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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그의 시집 곳곳에는 온갖 시련의 체험이 화상처럼 찍혀 있다.

삶 자체가 버거워, 관념으로 삶을 규정하기 전에 먼저 몸으로 삶을 익히지 않을 수 없는 부류의 시인 중의 한 사람.

그의 고향은 충북 단양이다.

열다섯 이후 불러보지 못한 아버지는 “꾼”(''꾼'')이었다. 술꾼, 주정꾼, 노름꾼이었고 징용을 피해 달아났던 도망꾼이자 막장에서 일하던 광꾼이고 장꾼이고 농사꾼이고, 그리하여 무지렁이 상일꾼이었다. 가난이 그의 유소년기를 지배했고 아버지라는 존재의 결핍, 일찍 세상을 뜬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열아홉 살의 그로 하여금 고향 떠나는 새벽열차를 타게 했다(''밤기차 타는 새벽''). 밤기차를 타고 그가 떠난 곳은 부산. 황폐한 기억들의 몽타주로 남아 있는 부산에서(''황폐한 기억에 대한 단상'') 떠돌이의 사춘기를 보낸 그는 우여곡절 끝에 강릉의 대학을 다니고 군대에 갔다오고(''날선 기억이 나를''), 서울에 취직하여 지방으로 출장을 다니다(<서울에서의 첫눈> <출장길>) 다시 부산에서 여자를 만난다(''어떤 청혼''). 그러고는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삶, 그것은 물살에 떠밀려 허우적거리던 유년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그것. 그의 가슴에 선연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익모초, 단양 마늘, 가마솥 그리고 메주 같은 유소년 시절의 물상들밖에는 없다.

이 모든 것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도회의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서울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도도한 기형(''서울에서의 첫눈'')의 세계일 뿐이다. 희망이라는 것을 꿈꾸는 일이 유일한 희망처럼 되어버린 세상을 살아가는 그에게 그리움이 주된 정조의 하나가 된 것은 자연스럽다. 일찍 여읜 아버지, 고향에 남은 어머니, 그 유소년의 세계에 결부된 물상들, 그리고 그 험한 세상살이의 여울목에서 건져 올린 사랑의 감정이 그의 시 세계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정 시인은 시집의 후기에서 “문학이 내게 온 것은 자유였지만 내가 문학을 택한 것은 불가피한 고통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땅에서 어떻게 한 시인이 태어나는지, 애달픈 우리네 삶과 방황의 아픔이 시적으로 잘 승화되어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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