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 출판사위즈덤커넥트
- 출판일2025-02-11
- 등록일2025-08-18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769 K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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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리 보기>
6, 7년쯤 전의 일이었다. 당시 나는 J 지역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한 젊은 지주의 영지에서 잠시 머물고 있었다. 이 벨로쿠로프라는 귀족은, 아침에는 몹시 일찍 일어나 소매 없는 외투를 걸치고는 근처를 산책하고, 밤에는 맥주를 마시곤 했다. 그는 어디를 가든지 자신과 공감하는 사람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나에게 불평을 늘어놓는 그런 귀족적인 남자였다. 그는 정원에 있는 별채에 살았고, 나는 안채에 있는 홀이 딸린 넓은 거실에서 살고 있었다. 이 거실에는 내가 침대 대신으로 쓰고 있는 폭이 넓은 소파와 혼자서 점치는 카드 패를 늘어놓는 테이블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것들 외에는 가구라고 이름 붙일 만한 것은 하나도 없는 외로운 공간이었다. 오래된 스타일의 벽난로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심지어는 화창하게 갠 날에도, 무언가 으르렁거리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내곤 했다. 그러다가 소나기가 쏟아질 때에는 집 전체가 흔들리며 당장에라도 산산조각으로 무너져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한밤중에 열 개쯤 되는 커다란 창문이 한꺼번에 환히 번갯불에 번쩍이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정말로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어쨌든 나라는 사람은 늘 게으름을 피우면서 할일 없이 어슬렁거리는 생활을 누릴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때도 일다운 일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방의 창문을 통해서 하늘과 새들을 내다보거나 가로수 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체국에서 보내온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낮잠을 잤다. 이런 생활이 판에 박은 듯이 계속되는 것이었다. 때로는 훌쩍 밖으로 나가서, 밤늦도록 어디고 할 것 없이 쏘다니는 일도 있었다.
하루는 그러한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나도 모르게 어떤 낯선 장원 속으로 들어갔다. 이미 해가 질 무렵이어서 꽃이 핀 호밀 밭 위로 저녁 햇살의 그림자가 길게 꼬리를 끌고 있었다. 두 줄로 빽빽이 심어 놓은 키 큰 전나무의 고목이 짙푸른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이루며, 마치 끊어진 데가 없는 두 개의 벽처럼 이어져 있었다. 나는 어렵지 않게 울타리를 넘어서, 5센티미터 가까이나 쌓여 있어서 땅이 보이지 않는 전나무의 침엽 위를 미끄러지듯이 걸어갔다. 주위는 고요하고 어둠침침했으며, 다만 높은 나뭇가지의 군데군데에 선명한 금빛이 흔들리고, 거미줄이 무지개처럼 반짝이는 것이 보일 뿐이었다. 침엽이 숨이 막힐 것 같이 강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윽고 길이 꼬부라지자 보리수의 가로수가 나왔는데,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기는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의 낙엽이 발 밑에서 바삭바삭 소리를 내고, 나무들 사이에는 황혼의 어둑어둑한 그림자가 깃들여 있었다. 오른쪽의 해묵은 과수원에서는 꾀꼬리 한 마리가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울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것은 늙은 할멈 꾀꼬리 같았다.
<추천평>
"사랑과 예술,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성찰이 담긴 단편 로맨스 소설. 19세기 러시아의 일상과 문화가 스케치처럼 배경에 깔려 있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