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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3세 - 세기의 작가 전집 113: 윌리엄 셰익스피어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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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3세 - 세기의 작가 전집 113: 윌리엄 셰익스피어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윌리엄 셰익스피어 
  • 출판사작가와 
  • 출판일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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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평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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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매혹, 권력의 민낯 - 셰익스피어 '리처드 3세'가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이유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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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악에 매혹되는가? 권력은 어떻게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가? 400여 년 전,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희대의 악인 리처드 3세를 통해 이 섬뜩하고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질문은 놀랍게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리처드 3세'는 단순한 과거 왕조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내면에 꿈틀대는 검은 욕망과 권력의 속성에 대한 통렬한 해부도이며, 시대를 관통하는 정치 스릴러이자 심리극이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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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새로이 번역된 '리처드 3세'는 셰익스피어라는 거대한 산맥의 한 봉우리를 오르는 훌륭한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고전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낯선 시대와 언어라는 장벽 앞에서 망설였던 독자들에게, 이 번역본은 마치 리처드 자신이 교활한 언변으로 사람들을 홀리듯, 셰익스피어의 세계로 거침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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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악당, 리처드의 탄생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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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3세'의 심장은 단연코 주인공 리처드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가장 매력적인 악당 중 하나로 꼽힌다. 곱사등에 볼품없는 외모를 지녔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지능과 언변, 그리고 무자비한 야심을 품은 인물. 그는 극의 첫머리부터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며 자신의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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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이런 유희에 어울리도록 태어나지 않았고, 거울 앞에서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도록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나는 거칠게 찍어내어진 주화처럼 볼품없이 태어나, 사랑의 위엄도 갖추지 못해 요염한 요정 앞에서 뽐낼 수도 없다. 나는 아름다운 균형미를 빼앗기고, 간사한 자연에게 용모를 속임당하여, 기형이고 미완성인 채로, 때가 되기도 전에 이 숨 쉬는 세상에 반쪽짜리로 내던져졌다. 너무나 절름발이에 흉측해서 내가 지나가면 개들조차 짖어댄다.r
그러니 나는 이런 나약하고 평화로운 시절에 햇빛 속에서 내 그림자나 들여다보며 내 추함에 대해 한탄하는 것 말고는 시간을 보낼 방법이 없다.r
따라서 이 아름답고 유창한 시절을 즐겁게 해줄 연인 노릇을 할 수 없는 나는, 악역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 태평한 시절의 한가한 쾌락을 증오하기로 말이다."r
(제1막 제1장, 리처드의 독백)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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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솔직하고도 대담한 자기 선언인가. 그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과 세상의 냉대를 악행의 동기로 삼고, 스스로 ‘악역’이 되기를 선택한다. 이 번역은 리처드의 냉소와 자기 합리화, 그리고 비틀린 욕망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의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는 단순한 악당을 넘어,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듯한 비극적 면모까지 언뜻 내비친다. 셰익스피어는 리처드를 통해 우리 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건드린다. 그의 악행에 몸서리치면서도, 그의 치밀한 계획과 거침없는 행동력에는 어느새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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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투쟁의 생생한 드라마,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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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가 왕좌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피로 얼룩진 계략과 배신의 연속이다. 형 클래런스를 모함해 죽이고, 정적들을 하나씩 제거하며, 심지어 남편과 시아버지를 자신이 죽인 앤 부인마저 유혹하여 아내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은 처절하리만큼 현실적이다. 권력 앞에서 정의와 양심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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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이런 기분의 여자가 구애받은 적이 있었던가? 이런 기분의 여자가 사로잡힌 적이 있었던가? 그녀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간직하지는 않겠다. 내가 그녀의 남편과 시아버지를 죽였는데, 그녀의 마음이 극도의 증오에 차 있을 때, 입에는 저주를, 눈에는 눈물을 머금고, 그녀의 증오를 증언하는 피 흘리는 시신이 곁에 있는데도, 하느님과 그녀의 양심, 그리고 이 모든 장벽이 나를 막고 있는데도, 내 편을 들어줄 친구는 하나도 없고 오직 악마와 가식적인 겉모습만 있을 뿐인데도 그녀를 사로잡다니, 온 세상을 상대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r
(제1막 제2장, 앤 부인을 유혹한 후 리처드의 독백)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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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리처드의 자기 도취와 냉혹함, 그리고 앤 부인의 믿을 수 없는 심리적 붕괴는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번역된 대사들은 원작의 운율과 극적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아내어, 마치 눈앞에서 연극을 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버킹엄 공작처럼 처음에는 리처드의 충실한 조력자였다가 결국 토사구팽당하는 인물, 헤이스팅스 경처럼 안일하게 현실을 외면하다 파멸하는 인물들은 권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유형이다. 그들의 어리석음과 탐욕, 나약함은 리처드라는 거대한 악을 키우는 토양이 된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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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언어의 향연, 번역의 미덕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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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작품의 백미는 단연 그의 언어다. 약강오보격의 무운시(blank verse)를 바탕으로 때로는 장엄하고 시적으로, 때로는 일상적이고 비속하게 넘나드는 그의 대사들은 인물의 성격과 감정, 극적 상황을 절묘하게 빚어낸다. 이 번역본은 원문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셰익스피어 특유의 리듬감과 비유, 언어유희의 맛까지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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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랭커스터 왕가의 마지막 생존자인 마가렛 왕비가 쏟아내는 저주의 언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교향곡과 같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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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왕비: 리처드는 아직 살아있다, 지옥의 검은 정보원으로, 오직 영혼을 사서 저곳으로 보내는 대리인으로 남겨져 있을 뿐. 하지만 가까이, 가까이 그의 가련하고 불쌍히 여김 받지 못할 종말이 뒤따른다. 땅이 갈라지고, 지옥이 불타고, 악마들이 포효하고, 성도들이 기도한다, 그를 이곳에서 갑자기 데려가 달라고. 사랑하는 하느님, 그의 생명의 계약을 취소해 주소서, 내가 살아서 "그 개가 죽었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소서.r
(제4막 제4장, 마가렛 왕비의 대사)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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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저주와 한탄, 예언이 뒤섞인 대사들은 단순한 분노의 표출을 넘어 극 전체의 비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번역자는 이러한 시적 언어의 힘을 한국어로 최대한 옮겨와, 독자들이 원작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난해할 수 있는 구절들은 주석을 통해 친절히 설명하면서도, 대사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균형 감각 또한 돋보인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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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그리고 양심의 목소리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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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악인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온갖 악행으로 왕좌에 오른 리처드 역시 파멸의 길을 걷는다. 그가 죽인 자들의 망령이 꿈에 나타나 그를 괴롭히고, 그의 내면에서는 뒤늦게 양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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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왕: 오, 비겁한 양심이여, 네가 어떻게 나를 괴롭히는가! 등불이 파랗게 타고 있다. 지금이 한밤중이로군. 차갑고 무서운 땀방울이 떨리는 내 살에 맺혀 있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 자신을? 옆에는 아무도 없는데. 리처드는 리처드를 사랑한다. 즉, 나는 나다. 여기에 살인자가 있는가? 아니다. 그렇다, 나다. ... 내 양심은 천 개의 혀를 가지고 있고, 모든 혀가 각각 다른 이야기를 가져와서 모든 이야기가 나를 악한으로 정죄한다.r
(제5막 제3장, 리처드의 독백)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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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정점에서 모든 것을 손에 쥔 듯 보였던 그도 결국 인간적인 고뇌와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셰익스피어가 인간 본성을 얼마나 깊이 꿰뚫어 보았는지를 증명한다. 이 번역은 리처드의 절망과 혼란, 자기 분열을 격정적이면서도 섬세한 언어로 포착하여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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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리처드 3세'를 읽어야 하는가?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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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3세'는 15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권력 암투와 인간의 탐욕, 양심의 문제는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언론을 조작하고, 정적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며, 대중을 선동하는 리처드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수많은 정치적 현실과 겹쳐 보인다. 그의 교활한 언어는 가짜 뉴스가 판치는 시대를 떠올리게 하고, 그의 야망은 끝없는 경쟁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는 듯하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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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성취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권력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한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가? 정의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우리는 우리 안의 '리처드'를 어떻게 경계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이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우리 곁을 맴돌 것이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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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역본은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가 지닌 시대를 초월하는 힘과 문학적 깊이를 현대 한국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단순한 고전 읽기를 넘어, 인간 본성의 심연을 탐험하고 우리 시대를 성찰하는 지적인 여정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악의 매혹과 권력의 민낯을 날카롭게 파헤친 이 걸작을, 유려하고 힘 있는 우리말로 만날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이 책은 당신의 서가에서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저자소개

1564년 4월 23일 존 셰익스피어와 메리 아든 사이에서 태어났다. 셰익스피어는 아름다운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인구 2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 스트랫퍼드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고, 이곳에서 학교를 다녔다. 주로 《성경》과 고전을 통해 읽기와 쓰기를 배웠고 라틴어 격언도 암송하곤 했다. 열한 살에 입학한 문법 학교에서 문법, 논리학, 수사학, 문학 등을 배웠는데, 《성경》과 더불어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셰익스피어에게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그리스어도 배웠지만 그리 신통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동시대 극작가 벤 존슨은 “라틴어는 신통하지 않고, 그리스어는 더 말할 것이 없다”라고 셰익스피어를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타고난 언어 구사 능력, 무대 예술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 다양한 경험, 인간에 대한 심오한 이해는 그를 위대한 극작가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제대로 교육받지는 못했지만, 자연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운 자연의 아들이자 천재였다.
1590년대 초반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헨리 6세》, 《리처드 3세》 등이 런던 무대에서 상연되었다. 특히 《헨리 6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에 대해 악의에 찬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작품은 인기를 더해 갔다. 1623년 벤 존슨은 그리스와 로마의 극작가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셰익스피어뿐이라고 호평하며, 그는 “어느 한 시대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1668년 존 드라이든은 셰익스피어를 “가장 크고 포괄적인 영혼”이라고 극찬했다.
셰익스피어는 1590년에서 1613년에 이르기까지 10편의 비극(로마극 포함), 18편의 희극, 10편의 역사극, 그리고 시집 《소네트》를 집필했다. 38편의 희곡 작품들은 상연 연대에 따라 대개 4기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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