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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타그뤼엘과 그의 일행이 그 유명한 항해 도중에 방문한 많은 마법의 장소들 가운데, 길이 구불구불 "이동"하는 그 섬 - "혹은 길은 동물처럼 방황한다"라는 표현 처럼 - 을 능가하는 곳은 드물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그 길에게 목적지를 물어 만족스러운 답을 얻으면, "se guindans"(옛 책에 따르면 - 적절한 길에 스스로 올라타는 것이니)", "다른 어떤 고생이나 피로함 없이, 예정된 장소에 이르렀다"고 한다.
내가 아는 이 훌륭한 길의 생명력에 근접한 최고의 예는 북 버크셔 다운스의 리지웨이다. 스트리틀리에서 그 길에 올라보라. 그곳은 템스 강을 가로지르는 지점이다. 그러면 곧바로 길은 당신을 거주지 세계에서 멀리, 장엄하고도 목적 있는 방식으로 이끈다. 다운스의 가장 높은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넓은 초록 잔디띠, 근처의 풀과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분명히 구분된다. 어떤 마을도 농가도 이 길을 곁길로 유혹하거나 한 치라도 경로를 바꾸게 하지 않는다. 길이 주변 잔디와 섞이거나 다른 흩어진 오솔길들과 합쳐져 자취를 감출지라도, 그저 똑바로 걷기만 하면 된다. 오른쪽이나 왼쪽에 다른 길이 있어도 신경 쓰지 말라. 그러면 잠시 후 길이 다시 나타난다. 마치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처럼 당신 곁에 생겨난다.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고개를 들어 건너편 언덕마루를 바라보라. 거기에 뚜렷이 길이 이어져 있다. 철도가 가로지를 때는 길이 사라지기도 한다. 길이 잔해와 벽돌 더미로 인한 치욕을 피해 알페우스 강처럼 잠시 숨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가면 변함없는 조용한 집념으로 다시 그 길을 이어간다. 거의 발자취 없는 물결치는 다운스 평원에서 이런 길은 인간적으로 동행자가 되어 준다. 마치 손을 잡아 이끌어 주는 것 같다.
"리지"는 물론 예외적인 예시이다. 하지만 사실 길의 이런 유쾌한 개성은 완전히 허구만은 아니다. 그것은 옛 시골길의 특성으로 존재한다. 원시 선사시대의 자취에서 진화해, 길이 지나가는 땅의 필요에 따라 발전해 온 것이다. 그러므로 그만의 언어와 의미가 있다. 길의 특별한 용도는 흔히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인쇄된 책에서는 거의 배울 수 없는 시골의 조용한 이야기들도 많이 품고 있다. 각각의 길은 아마도 고유한 암시를 지니고 있다. 어떤 길들은 전쟁과 역사의 숨결이 깃들어 있어, 당신 곁을 스쳤던 옛사람들의 빠른 발걸음이 유령의 먼지를 일으키는 듯하다. 저 도시의 이름 - 브리튼 뿌리에 로마 혹은 색슨 접미사가 붙은 이름 - 은 여러 가지를 암시한다. 많은 강인한 이들이 그 접미사를 얻기 위해 무명의 시인이 되어 조용히 저승으로 갔다. 저 멀리 다운스의 초록선이 하늘과 맞닿는 언덕 봉우리는, 전쟁의 물결이 그 짓밟힌 비탈을 몰아칠 때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몰려오는 원수에 시달린 로마군도 이 길을 내려다보며 밤이나 구원군을 기도했을 것이다. 지금 문을 흔들며 해맑게 당신을 바라보는 소녀 - 그녀의 오래된 조상 역시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이 길을 지켜보며, 웨섹스 민병들이 야만인과 맞서 싸우러 재빨리 행군하던 모습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기 길이 늘어진 가지들 아래 음침하게 휘돌아가는 곳 - 저 빛나는 고이는 물은, 혹시 매복한 창 끝의 번쩍임이 아닐까?
어떤 길은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먼지 쌓인 울타리 사이를, 만족스러운 소들이 내려다보는 곳에서 목가를 저음으로 읊조린다. 농가 곁을 지나며, 사람과 동물이 솔직한 동료로 살아가 서로에게 즐겁고 유익한 교훈을 주고받는다. 푸르고 가득 찬 강 위로, 초지의 메도우스위트 곁을 스치며, 양옆으로는 건초 냄새가 수 마일을 이어간다. 또는 바람에 흔들리는 곡식 사이로, 추수 때 낫을 기다리며 베어내는 이의 신비롭고도 경이로운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길은 분류를 피하고, 저마다의 조용한 의미를 간직한다. 내가 아는 길 하나는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다. 그 길은 골짜기에서 살짝 올라가기 시작한다. 잣나무가 탐스럽게 열매를 맺은 울타리 사이로 부드러운 경사를 오르게 한다. 바람결에 스며든 향긋함, 발밑을 감도는 신비로운 부드러움의 촉감으로, 무언가 다가올 미지의 기쁨을 약속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당신은 소나무 숲 사이에 들어서게 된다. 그 예리한 향기가 온몸을 스친다. 소나무 바늘잎이 바닥을 덮고, 흔들리는 나뭇가지 끝에서는 달랠 수 없는 바람소리가 흐느낀다. 슬프고 그치지 않으며, 왜곡된 인류의 울음 같다. 몇 걸음 더 나아가면 약속이 이루어진다. 암시들은 실현되어 현실로 나타난다. 땅이 갑자기 깊이 꺾이면서, 당신은 끝없이 펼쳐진 논밭과 농가, 구불구불한 숲,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과 섞여 회색빛으로 반짝이는 영국 해협까지 바라본다. 이 길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불가피한 선율 속 아련한 약속과 놀라움이 어우러진 길이다.
<추천평>
"그레이엄은 산문가로 가장한 시인이다."
- PeterK, Goodreads 독자
"즐거운 읽을 거리였다. 어떤 에세이는 단순히 훌륭하고 즐거운 글이었다. 그것들 모두는 창의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며 상징주의와 독특한 관점으로 넘쳐난다. 흐르는 언어의 유쾌한 취향을 위해 시간을 쏟아 부을 가치가 있다."
- KH Oepper, Goodreads 독자
"그레이엄은 훌륭한 작가이며, 그 점이 여기에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책 자체는 지금은 약간 구식인 것처럼 보이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읽을 거리이다."
- Heesee, Goodreads 독자
1859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명석했으나,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대학을 포기한 뒤 은행원이 되었다. 고된 직장 생활을 이어 나가면서도 뛰어난 문학적 소양을 잃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08년에 발표된 대표작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시력이 약해 마음껏 뛰놀지 못했던 아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동화로 펴낸 작품이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영국인들의 커다란 자부심이자, 대대로 물려 읽는 명작 중에 명작이란 평가를 받는 아동문학의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