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상세보기

엔드 바 텐드 (커버이미지)
알라딘
엔드 바 텐드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해이수 (지은이) 
  • 출판사자음과모음 
  • 출판일2019-11-10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빛이 아닌 어둠이 만들어내는 삶의 선명한 윤곽들
심훈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수상 작가 해이수 신작 소설집


해이수는 『캥거루가 있는 사막』 『젤리피쉬』 『눈의 경전』 등의 작품에서 이국적인 배경을 주로 선보이며 현실의 비루하고 냉혹한 일상성을 ‘여행’이라는 과정 속에서 새롭고 강렬한 감각으로 인식시켜왔다. 자음과모음에서 이번에 출간된 『엔드(여기) 바(그리고) 텐드(저기)』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금-이곳’의 삶과 조우하고 있다. 지금까지 오스트레일리아와 히말라야 그리고 서울까지를 소설의 배경으로 삼아왔다면, 해이수의 세 번째 소설집 『엔드 바 텐드』는 오직 표제작인 「엔드 바 텐드」만 몽골이라는 이국적 배경을 소설의 공간으로 삼았을 뿐, 나머지 작품은 모두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외국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이나 여행자의 삶이 아닌 자신이 나고 자란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릴 때 드러날 수밖에 없는 더 날카로운 현실의 실감을 『엔드 바 텐드』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삶의 경계가 만들어내는 이분법적 공간,
‘엔드(여기)’ ‘바(그리고)’ ‘텐드(저기)’


표제작 「엔드 바 텐드」는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듯이, 몽골과 서울을 소설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몽골이 모래언덕과 사랑이 가득한 곳이라면, 서울은 온갖 차별적 기호와 물질로 가득한 곳이다. 그러므로 몽골에서 ‘나’는 어떤 조건과도 상관없이 ‘그녀’와 사랑을 나눌 수 있지만, 온갖 차별적 기호와 물질로 가득 차 있는 서울에서는 ‘그녀’와의 관계는 불가능에 가깝다. 서울로 돌아온 그의 삶의 실상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무거운 등짐을 지고 뜨거운 모래산을 건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디선가 거대한 모래언덕이 허물어져 내리는 굉음이 들렸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한쪽 무릎이 꿇리고 발목이 접혔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떨어뜨리며 손바닥으로 땅을 짚었다. (「엔드 바 텐드」, 41쪽)

‘여기’와 ‘저기’에서 오는 삶의 격차는 「김 강사와 P교수」에서도 잘 감지된다. 시간강사로 일하는 서른아홉 살의 김만필이 겪는 주된 갈등은 P교수의 추천대로 ‘세계문화교류센터의 계약직 직원이 되는 것’과 ‘구속 없는 영혼의 예술가가 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고민에서 발생한다.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어깨와 팔이 사라진 어머니, 술집에서 엉망으로 행동하다 오직 성기밖에 남지 않은 대학 동기 등, 환상적인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이 작품의 결말에서 만필은 권력자로 군림하는 P교수를 찾아가 자신의 오른팔을 비틀어 뽑아 그것을 화병에 꽂음으로써 비극적 상황에 대한 실감을 더욱 배가시킨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모래산을 건너는 듯한
‘지금-이곳’에 대한 뜨거운 성찰


「한산 수첩」 「옴 샨티」 「요오드」 등의 작품에서도 해이수는 한층 낮아지고 깊어진 시선을 통해 ‘지금-이곳’의 삶, 즉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삶의 의의를 아름답게 펼쳐” 보이고 있다.(작품 해설, 257쪽) 이 소설집에서 가장 해이수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한산 수첩」의 주인공은 충남 한산시장을 찾아 그곳 사람들의 삶을 취재하고 기록한다.

“야, 넌 소설가가 뭐 대단한 건 줄 알아? 사람 사는 이야기 적는 거잖아. 시골 장터 가서 현지인들 인터뷰 따고 정리하는 게 뭐가 어려워?”
3주 내로 인터뷰 스무 꼭지를 건져 오라는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짓자 선배는 언성을 높였다. (「한산 수첩」, 72쪽)

“영업을 하는 시골 상인들에게 ‘현실적 이윤’과 무관한 ‘막연한 인생담’ 요청은 당혹스러울 게 분명”(「한산 수첩」, 79쪽)하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기다린 사람처럼 술술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장 상인들을 통해 ‘나’는 “공동체 지향적인 삶의 자세”를 깨닫게 된다. 또한 「리키의 화원」에서 다시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나’는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며 갑자기 스타가 된 리키가 우승 소감으로 “다만 눈앞의 장애물에 집중할 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리키의 화원」, 51쪽)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현재에 몰입하는 삶의 건강함을 느낀다.
한반도의 외진 한산시장부터 서울의 뒷골목까지 찬찬히 살펴보고 있는 해이수의 “한층 낮아지고 깊어진 시선을 통해 펼쳐진 지금-이곳의 삶은 참으로 따뜻하다. 그 따뜻함은 문학적 정진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인해 가능했을 것이다.”(작품 해설, 257쪽) 『엔드 바 텐드』가 한국문학이 독자에게 귀환하는 하나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자소개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캥거루가 있는 사막』 『젤리피쉬』, 장편소설 『눈의 경전』 『십번기』 등이 있다. 심훈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엔드 바 텐드
리키의 화원
한산 수첩
옴 샨티
요오드
김 강사와 P교수
낙산
종이배

해설 산다는 것의 위대함에 대하여 _이경재
작가의 말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