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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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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방정환 지음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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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벌써 여러 해 전 일이었습니다. 쌀쌀한 바람 부는 섣달 어느 날 아침에, 영국 리버풀이라는 항구에서 큰 기선 한 척이 먼 길을 떠나 출범하였습니다. 그 기선에는 육십 명의 사공들과 손님 이백 명이 탔는데 선장과 모든 일꾼은 거의 모두 영국 사람이고, 손님 중에는 이탈리아 사람이 몇 사람 있었습니다. 배는 지금 몰타라는 섬을 향하고 먼 길을 떠나는데 그날 천기가 괴상하여 하늘 모양이 무엇이 오실 듯하였습니다.
기선 한 편 끝 쪽에 있는 삼등객 중에 나이 열두 살 된 이탈리아 소년이 한 사람 있었습니다. 나이로 보아서는 몸과 키가 좀 작은 편이었으나, 그러나 퍽 똑똑하고 영리하고 어여쁘게 생긴 귀여운 소년이었습니다, 앞에 있는 큰 돛대 옆에 다만 홀로 밧줄을 감아 놓은 위에 걸터 앉아서 모서리가 다해진 헌 가방에 한 손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머리털은 어깨에까지 내려오고 다 낡은 웃옷을 어깨에 걸치고. 보기에도 구차한 집 아이 같은 그 소년이 가만히 혼자 앉아서, 다른 손님들과 배일꾼과 다른 조그만 배의 지나가는 것들을 물끄러미 보고 앉았는 얼굴은 무슨 근심과 걱정이 많이 있는 것같이 보여서 요새 집안에 무슨 불행한 일을 당한 것 같았습니다.
참으로 이 소년은 가련한 신세였습니다. 소년에게는 부모가 모두 돌아가시고 아니 계셨습니다. 어머님은 벌써 예전에 돌아가시어 아니 계시고 다만 혼자 길러 주신 아버님은 리버풀에서 어느 공장 직공으로 다니셨는데 수일전에 불행하게도 이 소년 하나를 두고 마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부모도 형제도 없는 이 가련한 소년을 그 곳에 있는 이탈리아 영사가 주선을 하여서 소년의 고향인 파델모의 먼 친척되는 아주머님께로 보내 주게 된 것이었습니다. 객지에서 부친을 마저 잃고 어이없는 고아가 되어 먼 고향의 친하지도 못한 아주머님께 길리우러 가는 어린 소년의 가슴이 얼마나 애닯고 슬펐겠습니까 ?
--- “난파선(難破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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