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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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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방정환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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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여자에게서 온 편지. 실로 영식이게는 생후에 처음이다.
첫 번 한 번 읽고는 읽고도 무슨 소린지 의미가 분명치 못한 것 같아서 다시 한 차례 읽고야 겨우 알았다.
그리고는 숨기지 못할 미소를 입 가에 띄우고 그 발그스름한 편지가 가늘고 작게 쓰여진 글자를 한 자 한 줄씩 글자 모양과 줄 바른 것을 주의하여 보며 문면에 나타난 것보다 더한 만족을 거기서 구하고자 하였다.
그러다가 그는 겉봉을 다시 집어 들고 어느 곳 몇 번지라고 어떻게 썼는가, 최영식 무엇이라고 썼는가를 보았다. 물론 시내 ××동 OO번지라고 틀림없이 쓰고 최영식 밑에는 씨(氏) 자가 삐지게 똑똑히 씌어 있었다.
씨[氏], 씨[氏], 전[殿]자와 씨[氏]자와 그 쓰는 구별이 어떠한 것인가. 전[殿]자는 보통 편지에 으레 통상 쓰는 것이고(우리가 일찍이 쓰지 않던 것을 남의 바람에 멋 모르고 흔히 쓰지만), 씨[氏]자는 좀 친한 이에게 다정하게 쓰는 것인가. 즉, 여자가 남자에게(사모하는 남자에게) 쓰는 친한 다정한 글자가 아닌가. 그렇다 하면 그가 그 구별을 생각하고 씨[氏]라고 쓴 것일까 혹은 그대로 쓰는 대로 별다른 생각없이 쓴 것일까.
--- “그날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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