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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길을 걷는 사람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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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길을 걷는 사람들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윤기정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2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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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밤이다.
준식은 달도 없는 밤길을 얼마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걸어왔다. 지금까지 생각한 것을 한데 합쳐 본다면 오늘날까지 싸워오던 일을 결말짓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최후의 담판. 형님과의 최후의 결정. 아내와의 최후의 결정
이와 같은 최후의 결심이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출가를 할 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 솟을 대문이 눈앞에 띈다. 희미하게 바라보기에도 으리으리한 커다란 문은 틀림없는 자기 집 대문이다.
옆에 집보다 우뚝 솟아있는 문이 마치 무슨 괴물 모양으로 눈앞에 가로 놓여있다. 그는 괴물처럼 보이는 자기 집 대문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걸어 들어갔다. 만여석 추수를 하는 자기 집이건만 밖에 전등 하나를 아니 달고 그나마 모으기에만 두 눈이 새빨간 아버지와 형의 모양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행랑방 들창으로 불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불빛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웅얼거리는 음성도 밖으로 스며 나온다.

"그런데 참 우리댁 작은 서방님이란 이는."

이런 소리가 준식이 귀에 들어왔다. 음성이 틀림없는 행랑어멈의 소리다. 그 소리가 분명히 어멈의 말소리라면 지금 하려는 이야기가 자기에 관한 것이 틀림없으리라 생각하고는 일종 호기심에 끌려 행길로 난 들창 앞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숨소리도 크게 내지 않고 그들의 하는 이야기를 엿듣기 시작하였다. 방안에는 이웃 사람들이 두서넛이나 와있는 모양이다.
--- “딴 길을 걷는 사람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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