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상세보기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레일라 슈넵스, 코랄리 콜메즈 (지은이), 김일선 (옮긴이)
- 출판사아날로그(글담)
- 출판일2020-09-05
- 등록일2020-11-09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23 M
- 지원기기
PCPHONETABLET 프로그램 수동설치전자책 프로그램 수동설치 안내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책소개
“수학이 무고한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다!”
수학이 불러온 치명적인 오판, 그 결정적 순간을 고발하다
확률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무고한 사람이 살인범으로 몰린다면? 교활한 범죄자가 수학을 이용해서 무죄 판결을 받아낸다면? 이 책은 계산 착오, 계산 결과의 오해, 혹은 필요한 계산을 간과하는 등 아주 단순한 수학적 오류로 인해 발생한 매우 부당한 판결들을 소개한다.
19~20세기의 유언장 위조나 국가기밀 누설 사건을 둘러싼 필적 감정부터 오늘날 범죄 사건에서 곧잘 사용되는 DNA 분석에 이르기까지, 열 가지 사례를 통해 법정에서 사용되었거나 지금도 사용 중인 수학적 개념을 살펴본다. 사람들이 쉽게 현혹되는 다단계 사기는 물론이고 대학원 입학 시험에서 발생한 성차별 문제까지 수학적으로 분석해 증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심코 지나치는 숫자들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다. 저자 레일라 슈넵스와 코랄리 콜메즈는 언론과 판례, 사건 당사자와의 인터뷰 등 상세한 자료 수집을 통해 범죄 사건의 발생부터 전개, 구속과 법적 공방 과정까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내,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수학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오늘날 수학은 상품 설명, 투자, DNA 분석 등 각종 분야에서 사용되며 수학적 근거가 있을 때 사람들은 무심코 그 주장이 객관적이고 옳은 것이라고 맹신하기 쉽다. 그러나 수학적인 지식을 약간만 갖추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면밀히 살펴보면 수학을 이용한 눈속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수학의 오류가 개인의 재산과 명예, 심지어는 자유까지 구속하게 만들었던 사례를 통해 올바른 수학적 사고의 필요성을 알려 준다.
수학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을 가려낼 수 있을까?
수학이 법정에서 저지른 엄청난 실수를 밝히다!
수학은 어떤 학문보다 명확하고 분명한 답을 내리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수학의 이런 특성을 법정에서 사용할 수도 있을까? 가령 수학으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알아낼 수도 있을까? 이 책에는 19~20세기 말에 사용되었던 아주 간단한 필적 분석에서부터 대학 입시에서의 성차별 문제, 다단계 사기의 함정, 오늘날 범죄 사건에서 사용되는 DNA 분석의 정확도에 이르기까지, 수학을 이용해서 진범을 밝혀내려던 수사관과 법률가, 그리고 수학자 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그러나 수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정확성, 명확성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재판에서 언제나 옳은 답만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때로 수학은 진범을 가려내기는커녕 오히려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거나 거의 확실하게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무죄로 풀어 주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계산 착오 혹은 계산 결과의 오해, 정작 필요한 계산을 간과하는 등의 단순한 수학적 오류로 인한 매우 부당한 판결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인 레일라 슈넵스와 코랄리 콜메즈는 면밀한 자료 조사와 사건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발생부터 경찰의 수사, 사건에 대한 사회적 반향, 재판의 진행 과정까지 세세하게 담아냈다. 실화임에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통해 수학이 정말로 삶과 죽음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수학도 엉뚱한 사람의 손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범죄 사건에서 수학이 전면에 나타는 경우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드물었다. 어쩌다 그런 경우에도 대부분은 이미 진행된 식별 결과가 맞을 확률을 알아보는 정도에 그쳤다. 공법적인 영역에서나 사법적인 영역 모두 이런 경향은 다르지 않았으므로, 재판에서 수학이 좀처럼 활용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 수 있다. 어느 분야에나 만연한 수학적 오류들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경우가 재판이므로, 우리는 관련 사례들을 모아서 살펴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재판은 잘못된 추론이 실제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을 아주 잘 보여 주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중략)
수학 때문에 판결이 완전히 잘못된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 책의 주된 논지는 확률이 법정에서 사용하기에 쓸모없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략) 기본적으로 수학이 유용한 도구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오늘날 형사 재판에서 DNA가 증거로 많이 채택되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앞으로는 형사 재판에서 수학적 분석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재판에서 수학적 오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일어났던 오류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_6~7p
사람들은 왜 다단계 사기에 빠져들까?
20세기 보스턴을 뒤집어놓았던 찰스 폰지의 사기를 분석하다
2009년 미국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가 발생해, 주동자인 버나드 메이도프가 구속되어 150년 형을 선고받았다. 메이도프의 사기로 인해 발생한 손실 총액은 180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 환율로 어림잡아도 21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도대체 폰지 사기가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메이도프의 수법에 그렇게 쉽게 걸려들었을까?
폰지 사기란 투자 사기 수법 중 하나로, 새롭게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돈을 이용해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방법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다단계 사기인데, 미국에서 이 수법을 대대적으로 사용한 사기꾼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따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이민자였던 폰지는 투자자들에게 90일 만에 두 배의 수익을 돌려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수학적으로 조금만 계산해 보면 어떤 사업도 세 달 만에 돈을 두 배로 늘릴 수는 없다. 즉 폰지는 투자자들의 돈으로 사업을 운영한 것이 아니라, 새 투자자들의 돈을 빼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던 것이다. 이 사건은 20세기 초 찰스 폰지의 사업 소재지가 있던 보스턴은 물론이고 거의 전 미국을 뒤집어 놓았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수학적 개념에 한없이 취약한 사람들이 있기에 현대에도 메이도프 사건 같은 유사한 다단계 사기가 발생한다. 이 장에서는 다단계 사기의 사업 모델을 수학적으로 살펴보고, 어떻게 해야 이런 사기를 피해갈 수 있는지 알아본다.
-- 현대에는 폰지 방식의 다단계 사기에서 투자 수익을 얻는다 해도 소송이 제기되면 그보다 더한 손실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어떤 식으로건 폰지 방식의 투자(라기보다는 사기)는 아주 신속하게 파탄에 이르기 때문이다. 1920년에는 아무도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가진 힘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2,010명이 이런 술책에 놀아났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재앙이 시작되었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상품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계산을 약간 해봐야 한다. _27p
-- 최근에 일어난 버니 메이도프 사건(미국 역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범으로 2009년 150년 형을 선고받았다 ― 역주)에서도 드러났듯이, 다단계 사기는 탐욕스럽지만 사기를 간파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말이다.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없었다면 다단계 사기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왜 사람들은 폰지의 그 전설적인 사기를 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걸까? _37~38p
성차별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통계 자료가 만들어 내는 눈속임을 간파하는 법
1986년 UC 버클리는 대학원 입학 심사에서 여학생에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남학생의 합격률에 비해 여학생의 합격률이 턱없이 낮았던 것이다. 문제가 제기되자 이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들은 지원자와 합격자의 수를 통계 내어 수학적인 방법으로 성차별의 존재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면밀히 조사를 진행하자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각각의 학과별로 남녀 합격률을 살폈을 때는 별 문제가 없거나 오히려 여학생이 더 많이 합격했는데, 학교 전체의 통계를 살피자 여학생의 합격률이 훨씬 낮았던 것이다.
통계학에서 심슨의 역설이라고 부르는 이런 현상은 통계에서 중요한 정보를 빼먹거나 무시할 때 일어난다. 이 경우에는 ‘가장 합격률이 높은 학과에 지원한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이 고려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학과마다 성별에 따른 지원자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학과별로 살펴보면 오히려 여학생이 많이 합격했음에도 전체를 살피면 여학생의 합격률이 훨씬 낮아 보이는 것이다.
인간의 직관은 종종 사실과 다른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지만, 때로는 통계 자료에 근거해서 도출한 결론이라도 통념처럼 명쾌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그릇된 판단을 피하기 위해 주어진 숫자를 단순히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그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분석할 수 있는 수학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2002년 SAT 독해 부문의 평균 점수는 1981년과 똑같았다. 그러나 평가 위원회가 분류한 인종별 점수는 동일 기간 동안 백인 8점, 흑인 19점, 아시아계 27점, 푸에르토리코계 18점, 미국 인디언계 8점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어떻게 각 집단의 점수는 향상되었는데 전체 평균은 21년간 변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이 놀라운 사례는 심슨의 역설로 알려진 현상의 전형적인 경우다. 지난 20년 간, 매년 치러진 표준화된 시험에서 모든 인종별 수험생 집단의 평균 점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그런데 전체 평균은 변화가 없다. (중략) 모든 집단의 성적이 향상되었는데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없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비밀은 표에 나타나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어떤 요소에 숨어 있다. 이 사례의 경우 그 요소란 각 인종 집단 인구의 전체적인 변화다. _42~43p
헌신적인 보호자를 살인범으로 만든 수학의 함정
선량한 간호사와 헌신적인 엄마가 살인범이 된 이유는?
재산적인 손해를 불러오는 대규모 다단계 사기나, 성차별 문제 외에 좀 더 직접적으로 수학이 개인의 자유를 빼앗은 사례도 있다. 법정에서 사용된 통계와 확률이 무고한 사람을 감옥으로 보낸 것이다.
2001년, 네덜란드의 간호사 루시아 더베르크는 13건의 살인과 4건의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되었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자주 환자가 사망하는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환자가 중태에 빠졌을 때 루시아가 현장에 있었던 횟수를 집계해 본 병원장은 이 통계를 기반으로 루시아 더베르크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루시아가 그처럼 많은 환자를 죽일 확률은 3억 4,200만분의 1이었는데, 3억 4,200만은 전 세계의 간호사 수보다 훨씬 더 큰 수다. 즉 환자의 사망이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그 확률이 너무나 낮았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건으로, 1996년 영국에서는 아이의 엄마가 두 아이에 대한 살인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차례로 사망했는데, 두 아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연달아 사망할 확률이 7,300만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 표와 계산 모두 아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헹크 엘페르스와 파울 스미츠가 왜 그렇게 루시아를 유죄라고 확신했는지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루시아가 율리아나 아동 병원에 근무했던 9개월 동안 1,029번의 간호사 근무조 교대가 있었고, 그녀는 142번 근무했다. 루시아가 근무조일 때 병원이 ‘비자연사’로 재분류한 7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중략)
누가 봐도 의심스럽고 놀라운 숫자다. 평균적인 간호사들이 근무하면서 맞닥뜨리는 심각한 상황의 빈도에 비해 루시아가 훨씬 자주 그런 상황을 맞이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_76~77p
-- “그럼 해리가 태어나서 유아 돌연사로 죽을 확률이 크리스토퍼와 같다는 이야기인가요? 8,543분의 1이라는 겁니까? 동전 던지기처럼 항상 같은 확률로요? 매번 앞 아니면 뒤가 나오는 건가요?”라고 샐리의 변호사가 물었다.
“그랜드 내셔널 경마에서 사람들이 돈을 거는 확률과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메도가 무미건조한 태도로 조용히 말을 이었다. “작년에 80분의 1의 확률로 우승이 예측되던 말에게 걸어서 이기고, 올해엔 다른 말이 같은 확률로 우승이 예측되는데 그 다른 말에 걸어서 또 이겼다고 합시다. 7,300만분의 1의 확률이란 4년 연속으로 80분의 1의 확률을 가진 말에 걸어서 계속 이긴 셈입니다. 유아 돌연사 사망률도 마찬가집니다.” _190~191p
수학이 어떻게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까?
수학이 법정에서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를 밝히다!
그러나 간호사와 엄마를 살인범으로 만들었던 이 확률 계산에는 엄청난 오류가 있었다. 간호사 루시아가 환자를 고의로 살해했다는 주장의 단초가 되었던 환자들의 사망 사건을 통계로 정리할 때, 병원은 의심스러운 사례를 목록으로 만든 뒤 각 경우에 루시아가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일 자체는 ‘의심스러운’ 사건이라고 볼 수 없다. 환자들이 모인 병원에서 상태가 심각한 환자는 언제라도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병원에서 주장하는 의심스러운 사례의 목록이란 결국 사후적으로 수집된 정보로서, 루시아가 의심받은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다시 말해 모든 의심스러운 사례에 루시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루시아가 있었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사례로 비친 것이다.
엄마가 영아 살인을 저질렀다고 의심받았던 영국의 사례에서도 수학적으로 큰 오류가 있었다. 검사 측에서 주장한 ‘7,300만분의 1’이라는 수치는 어떻게 도출되었을까? 검사는 당시 영국 보건부가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한 아이가 우연히 사망할 확률이 8,543분의 1이며, 두 아이가 사망했으므로 이 각각의 사건을 독립적인 사건으로 보아 확률을 단순히 제곱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아가 갑자기 사망하는 일은 우연히 일어날 수도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요인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한 집안에서 똑같은 사례가 두 번 발생했다면 유전적 요인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검사는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엄마를 범인으로 몰았던 것이다. 실제로 이후에 병원 기록을 검토한 결과, 아이는 원인 불명의 이유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어느 나라에서건 모든 간호사들이 맞닥뜨린 사망 건수를 개인별로 정리한 표를 만든다면 나머지 간호사들에 비해 유난히 사망 환자를 많이 경험한 운 나쁜 누군가가 그 목록의 맨 위에 이름을 올리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을 체포해야 할까? 계산의 목적은 이 사람이 과연 자연적인 통계적 분포의 범위 안에 들어 있는지 아닌지 ― 살인범인지 아닌지 ― 를 판단하는 데 있다. _77p
-- 아이가 유아 돌연사 증후군으로 사망한 이후 해당 가정에서 태어난 5,000명의 아이들을 관찰했던 유아 관리 프로그램의 기록에 따르면 이 중 여덟 명이 사망했다. 이 통계는 7,300만분의 1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으므로 (8/5,000 = 1/400 ― 역주) 만약 메도가 제시한 수치가 맞다면 한 집에서 두 아이가 돌연사하는 일은 영국에서 100년에 한 번 정도만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유아 관리 프로그램에서 얻은 통계에 의하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영국에서 수년마다 한 번씩 반복되고 있었다. 실제로 둘, 혹은 심지어 세 명의 아이를 유아 돌연사 증후군으로 잃었던 많은 부부들이 클라크 부부에게 격려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_189p
필적 감정에도 수학이 사용된다?
유언장 위조와 국가기밀 누설 사건을 밝히는 데 왜 수학자가 필요했을까?
19세기 프랑스를 정치적으로 거의 반으로 갈라놓았던 드레퓌스 사건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탄압한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 수학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독일의 간첩으로 몰렸던 프랑스의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어느 사무실의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기밀 누설 메모의 필적과 흡사한 필적을 가졌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이때 검찰 측에서 증인으로 세웠던 수학자는 법정에서 우연히 메모의 필적과 드레퓌스의 필적이 그처럼 흡사할 수 있는 확률을 구하고, 그 확률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드레퓌스가 메모의 주인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드레퓌스는 결과적으로 범인으로 몰렸고, 거의 5년간 무인도에서 유배 생활을 보내야 했다.
또한 20세기 미국 여성 가운데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던 대부호 헤티 그린은 젊은 시절 이모의 유언장을 위조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모의 유언장에 남아 있던 서명이 다른 서류의 서명과 지나치게 똑같아서 그 유언장의 가장 큰 수혜자인 헤티 그린이 그 서명을 대고 베꼈으리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서도 수학자들은 헤티의 이모의 서명들을 모아 비교하고 통계 내어, 사람이 하는 서명이 그토록 완벽하게 똑같을 수는 없으므로 헤티가 유언장을 위조했다고 증언했다.
역사적으로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누명을 썼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헤티 그린이 유언장 서명을 위조했는지 여부는 아직 의혹에 휩싸인 채다. 수십 년 간 법정에서 수학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수학이 전면에 등장했던 사건에서 수학이 언제나 옳은 답, 혹은 확실한 해답을 도출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건에서는 수학이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삶이 파탄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 법정에서 벤저민 퍼스는 이 확률이 530분의 1정도이고 이는 굉장히 작은 값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에 이 값은 2,666분의 1의 백만분의 1의 백만분의 1의 백만분의 1(이 값은 2,666 × 1018분의 1로, 실제보다 세 배가량 크지만 19세기에는 계산기가 없었다는 점을 참작하자)이라고 설명했다. 어쨌거나 그가 언급한 530분의 1이란 값은 의미가 있었다. “인간의 감각을 넘어서는 숫자로 (…) 이처럼 불가능한 숫자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함을 의미합니다. 이런 신기루 같은 확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이 고려해야 할 숫자의 영역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넘어서는 것입니다.”
즉 두 서명이 우연히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히 일치할 확률은 그야말로 무시해도 좋을 만큼 낮고, 그러므로 두 서명이 너무나 똑같다면 하나는 위조된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 유언장으로 이득을 볼 헤티 이외에 누가 서명을 위조했겠는가? _275~276p
법정에서 수학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
재산부터 신체의 자유까지 억압하는 법정에서 실제로 일어난 반전 드라마!
법정에서 수학적 오류를 둘러싸고 벌어진 오심과 오판의 판례들을 통해, 한동안 미국 법조계에서는 유무죄를 판단할 때 수학적 개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향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범인을 파악하는 데 DNA 분석이 자주 사용된다. 이 책에서는 DNA 분석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례도 함께 소개하면서, 범인을 특정하는 데 수학을 사용하는 경우를 소개한다. 2007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일어난 영국 유학생 살인 사건에서 증거로 제시된 DNA 분석 결과와 30여 년간 미제 상태로 머물러 있던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게 한 DNA 분석 결과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공방을 통해, 독자들은 한없이 정확하고 명쾌할 것만 같은 DNA 분석이 왜 논란이 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영국 유학생 살인 사건의 경우에는 DNA 검사의 신뢰도를 의심한 판사 때문에 한없이 유죄에 가까운 피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고, 미제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피의자의 변호사는 잘못된 확률 이론을 들고 와서 패소하기도 했다.
20세기 중반에는 임의의 사람이 범인과 같은 인상착의를 가질 확률을 구해서 용의자가 범인이라고 단정지었던 사건도 있다. 한 부인이 노상강도를 만났는데, 당시 강도가 백인 여성이며 금발이었고 흑인 남성과 동행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어떤 사람이 금발일 확률, 백인 여성일 확률, 흑인 남성과 결혼했을 확률 등을 각각 구해 서로 곱한 것이다. 그렇게 범인으로 지목된 용의자는 인상착의가 목격자들의 증언과 완벽히 일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이 책의 저자인 레일라 슈넵스와 코랄리 콜메즈는 유용하고 답이 분명한 학문처럼 보이는 수학도, 이처럼 잘못된 손에 들어가면 그릇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그러나 법정에서 수학을 완전히 몰아낼 수는 없다. 범죄 분석에 사용되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수학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저자는 법률가뿐만 아니라 언젠가 배심원석에 앉을 대중들도 수학적인 사고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수학적 이론과 계산 과정을 면밀히 따라갈 수 있는 기본적 수학 지식과 비판적인 시선을 갖춘다면 오류를 바로잡고 수학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 이 책에서 다룬 DNA와 관련된 사례들(메러디스 커처와 다이애나 실베스터 살인 사건)에서도 나타났듯이, DNA 분석 결과가 직접적으로 신뢰도 높게 특정인을 지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항상 법정에서 논란의 단초가 되게 마련이고, 이 과정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수학적 불확실성은 변호사들의 손을 거치며 오류로 변환되기 십상이다. 과학 수사가 적용되는 한 재판에서 수학은 피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수학을 적용할 기준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배심원을 구성하는 모체인 대중도 법의학에 필수적인 기본적인 수학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중략) DNA 분석의 몇몇 기본적 특징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DNA 분석에 대한 대중의 이해 역시 높아졌다. 이는 다른 요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익숙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며, 범죄 수사와 관련된 TV 드라마의 인기가 식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이런 주제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다는 점이 잘 드러난다. _335~336p
저자소개
하버드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에서 정수론을 연구하고 있다. 대중을 위한 수학책을 비롯하여 수학을 주제로 한 살인 미스터리 등을 다양하게 집필했다. 베이즈 법률연구 콘소시엄 국제팀에서 활동하며 형사 법정에서 확률과 통계를 더 정확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목차
들어가며
CASE 01 찰스 폰지 사건
아메리칸 드림 다단계 사기의 실체
수학적 오류 1. 세 달마다 이익을 두 배로 만드는 방법
CASE 02 대학원 입학 시험 성차별 사건
UC 버클리 성차별 사건
수학적 오류 2. 개별 집단의 점수가 올라도 전체 평균은 변하지 않는 이유
CASE 03 루시아 더베르크 사건
간호사는 어떻게 살인범이 되었나
수학적 오류 3. 믿기 힘든 우연이 연달아 일어날 확률
CASE 04 어맨다 녹스 사건
DNA 검사로도 범인을 잡지 못한 이유
수학적 오류 4. 확률 실험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
CASE 05 다이애나 실베스터 사건
30년 간 보존되어 있던 DNA로 찾아낸 범인
수학적 오류 5. 생일이 같은 사람이 존재할 확률
CASE 06 샐리 클라크 사건
엄마가 아이를 죽인 살인범이 된 이유
수학적 오류 6. 형제 중 첫째가 사망했을 때 둘째가 연달아 사망할 확률
CASE 07 콜린스 부부 사건
범인과 인상착의가 같을 확률 때문에 체포된 부부
수학적 오류 7. 논리적이지 못한 확률의 추정
CASE 08 조 스니드 사건
부모를 살해한 아들이 수사망을 빠져나가려던 방법
수학적 오류 8. 전화번호부에는 없는 이름이 실제로 존재할 확률
CASE 09 헤티 그린 사건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여성의 상속 분쟁
수학적 오류 9. 두 서명이 거의 완벽히 일치할 확률
CASE 10 알프레드 드레퓌스 사건
20세기 프랑스를 분열시킨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
수학적 오류 10. 수학으로 표현된 광기
마치며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