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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해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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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해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김이환 (지은이) 
  • 출판사아작 
  • 출판일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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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앞으로 이 작가의 소설을 쫓아다니며 찾아서 읽게 될 것 같다”
- 성석제, 소설가

“흐릿하지만 분명하고 보이지 않더라도 아름답다. 김이환 작가의 작품은 항상 그렇다.”
- 홍지운, 소설가

한국 SF/판타지 문학의 어린왕자, 김이환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
김이환의 우주에선 “모든 것이 아름답고 아무도 상처받지 않았다”

제1회 멀티문학상, 제2회 젊은 작가상 우수상,
제4회 SF 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 수상작가!
데뷔 이후 17년간 장르의 우주를 여행하며 보석처럼 단련해온 12편의 이야기!


김이환의 소설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이불과 문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도 조용히 정신병원으로 스스로 걸어가고(<이불 밖은 위험해>), 자신을 구해준 초인이 찾아와도 그저 조용히 멀리서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고 만다(<#초인은 지금>). 아무리 조용히 말해도, 초인이 들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독자가 들어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곧 우주가 생명을 다한다는 데도, “종말이 오더라도 일단 깨진 유리는 치워야겠다”고 말한다(<모든 것의 이론>). 깨진 유리는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죽는다’는 위험에 처해도, 소설 속 소설가는 또 그저 조용히 이야기를 짓는다(<스파게티 소설>).

물론 센 이야기도 있다. 김이환에게 젊은작가상을 안긴, 인체 개조를 거듭하다 결국 액체가 되기도 하고(<너의 변신>), SM 플레이어들의 ‘본디지’와 ‘더티 플레이’까지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계속 걱정한다. 심지어 이야기에 괄호까지 쳐가며, 시끄럽지 않게, 누구도 이야기를 듣고 다치지 않게, 배려한다.

도대체 이 고요한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야기를 읽는 내내 궁금했던 독자는 저자의 프로필을 보고 그저 조용히 웃게 될지도 모른다. 레이 브래드버리를 읽고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고. 그렇게 레이 브래드버리를 꿈꾸던 소년은 일상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조용히,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는 와중에도 조용히,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나가지 마”라고 우리를 걱정하고 보듬어주는 소설가가 되었다.

“레이 브래드버리를 꿈꾼 소년, 한국 SF/판타지 문학의 보석이 되다”
김이환 작가 데뷔 이후 17년 만의 첫 소설집!


“이게 뭐야, 다 자기 자랑이잖아.”
“내가 짱인데 어떻게 자랑을 안 해.”
- 김이환, <투명 고양이는 짱이었다>

먹먹하게 아름다운

먹구름과 김이환


누군가가 김이환 작가를 먹구름에 빗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이가 처음으로 빗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애정과 존경을 담은 분석임은 분명하다. 먹구름이라니. 김이환 작가와 그의 작품들을 그만큼이나 잘 설명하는 이미지가 또 어디 있을까?
김이환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일상에 무언가가 침범해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런 도입은 여타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도 그렇게 찾기 어려운 형식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일상에 대한 침범 이후에 일어나는 사건들에 있어서는, 김이환 작가의 작품에는 그만의 특색이 담겨있다. 일상에 대한 침범이 안정되었던 삶에 어딘가 불안한 기색을 더하면서 일상 자체는 그대로 이어지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불 밖은 위험해>는 이불이 시작으로, 온갖 사물들이 주인공에게 말을 걸면서 시작한다.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사물들은 각각 대화가 잘 통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를 위협하거나 궁지로 몰지 않는다. 도리어 그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감정을 공유하는, 친근한 이웃이 될 뿐이다.
<투명 고양이는 짱이었다>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가 몰래 집에 들어와서 음식을 훔쳐 먹고 물건을 떨어트린다. 호러영화의 도입으로도 손색이 없는 이런 소재조차 김이환 작가의 손을 거치면 투명한 고양이와의 동거와 이별이라는 잔잔하고 부드러운 이야기가 된다.
다른 작품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에 무언가가 침범하며 어그러짐이 생겨난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서조차 결정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으며, 일어나는 경우에도 여전히 더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여지가 남는다.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만 전부 설명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름답다. 마치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하늘처럼 말이다.

먹구름이 주는 불길함과 해방감

먹구름은 폭풍우의 전조일 때도 있고 그 자체로의 현상일 때도 있다. 가끔은 비가 그치고 남은 잔재이기도 하다. 먹구름은 어두운 미래나 현실 속에 감춰진 불안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지만 이는 반드시 재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먹구름이 깔렸을 때, 심장의 두근거림은 불쾌하기만 한 무엇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무거운 기압 속에 물기를 품은 공기가 주는 상쾌함이 있지 않던가? 압도적인 상황이 주는 무력감에서만 가능한 안도가 있지 않던가? 김이환 작가의 작품들이 그러하다.
이 단편집의 많은 작품들이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이 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에서일 터이다. 이 단편집에서 중심이 되는 사건들은 대부분 긴박하게 터져 나오는 방식이 아닌 회고나 예고의 형식으로 서술된다. 그리고 사건이 강렬하게 진행되려는 순간조차 등장인물의 입과 입을 통해서 부드럽게 포용한다.
<마도서>는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꿈속을 헤매는 환자가 주인공이다. 판타지 세계를 닮은 그의 꿈속에는 계속해서 그가 꿈을 꾸고 있으며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지만 그는 여러 이유에서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잔혹한 현실에 대한 징후가 주인공을 둘러싸지만 그의 꿈은 그 이상으로 아늑하다. 비극은 적나라하게 제시되지 않고 암시와 요약으로만 전달될 뿐이다.
<마도서>가 현재진행형의 재앙을 감추고 또 드러내는 이야기인 반면, <#초인은지금>과 <운 좋은 사나이>는 과거를 회상하는 동시에 이 회상의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를 가늠하고 짐작하도록 이끄는 이야기다. <#초인은 지금>은 슈퍼 히어로인 초인이 서울에 등장하며 생긴 변화를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운 좋은 사나이>는 잠시 여행으로 마을에서 떠났던 사람에게 이웃들이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작품들에서 또한 주인공의 인생을 뒤흔드는 결정적인 사건이 나오지만 이는 독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기에 도리어 더 생생하고 짙은 인상을 남긴다.
위의 작품들은 모두 음울한 사건을 전후로 진행되지만 이는 결코 잔혹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마도서>의 주인공은 그의 꿈속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나간다. <#초인은 지금>은 초인과 그를 지지하는 이들 사이의 드라마가 함께한다. <운 좋은 사나이>는 마을에서 홀로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홀로 운이 나빴던 사람을 주변 이들이 모두 위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행에 대한 암시는 그렇게 위로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먹구름 속 사람들

김이환 작가의 등장인물들은 이 먹구름이 익숙한 듯하다. 일상을 덮는 어두운 변화에 대한 암시 속에서 모든 이들은 암묵적으로 이 상황을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인다.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조만간 닥치거나 수면 밑에서 진행되거나 어느새 마무리된 재앙에 대해서 어떠한 호들갑도 떨지 않고, 그저 묵묵히 다음을 대비하거나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때때로 강렬하고 자극적인, 폭풍우가 몰아치는 순간이 닥치더라도 차분함을 잃지 않고 이에 인내한다.
<모든 것의 이론>은 우주의 수명과 특이점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세상의 시스템에 대한 단편이다. 이 작품은 우주가 감추고 있는 진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여기에는 일말의 흥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고 침착하게 하나의 가능성에 대해,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울지에 대해 서술할 뿐이다.
<스파게티 소설>은 김이환 작가의 장편 《행운을 빕니다》와 《디저트 월드》와 연결되는 내용으로, 기묘한 식사 모임에 초대된 주인공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야기를 자아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단편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기괴하며 위협적이기 짝이 없지만,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맺는 방식은 격식 있고 담백하다.
김이환 작가의 세계는, 그가 품은 먹구름 밑의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고요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이는 무기력함이나 따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커다랗고 주변의 잡음마저 지워버릴 만큼 거센 흐름 속이기에 가능한 정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고요함은 김이환 작가이기에 가능한 숭고의 경험이다. 흐릿하지만 분명하고 보이지 않더라도 아름답다. 김이환 작가의 작품은 항상 그렇다.

- 홍지운, 소설가

저자소개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를 읽고 감명을 받아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 단편 소설을 써서 인터넷에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초인은 지금》, 《디저트 월드》 《절망의 구》 등 열네 편의 장편 소설과 단편집 《이불 밖은 위험해》를 출간했고,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오늘의 SF #1》 등 열여섯 편의 공동 단편집에 참여했다. 2009년 멀티 문학상, 2011년 젊은 작가상 우수상, 2017년 SF 어워드 장편 소설 우수상을 수상했다. 단편 <너의 변신>이 프랑스에서 출간되었으며, 잡지 《Koreana》를 통해 9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장편 소설 《절망의 구》는 일본에서 만화로 출간되었고, 현재 국내에서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어 개발 중이다. 평소 좋아하는 판타지, SF, 동화, 추리, 미스터리, 문단 문학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거나 재조합해서 소설을 쓰고 있다. 독립영화를 좋아하여 《씨네 21》, 《계간 독립영화》 등 다양한 지면에 독립영화 리뷰를 싣기도 했다.

목차

01_이불 밖은 위험해_7

02_시리와 함께한 화요일_15

03_바나나 껍질_49

04_#초인은지금_63

05_운 좋은 사나이_105

06_섹스 없는 포르노_113

07_마도서_143

08_모든 것의 이론_157

09_스파게티 소설_179

10_너의 변신_229

11_천국에도 초콜릿이 있을까_271

12_투명 고양이는 짱이었다_303



작가의 말_315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