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김택범 지음
- 출판사아이웰콘텐츠
- 출판일2015-01-09
- 등록일2020-03-24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10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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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정신 나간 황제가 아닌가? 그 비싼 국물(커피)을 매일 퍼마신다니.”
“노다지 금광들도 헐값에 다 팔아먹고 그 돈으로 온갖 사치를 부리는 사람인데 뭘. 나라가 망했는데도 저만 호의호식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완전 소인배가 따로 없지.”
“그런 이가 황제를 하고 있었으니 나라가 잘될 리가 있나. 망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걸세.”
한밤 중, 골목 어귀에서 젊은 사내들이 소리 높여 욕을 내뱉고 있었다. 군주에 대한 욕이었다. 나라를 망하게 하고 일본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놔둔 무능한 황제에 대한 원망을 그들은 그렇게 쏟아내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곁을 지나가던 한 중년남자가 그 욕지거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파란 눈, 외국인이었다. 그는 사내들 쪽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저런 이들을 위해 그 고생을 하시다니.......”
중년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바쁘게 걸어가는 그의 뒤를 먼발치에서 두 명의 그림자가 따라 가고 있었다. 기척을 죽이고 날렵하게 뒤를 밟는 모습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훈련받은 이들임을 보여주었다.
‘귀한 벗에게.
헐버트 공. 그대와 함께 커피를 나누던 날들이 그립소.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글로만 전하는 것이 또한 아쉽구려.
나는 때로 이런 생각을 하오. 자기 자리가 아닌 곳에 내가 있게 되어 너무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는 것은 아닌지. 자랑스러운 선조들처럼 백성을 살피고 사직을 보존했어야 하는데, 나로 인해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은 참으로 많은 욕을 보았소. 오직 나의 탓이오.
부끄럽지만 그대에게 한 번 더 부탁을 하려 하오. 그 내용은 다음 장에 써두었소. 어려운 부탁이지만 반드시 완수해주길 바라오.
나는 참으로 많은 좋은 이들을 잃었소. 공까지 잃는 아픔을 겪고 싶지 않으니, 부디 몸조심하시오.’
봉투 안에는 다른 종이가 한 장 더 들어있었다. 헐버트는 두 번째 편지를 꺼내 읽었다.
“이것은!!!”
편지를 읽는 헐버트의 손이 떨렸다.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던 고국이 슬쩍 헐버트를 쳐다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헐버트는 몇 차례 더 편지를 반복해 읽은 후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다시 접어 봉투에 넣었다. 그러고서도 떨림이 진정되지 않는지 한동안 숨을 골랐다.
“고 군.”
잠시 후 헐버트가 고국을 불렀다.
“네. 어르신.”
“상해로 가야 하네. 방도를 마련할 수 있겠는가?”
“내일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둘은 조금 떨어져 누워 잠을 청했다. 허나 헐버트는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고 말았다.
“그런 비자금이 있었단 말인가?”
쓰루하라가 깜짝 놀라 말했다.
“그게 인출되어 독립군에게 건네지면 큰일입니다.”
가츠아키가 거들었다.
“안 되지. 절대 그렇게 놔둘 순 없어. 자네는 이 길로 다시 추격에 나서게. 나는 예상 이동경로 쪽에 있는 인원들을 파악해 감시망을 펼치라고 연락해두겠네.”
“알겠습니다.”
“조선 황제는 정말 방심할 수 없는 자다. 끊임없이 귀찮은 일을 만드는 징그러운 인물이야.”
쓰루하라가 혀를 내둘렀다.
저자소개
대표저서<역사소설 고종 : 내탕금 탈취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