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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자기만의 실험실 - 랩걸을 꿈꾸는 그대에게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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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자기만의 실험실 - 랩걸을 꿈꾸는 그대에게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리타 콜웰, 샤론 버치 맥그레인 (지은이), 김보은 (옮긴이) 
  • 출판사머스트리드북 
  • 출판일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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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과학계 유리천장을 깬 원조 랩걸
미 국립과학재단 첫 여성 총재 리타 콜웰의 자전적 인생 안내서

“여성으로서 내가 발견한 것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스무 번 이상 증명해야 했다”

남성은 과대평가하고 여성은 과소평가하는
암묵적 편견에 대한 일침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제언


기후변화와 전염병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성 과학자는 귀중한 장수나 다름없다. 전염병 대유행 동안 의학과 과학 분야 많은 여성이 요소요소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콜레라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한 세계적 미생물학자 리타 콜웰 박사. 미국의 기초과학 정책과 이공계 활성화 방안을 총괄하는 미국국립과학재단(NSF) 첫 여성 총재를 지내며 과학계 유리천장을 깬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과학자 중 한 명인 그가 자전적 경험을 털어놓으며 과학계의 뿌리 깊은 성차별 관행과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이 책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에서 그는 남성 중심적 과학계에서 여성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이겨낸 이야기를 풀어내며, 과학계 성차별이 어떻게 여성을 억압하고 지식의 발전을 가로막았는지 설파한다.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렵사리 진학을 거듭한 과정부터 대학, 대학원, 연구원, 교수 시절까지 이어진 갖가지 성차별과 여성 과학자로서 선구적 활동을 펼치며 부딪혀야 했던 장벽 등 시기별로 다채로운 불평등 사례를 실명 아래 가감 없이 밝힌다. 전 세계가 온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뒤덮여 있는 지금, 콜웰 박사가 들려주는 갖가지 일화들은 의미가 깊다. 5천 년간 인류를 괴롭혀온 콜레라 병원균의 근원을 찾는 연구 과정, 9.11테러 직후 발생한 탄저균 편지 사건에 사용된 생화학 무기 출처를 밝히는 과학수사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학계와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콜웰 박사는 탁월한 식견과 안목을 바탕으로 과학계에 몸담은 수많은 여성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여성 과학자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기 위해 사회 각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여성 스스로 전문 분야에서 남다른 능력을 쌓으며 인정받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교훈과 실전 팁을 전수한다. 과학자, 정책가, 사업가로서 들려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은 과학계 지망생뿐 아니라 이공계 직장인과 예비 창업자 그리고 우리 시대 과학적 과제에 관심 있는 부모, 교사, 교육기관, 입법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전한다.

“재능, 노력 그리고 좋은 논문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하리라 생각했다”


리타 콜웰 박사는 수인성 전염병 분야 권위자로 기후변화가 전염병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전염병이 어떻게 전파되고 날씨 패턴과 기후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공위성을 이용해 전염병 발생 시기를 예측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관해 새로운 이론을 도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콜레라 병원균이 자연환경에 잠복해 있다가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감염성을 갖는 상태로 변한다는 것에 대해 동료 과학자와 의학계 연구자를 설득하는 데 25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콜웰 박사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논문을 발표하고, 학회에서 강연하고, 또다시 논문을 발표하는 연옥에서 일했다”라고 소회를 털어놓는다.
콜레라 병원균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요각류(橈脚類)의 장내에 자연 서식하는데 해수면이 높아지면 저지대의 식수 공급원을 오염시키게 된다. 많은 과학자가 콜레라균이 인도 벵골만부터 미 북동부 체서피크만까지 전 세계 강 하구에서 자연 서식한다는 콜웰 박사의 주장에 동의했으나 몇몇 의학자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콜웰 박사는 그 일로 과학계에서 조롱거리가 되었다. 연구 결과를 비판하고, 강연 도중에 말을 끊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조롱하며 괴롭혔다. 캐나다 퀘벡시에서 열린 학회에서 한 영국인 남성은 “저런, 인형같이 귀여운 새가 우리를 인도하는군요”라고 비아냥거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학회에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유명인사는 술에 취해 꼬인 발음으로 “아무리 시끄러워도 난 말할 수 있지. 리타는 그냥 어린 소녀일 뿐이야”라고 웅얼댔다. 콜웰 박사 휘하의 몇몇 대학원생들은 여성 교수에게 논문을 지도받는다며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콜웰 박사는 학생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동료 교수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극도로 의기소침해졌다고 회상한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남자였더라면 그처럼 무시당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주변에서 어떻게 8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느냐고 물을 때마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한다. 여성 과학자로서 자신이 발견한 것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스무 번 이상 증명해야 했다. 증명하고, 증명하고, 또 증명해야 했다. 이런 상황은 매번 그를 지치게 했다.

과학계의 여성 차별 문제 바로잡은
MIT 여성 과학자들의 첫 반란


과학기술 분야 세계 최고 대학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조직적으로 여성 과학자에게 공정한 자원의 공유를 막았다. 1990년대 중반, MIT 분자생물학자 낸시 홉킨스는 남성보다 협소한 연구 공간, 낮은 연봉과 연구비 등을 문제 삼으며 성 편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연구 목적으로 제브라피시 어항을 들여놓기 위해 실험실 공간 확장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뒤, 1년간 직접 줄자를 들고 MIT 과학대학을 돌아다니며 실험실 면적을 쟀다. 그 결과 남성 교수들은 홉킨스보다 네 배가량 더 넓은 실험실을 가지고 있었다. 실험실 면적은 선임 남성 교수가 평균 279제곱미터였고, 선임 여성 교수는 평균 186제곱미터였다. MIT 과학대학 여섯 학과에서 종신 재직권을 가진 교수는 남성이 197명인 데 반해 여성은 단 15명에 불과했다.
이 일로 격분한 홉킨스는 과학대학 여성 교수들과 비밀 위원회를 결성해 더 많은 데이터를 모은 뒤 15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가 수집한 데이터는 성 편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MIT 과학대학의 여섯 학과 중 세 학과에서 학부생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지만 여성 교수진 비율은 20년간 8퍼센트에 묶여 있었다. 또 남성 교수보다 연봉과 실험실 초기 정착 비용은 더 적게 받으면서 강의 부담은 더 컸다. 수상 후보자나 학과장 혹은 영향력 있는 위원회에 지명될 확률도 남성 교수보다 낮았다. 과학대학이나 공과대학에서 여성 학과장이 임명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종신 재직권을 가진 여성 교수의 절반 이상은 자녀가 없었다. 홉킨스와 여성 교수들은 보고서에서 “MIT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차별은 대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졌다”라고 분석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무의식적으로 남성이 한 일은 과대평가하고 여성이 한 일은 과소평가해왔음을 의미하는 대목이었다.
콜웰 박사는 MIT 보고서가 과학계의 여성 차별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낸시 홉킨스 박사가 시작한 MIT 혁명이 효과가 있었던 이유는 학계 최초로 여성들이 함께 봉기해 변화를 촉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투 운동은 새로운 세대에게 여성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면 강력한 힘이 된다는 교훈을 주었다고 콜웰 박사는 평가한다. 하지만 미세한 차별, 즉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남성의 무의식적 편견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고 덧붙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여성을 방해하거나, 여성 위에 군림하려 들거나, 여성의 발견을 자신의 업적이라 주장하는 경향을 들었다.

남성은 여성보다 유능하다고 여기고,
저명한 남성일수록 여성 후배를 키우지 않는 과학계


콜웰 박사는 과학계에서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처우가 제도적이며 사회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여성은 성공적인 경력을 쌓는 데 필요한 충분한 지성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 많은 연구 결과가 스템(STEMM), 즉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의학 계열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는 사소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명한다. 미국의 경우 2000년 이후 전체 이공계 학사학위의 절반 이상을 여성이 취득했고, 생명과학 분야에선 1990년대 후반 이후 한 세대 동안 학사학위와 박사학위 취득자의 절반 이상을 여성이 차지했다. 하지만 박사학위를 마치면 여성의 39퍼센트만이 과학계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디딤돌인 박사후연구원이 되었고, 교수직을 얻는 여성은 18퍼센트에 불과했다. 명석한 뇌와 학위를 모두 갖고도 여성은 여전히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콜웰 박사는 여성이 과학에 흥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십 년간 과학계에서 여성을 적극적으로 배제해왔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암묵적 편견이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우리의 원시적 두뇌와 원초적 본능은 자동 반사적으로 자신과 다른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문명사회 이전에는 암묵적 편견이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암묵적 편견은 열린 마음을 갖고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고차원의 연구 능력은 Y 염색체와 연결돼 있다고 믿는다. 남성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여성보다 더 유능하다고 간주하고, 저명한 남성 과학자일수록 여성 후배를 키우지 않으며, 대학은 이런 엘리트 남성 과학자 실험실에서 젊은 교수를 채용한다. 콜웰 박사는 성차별과의 전쟁에서 여성의 승리는 여전히 요원하다고 역설한다.

고위험 직업군으로 전락한 과학자,
기업과 일하는 법 배워야 한다


정부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과학자는 고위험 직업군으로 바뀌었다. 박사학위를 소지한 과학자의 절반은 이미 학계를 떠났다. 실험실을 운영하고 학생을 선발할 보조금이 필요하거나 혹은 자신이 일할 곳이 필요한 과학자는 나이가 많든 적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민간 기업, 벤처 자본가, 관련 재단 그리고 정부에 굽신거린다. 이제 교수들은 연구 생산성, 논문, 강의뿐만 아니라 보유한 특허 수, 차지한 위원회 자릿수, 관여하는 스타트업 수로 평가받는다.
2004년 NSF 총재 자리에서 물러난 콜웰 박사는 이후 다국적 기업, 비영리단체 그리고 창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 세계를 두루 경험했다. 그는 학계와 정부에 더해 민간 기업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높은 식견과 안목을 바탕으로 오늘날 과학계에서 성공하려면 기업과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설파한다.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여성 과학자들에게 학계와 재계의 차이, 사업가로서 여성의 장점, 기술 기업의 특성과 스타트업의 문화, 벤처 자본 조달 시 유의점 등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콜웰 박사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대학의 박사과정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사과정은 스템 계열 학생들에게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줄 뿐, 사업을 시작하거나 운영하는 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학생을 위해 고안된 MBA 과정은 10년 가까이 연구에 매진한 박사과정생이나 박사후연구원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콜웰 박사는 교수를 배출하는 일에서 탈피해 사업에 관심 있는 스템 계열 대학원생들이 마케팅이나 재무관리 강의를 수강하거나, 관련 기업에서 한 한기 동안 인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박사과정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시절 그는 스템 계열 학생들이 대체 직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석사과정을 전문화하는 일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 그 결과 탄생한 과학비즈니스융합전문가 과정, 곧 비즈니스를 위한 과학 석사학위는 과학기술관리자, 투자분석가, 법의학자 등 많은 여성이 관심을 보였다.

더 많은 여성을 투입해야 더 나은
과학의 길 열린다


수십 년간 남성이 지배하는 분야에서 보낸 콜웰 박사는 회의 때마다 여성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남성의 발언을 들으며 여성들이 입을 다물고 있기를 강요받아왔음을 깨달았다.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대법관은 법원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활동하던 시절, 자신이 발언하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남성 법관이 같은 발언을 하면 주목받았다고 회고했다. 긴즈버그 자신도 말했다시피 그가 관심을 받지 못할 만큼 불명확하게 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 역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자가면역질환 권위자 데니즈 파우스트만 박사는 종종 회의 자리에 남학생을 데려가 자신의 주장을 대신 말하게 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파우스트만 박사의 말보다 남학생의 말을 더 잘 믿었기 때문이다.
콜웰 박사는 이런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는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 남녀 과학자를 포함한 사회 각 영역에서 취해야 할 행동 목록을 제시하며 책을 마친다. 오늘날의 세계는 너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해 인류 절반의 지능과 기술이 없으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콜웰 박사는 더 많은 여성을 투입해야 더 나은 과학의 길이 열린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여성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영감을 얻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인다. 숨은 실력자가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불공정한 사회에서 언제 레버를 당겨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과학자로 살아남기 위해 그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차별에 대한 기록이다. 동시에 고질적인 편견에 도전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믿고 써 내려간 희망을 담은 기록이다. 그의 진솔하고 생생한 경험담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소개

과학사와 과학자를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물리학 편집자로 일했고 《사이언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디스커버》, 《스크립스하워드》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해왔다. 지은 책으로 『불멸의 이론』, 『두뇌, 살아있는 생각』, 『화학의 프로메테우스』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_ 더는 숨지 않겠어

1장 안 돼! 여자는 이 일을 할 수 없어

2장 나 홀로, 패치워크 교육

3장 자매애가 필요해

4장 태양 빛의 힘

5장 콜레라

6장 더 많은 여성 = 더 나은 과학

7장 탄저균 편지

8장 올드 보이 클럽에서 영 보이 클럽, 다시 자선사업가로

9장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10장 우린 할 수 있어

감사의 말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