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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집 - 스무 살의 나를 만나는 네 번째 문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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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집 - 스무 살의 나를 만나는 네 번째 문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폴리할머니 
  • 출판사아미가 
  • 출판일2021-03-30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수십 년이 흘러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는 지금, 나는 큰딸을 위하여 그리고 누군가를 위하여 나의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나의 스무 살 이야기가 단지 조금 다른 삶을 살았던 청년의 일화로만 전달되지 않고, 보는 이들에게 현재의 삶을 살아내는 것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소망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당으로 나왔다.
바닥은 밤새 내린 비로 젖어 있었지만, 하늘은 푸르고 아침햇살은 선명하게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늘 그랬듯이 평소 잘 기대어 서던 난간 앞에서 맞은편 십자가 뒤로 펼쳐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나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저를 지켜주세요.”

“운동 그만혀! 둘이 이젠 같이 다니지 말란 말이여! 사람들이 뭐라는 줄 알어?” “엄마! 그런 게 아니라니까…” 할머니 아들이 말했다. “옘병! 아니긴 뭐가 아니여! 우리 아들 장개 못 가면 니가 책임질껴?” “어휴. 아주머니, 오해하시는 거예요.” 첫 번째 방 아주머니가 말했다.
“지랄을 하네. 그렇게 말 고상하게 한다고 저이가 착각하고 사는 모양이여~. 저녁마다 술집에 노래하러 가는 기생이잖어~. 지가 옷 잘 차려입고 고상하게 말한다고 혀서 착각하지 말란 말이여!”


할머니는 말싸움에 진 것이 화가 난 것인지 일층 할머니의 삶에 화가 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당신의 문 앞 쪽마루에 앉아 물을 들이켜셨다. 나는 마당으로 나와서 평소처럼 난간에 기대어 밖을 내려다보았다. 일층의 세 번째 부인이 골목 어귀에서 목이 부러진 선풍기를 끌고 조용히 대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바쁜 하루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거의 매일 가슴이 뻥 뚫어진 것처럼 공허하고 외로웠다. 특히 많은 사람과 웃고 떠들다 집으로 돌아오면 텅 빈 방안의 혼자가 되어있는 내 모습에 더욱더 마음이 힘들었다. 길을 걸으며 울기도 하고 하늘을 보며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속삭였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축복받지 못했어. 너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 이렇게 사느니 죽어버려.”
그러면 나는 대답했다.
“그래, 죽는 게 낫겠어. 나는 열심히 살아도 어차피 선택받지 못하는, 사진발 안 받는 피사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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