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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저 집은 둥글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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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저 집은 둥글다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박구경 (지은이) 
  • 출판사실천문학사 
  • 출판일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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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구경의 이번 시집에는 민중(「사동교의 한 말씀」)-정치(「노무현을 추억한다」,「다시 창밖은 9.11」)-통일(「70년 침묵을 깨는 침목」)-환경(「근황」,「어둠이 내린 시간에」)에 대한 시 등 다양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갱년기를 이겨낸 연륜에서 느끼는 아련한 추억의 향수시-즉, 배냇저고리의 착한 기억의 시가 주류가 아닌가 한다. 구체적으로 돌아가신 부모님과 고향 동네의 집과 마당과 골목과 도로와 전답과 산천과 동식물(새, 감나무,대추나무,밤나무,소나무 ,마루나무 등)과 다방과 폐교 등 낡고 오래된 것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이다. 그것은 또한 耳順을 넘긴 시인 자신의 무상한 인생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의 한 부분일 것이다.

빗줄기는 걀걀거리며 앞을 덮치고
바람은 들의 뿌리를 파낼 듯이 뒤를 때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 밤길을 걷잡을 수 없어
무섭고 떨리는 발길로 치닫다가 우연히 낡고 오래된 다리를 건넜다

어디선지 본 듯한 감나무가 앞을 막아서고

어깨가 넓은 어른이 밤 자루를 묶는 대로 쌓고 있는 마당가

따뜻한 화로와 둥그런 불빛이
당장이라도 붉은 팥죽을 끓여 들일 것만 같은 내 집 안방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가 앓고 있는 나를 재우고 떠나는 게
고스란히 보였다
-「점점 다가가니 내가 살던 집」전문

아궁이 불길이 방구들살을 어루만지며 우는 동안 먼 곳에서 처마를 타고 줄줄줄 마당 한가득 내려선 어머니

오래 아프지 말고 살라고 백설기 같은 정을 내어주며

부정한 살을 떼어내고 끈질기고 여물게 있으라며 수수팥떡 인절미를 빚던 손으로 이마를 짚어 울게 하는
-「비가 살을 파고들며 우는 팔월」 부분

고향 마을과 산천과 부모님 등 낡고 오래된 것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과 함께 시인이 중요하게 그리는 것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다. 가난했지만 시인에게 그 시절은 불행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가난 자체를 가난으로 느끼지도 못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오래 아프지 말고 살라고 백설기 같은 정을 내어주며
그때는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이었으니까
배고프던 시절이었으니까 어디 두고 먹을 게 있었나?
(중략)
아버지가 더워서 식식거리는 소처럼 돌아와서 뚝딱 물 말아 수저를 놓으면
다음에는 어머니가 마당에 내려가 풀냄새인지 풋내인지 아버지와 작두질을 하고 우물을 길어 등목까지 시켜 주고 나면
(중략)

그때는 뭘 두고 먹고 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때는」부분

그때는 아침 추위가 뾰쪽뾰쪽한
미루나무 그늘진 개울로 빨래를 이고 나가
구들장 같은 얼음을 방망이로 깨고 옷가지를 적시면
버들강아지 같은 언니들의 손이 쩍쩍 얼어붙었지
(중략)
다 빨아서 집으로 이고 올 때는 손등이 쩍쩍 갈라지고
빨래가 부러지도록 얼어붙었다니까 진짜라니까
-「세탁기와 얼음장」부분

흙발이랑 빈 소매
오뉴월이 떠난 어둑한 부엌의 부뚜막에 걸터앉아
물 말아 밥 한 술 뚝딱 얻어먹으니
(중략)
한 번은 가난 때문에 떠났고
한 번은 가난이 그리웠을 뿐이다
-「부엌밥」부분

그러나 이제 시인은 갱년기를 지나(「느티나무의 갱년기」) 홀로 남아 향수에 젖어 過去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現在 저만치 홀로 떨어져 외롭지만 둥근 저 외딴집처럼 둥근 달을 띄워 밝고 맑고 깨끗(明澄)해져( 「외딴 저 집은 둥글다」),어머니가 들려 준 배냇저고리의 착한 기억 하나를 손바닥에 쥐고 부드럽고 평화롭게(「평화롭게」) 사동교를 지나(「사동교의 한 말씀」) 들어서게 될 未來의 열반을 노래하고 있다.

누구나 돌아갈 때가 되면 가장 간단한 차림이 된다
다만 어머니가 들려 준 배냇저고리의 착한 기억을
손바닥 속에 가만히 쥐고
콩꼬투리 돌아 나가는 바람처럼 부드럽고 평화롭게
-「평화롭게」 전문

저자소개

1956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으며,10·26 당시 경남일보 기자로 근무하던 중 해직되었다. 1998년 행정안전부 공모 제1회 전국 공무원문예대전에 詩 「진료소가 있는 풍경」이 당선되어 행안부장관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진료소가 있는 풍경』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국수를 닮은 이야기』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이사, 경남작가회의 회장 엮임,‘얼토’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고산 윤선도문학대상> <경남작가상>을 수상 했으며, <2019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목차

제1부



외딴 저 집은 둥글다

다리 끝에서

내 안으로의 견학

노무현을 추억한다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

겨울

바닷가 가겟집

거리

하늘 발자국

점점 다가가니 내가 살던 집

꽃 피는 목욕탕

강우

비가 살을 파고들며 우는 팔월

꽃이 피면 까만 머리가 더 까매진다

그때는

세탁기와 얼음장



제2부



근황

침묵

들판

평화롭게

오는 길 가는 길

찰라

두보杜甫와 쓰촨성四川省 대지진과 내 안의 지진

다시 창 밖은 9?11

나비가 된 편지

도시락

꿈속의 이사

맑고도 쓴 소주처럼

골목 안 슈퍼마켓

은빛 김경희

김장에서 커피까지



제3부



봉숭아집

암흑가의 아파트

동한冬寒

어둠이 내린 시간에

숭고한 어머니

원지 다방

부엌밥

가난한 새벽

비닐, 그 하늘

어떤 이의 시

표정

버리려는 냄비를 보다가

사동교의 한 말씀

느티나무의 갱년기



제4부



물레방아 돌아온 물만치만 살자

또 다른 시멘트 우리

소, 그 아지랑이

산의 식사

그릇

골목에서 골목을 잃다

한 나무에 목련

골목 안 오른쪽 두 번째 국수집엔

마음

마당을 쓰는 비

달이 떠서 기뻤다

오늘은 뒷집 아재가 팔짱끼고 혀를 차고

지게와 작대기와

쥐가 달에 걸린 밤

계단 밑 거미는



해설 정우영



시인의 말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