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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기의 마음 - Project Oneul Vol.9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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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기의 마음 - Project Oneul Vol.9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해미리 
  • 출판사아미가 
  • 출판일2021-07-23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입석을 타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4호 차는 자칫 무법지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심지어 어느 정도 지정석이 있기도 하다. 나 역시 매번 앉던 자리에 앉는데, 대각선 방향에는 늘 양복을 입은 남자가 핸드폰으로 넷플릭스를 보며 등을 기대고 서 있다

지하철 문이 닫히고 나면 생각을 똑하고 떼어 놓고 오자는 남모를 다짐도 하곤 했다. 실제로 몇몇 생각은 지하철에 두고 오는 것에 성공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끔, 툭 하고 튀어나와 번식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그 생각 곰팡이들의 정체는 ‘후회’였다.

일요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인정이다. 내일은 월요일이고 지금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월요일의 내가 얼마나 힘들고 피곤할지에 대해 인정하는 거다. 여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다. 두 번째로는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이 구간의 최대 적은 현대인의 마법사전인 유튜브다. 알고리즘의 늪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새벽 3시가 되어버린다. 최고의 악당인 셈이다.

평일 아니면 주말. 이렇게 이분법적인 인생이라니. 허탈해서 웃음이 다 났다. 심지어 나는 회사에 다닌 지 1년밖에 안 되지 않았나. 남은 30여년의 회사 생활에도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면 정말 나는 괜찮을까. 일요병에 대한 고찰로 새벽 2시를 넘기고 있을 때쯤, 핸드폰에서 알람 하나가 도착했다. ‘1년 전 오늘’ 친구와 여름휴가를 떠난 1년 전의 나였다.

참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눈을 뜬다. 방 안으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몸이 이상하게 개운하다고 느끼며 핸드폰을 집어 든다. 이미 보기도 전에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 그 순간을 나는 지각의 감각이라고 부른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는 ‘열정’과 ‘도전’이 정말 중요한 키워드다. 어떤 채용공고를 봐도 ‘열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던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도전정신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건 일단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온몸의 도전과 열정을 끌어모아야 하는 거다. 더욱이 이 빠듯한 경쟁 사회에서는 열정까지도 비교한다.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