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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큐어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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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큐어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최세운 (지은이) 
  • 출판사도서출판 아시아 
  • 출판일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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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20년도 심훈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최세운 시인의 첫 번째 시집

2020년도 심훈문학상 수상 시집. 2014년 《현대시》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한 최세운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6개의 장으로 세심하게 구분된 이번 시집에는 최세운 시인이 데뷔 이후 꾸준히 발표해온 5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시집은 ‘모든 것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라는 소제목의 장으로 출발하는데 ‘6분짜리 테이크 와이드앵글’이라는 두 번째 장을 지나 마지막 장인 ‘컷, 비네팅이 되는’에 이르면, 독자들은 이들 제목이 모두 카메라의 촬영 과정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카메라에 포착되는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최세운은 세계가 멸망하는 장면들을 포착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절망에 빠지지는 않는다. 결국 시인이 보여주는 장면은 “모든 것이 망쳐지고 모든 것이 불타버리고 모든 것이 흩어졌을 때, 그때 우리는 비로소 어떤 출발선에 서게 되는 것”(임지훈 문학평론가)인지도 모른다.

더 간절한 쪽으로 달아나는 문장들 ―

“뒤돌아보면 소금이 되어버리는 노래를 한없이 통과하면서 ‘불가능한 가능성’으로 성큼성큼, 머뭇머뭇, 나아간다.”
―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세계가 멸망하므로 어쩌면 화자는 더 간절해진다. 바로 그 멸망을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가계의 멸망과 국가의 멸망, 세계의 멸망을 간절히 바라다보면 멸망 다음에 올 어떤 것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후에는 어떤 것이 가능할지도 궁금해진다.

너희는 너희들에게. 죽은. 소매를 내밀고. 쓰러진. 복도와. 커튼과. 식탁과. 의자를 밀며. 가로수와 가로수. 너머의 가로수까지. 빛과 노래가. 만나고. 번져가는 입김이. 화분이. 벽에서 들리는. 너희의 울음이. 오전 내내. 컵 속에 채워지는. 흑암과. 의지와. 바닥이. 믿음을 거스르고. 창가에서 벗어나고. 모든 문이. 잠긴다. 우산을 펴고. 너희들은. 어디로 가는 중인지. 밤새도록 너희는. 너희들을. 다스리고. 어긋나는 너희와. 발맞추고. 갈라지는. 너희들을 안고서. 너희는. 간절한. 저녁을 따라. 더 깊은. 바다로. 침몰한다.
― 「파고」 부분

불가능한 세계를 보여주면서 가능한 세계를 꿈꾸게 하는 것이 시인의 임무이기도 하다는 듯, ‘컷’이라는 외침과 함께 영원히 멈춘 장면으로 남을 찰나의 이미지는 서서히 빛바래가면서도 진실의 순간을 부여잡는다. 그것은 아무런 희망도 낙관도 없이 멸망하는 세계를 전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폐허 속에서 오히려 주체는 힘을 갖게 되고 시는 빛을 발한다.

너를 모으는 중이야 휘파람과 휘파람과 휘파람과 함께 비가 온다면 우리는 하얗게 흘러가버릴 거야 시트를 머리끝까지 덮어줄 때 알록달록, 이라고 발음해보자 반쯤 뜬 눈꺼풀을 천천히 내려줄 때 안녕, 하고 꼬리를 흔들어보자 너는 난간 밖으로 나가자고 해 손을 놓치지 말아야 해 우리는 이제, 어린 량이야
― 「양의 량」 부분

시인의 시적 열망은 실패하는 자리에서 태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실패한 것들의, 폐허가 된 자리를 돌아보면서 시인의 카메라는 천천히 돌아간다.

저자소개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2014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2020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페이지 https://www.simsimcci.com
브런치 https://brunch.co.kr/@simsimcci

목차

시인의 말



모든 것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

몬순 / 소년병 / 아그리파의 휴일 / 라가 / 폼페이 / 는다는 는다를 / 그리마 / 실로 / 라라 / 제니 / 피노키오 대외비 / 야뇨증 / 링거 / 그린란드식 상자 / 골리앗 / 스테인드글라스 / 가스실 / 아라베스크



6분짜리 테이크 와이드앵글

요일은 노란 / 서머타임에 라도 / 양의 량 / 모과와 과테말라 / 마음대로 자동화 / 나니와 나니 / 아잔의 르 / 채플린라디오채플린 / 불가능한 가능성 / 라마 / 곡예사



35mm, Foma FOMAPAN 100

도도 / 도도 / 도도 / 도도 / 도도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1/250

안식일 / 레버 / 저녁 / 암모니아 / 식물원 / 아무것도 아닌 / 세월 / 파고 / 강림 / 유월(逾越)



진실의 순간, 치즈

페디큐어 / 화상 / 바닐라 / 점점 / 라의 라 / 모노레일 / 피와 냄새



컷, 비네팅이 되는

겨울의 공터 / 어물전서(魚物廛書) / 판탈롱 판타지 / 외가 / 포도 속의 포도 / 나무는 상처가 많은 사람



해설

단지 실패할 뿐. 단지 그러할 뿐. 다만 진실로 실패할 뿐. _임지훈(문학평론가)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