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제임스 휴네커
- 출판사바른번역(왓북)
- 출판일2021-08-19
- 등록일2021-12-09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210 K
- 지원기기
PCPHONETABLET 프로그램 수동설치전자책 프로그램 수동설치 안내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책소개
- 예술이 어떻게 개선될 수가 있나? 예술이 “자라서” 성숙해질 수 있는 무슨 유기체라도 되나? 그렇다면 바로 그 이유로, 예술이 늙어 비틀거리고 깜빡깜빡하다가 결국 죽어서, 쓸모 있었던 긴 생애에 걸맞은 존경을 한껏 받으며 땅속에 묻힐 수도 있겠다. 그러고는 예술이 썩어서 오류가 된다고 말한 인간이 헨리크 입센이었다. 자, 예술의 개선 운운하는 모든 말이 이 노르웨이 극작가의 틀린 추론만큼 잘못되지 않았나? 잘못된 게 아니라면 바흐는 고인이고 베토벤은 중년이며 모차르트는 노인네일 텐데.
- 바그너가 음악에 미친 영향은 개탄스럽게 해로웠다. 바그너는 예술을 통속극으로 바꾸었으며, 예술의 본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짓되고 연극적이며 ‘개인적’인 느낌을 예술에 심었다. 연극이 아니라 교향곡이 음악 예술의 목표다. 작곡가도 비극 작가도 아니었지만 양쪽의 교묘한 혼종이었던 바그너는 예술을 본연의 목표 대신 자기만의 용도에 맞게 썼다. 영향력이 대단했다고? 그래, 바그너의 영향력은 대단했지만, 위험했다. 바그너는 최고의 경지에 결코 이르지 못했고, 각광을 받는 배우처럼 연기만 했다. 그래서 악파도 후계자도 남기지 못했다.
- 1850년대, 1860년대, 1870년대에 ‘꼰대’식 교습을 견뎌 낸 젊은이라면 틀림없이 훌륭한 예술가였을 것이다. 그런데 보통 그런 젊은이는 생존경쟁에서 이긴 적자였다. 적자 한 명이 선택받기까지 천 명이 도태되었다. 튼튼한 손, 지칠 줄 모르는 끈기, 음악에 깊이 빠지는 기질이 있어야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을 거듭 놀리는 터무니없는 연습을 견딜 수 있었다. 연습은 지나치게 길어지는데, 재미없는 연습곡은 어마어마하게 많고, 전완과 상완 관리는 옛날부터 그랬듯 소홀하고, 연주할 만한 곡의 범위도 지금에 비해 좁고……, 뭐, 이렇게 성장을 가로막는 교육에 굴하지 않으려면 다부진 몸과 확실한 음악성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 그러고 나서 이것저것 캐기 좋아하는 성격대로 온갖 작곡가의 작품을 조금씩 살펴보니, 작품을 집에 비유한다면 집의 안정성이 그 토대에 들어가는 바흐라는 재료의 양에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재능 있는 작곡가가 바흐를 재료로 많이 사용하면 견고한 건물을 세웠다. 반면에 작곡가가 얼마나 뛰어나고 눈부시고 놀라운 재능을 지녔든 간에 바흐를 사용하지 않고 서둘러 집을 세우면, 음악이라는 저택이나 궁궐이 폭삭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