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상세보기

슌킨 이야기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 사랑의 여러 빛깔 (커버이미지)
알라딘
슌킨 이야기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 사랑의 여러 빛깔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다니자키 준이치로 
  • 출판사무블출판사 
  • 출판일2021-08-22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두 묘비는 낮은 석단 위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는데, 슌킨의 묘 오른쪽에 소나무 한그루가 푸른 가지를 마치 지붕처럼 묘비 위로 드리웠고, 그 가지 끝이 닿지 않는 왼쪽으로 두세 자쯤(약 60~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사스케의 묘가 황송해하며 모시듯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작가가 주인공인 ‘모즈야 슌킨전’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과 평가를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릴 적 주인집과 거래처 견습공 관계로 시작해, 옛악기 고토 스승과 제자, 그리고 사실상 부부관계로 이어지는 두사람인 만큼, 사스케가 평생 슌킨에게 품었던 경외와 사모의 감정으로 써진 책에서 중심을 잡아간다.
슌킨은 부유한 약재상 집안 아가씨, 사스케는 거래처에서 온 가게 수습생이다. 덧붙이자면 슌킨은 아홉 살에 시력을 잃었지만 고토와 샤미센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부유한 집안 형편과 음악적 재능, 미모가 ‘선물’이었다면, 실명은 그녀의 삶을 뒤틀어버린 재앙이었을 테다. 반면 사스케는 형편이 넉넉치 않은 상인 집안에서 거래처에 위탁된 견습생이었다,
“스승님에 비한다면 도리어 눈이 보이는 쪽이 더 비참하지. ... 나나 너희는 눈코가 있을 뿐, 다른 것은 무엇 하나 스승님께 미치지 못한다. 우리들이야말로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p96)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것은 고토를 배우러 다니는 슌킨을 사스케가 수행하면서다. 이후 사스케가 몰래 고토를 배우다 들키자 슌킨이 본격적으로 가르치기를 자청하며 둘 사이는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슌킨의 가르침은 혹독했다. “어찌 보면 슌킨이 어느 정도 가학적 기질이 있었던 것은 아닐지, 교습을 빙자하여 일종의 변태스러운 성욕적 쾌락을 즐겼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p113)
하지만 슌킨의 가학적이기까지 한 교습방식은 결국 그녀의 나이 37세에 자신을 망쳤다. 어느 밤 잠입한 괴한이 뜨거운 물 한 주전자를 얼굴에 끼얹고 도망갔고, 때문에 화상으로 짓무른 피부가 가라앉기까지 두 달 이상 걸릴 정도로 큰 상처를 입는다.
“사스케는 하녀들의 방에 들어가 그녀들이 쓰는 경대와 바늘을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가져왔다. 그러고는 이부자리 위에 정좌한 채 거울을 보며 자기 눈의 중앙을 바늘로 찔렀다.” (p162) “잘 결심해주었구나. 기쁘게 생각한다. 내가 누구의 원한을 사서 이런 험한 꼴을 당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진심을 털어놓자면 지금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줄지라도 너에게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잘 알아차려주었구나.”
병으로 슌킨이 세상을 뜨고, 다시 사스케는 20여년 이후 슌킨 기일에 세상을 뜬다. 사스케는 아들도 처첩도 없이 여생을 보냈고, 슌킨이라는 관념을 지켜냈다. 과연 두 사람의 일이 사랑이라 할 수 있을지, 두 사람의 감정과 고집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별개의 얘기다.
“추측건대, 이십일 년이나 고독하게 살아가는 동안 사스케는 생존할 때의 슌킨과는 완전히 다른 슌킨을 만들어냈고 더욱더 선명하게 그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교토의 사찰 덴류지의 가잔오쇼 스님이 사스케가 스스로 눈을 찌른 이야기를 듣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사를 판가름하고 추한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바꾸는 선기를 칭찬하며 달인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평했다고 한다. 독자께서는 수긍하실 수 있겠는가.” (p176)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