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상세보기

카피어 (커버이미지)
알라딘
카피어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동경소녀 
  • 출판사위즈덤커넥트 
  • 출판일2021-09-12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미리 보기>
"야, 넌 점수가 그게 뭐냐? 짝을 바꾸든지 해야지."
희진은 특유의 무시하는 눈빛으로 시현을 위아래로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 녀석의 잘난 척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녀석의 실력이 부러웠다. 녀석은 언제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를 들었다. 시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무슨 노래를 듣는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이어폰을 뺏어 들었을 때, 시현은 어리둥절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것은 노래가 아니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바로 영어를 듣는 중이었다. 시현은 조용히 이어폰을 빼서 녀석의 귀에 그대로 꽂아 주었다. 녀석도 어이가 없었는지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시현이 하는 행동을 가만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시현은 공부는 하기 싫고, 어떻게 하면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자신도 시험을 잘 볼 수만 있다면, 희진이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안 된다는 것을 시현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녀석처럼 듣기 평가를 잘 받으려면, 녀석의 듣는 귀가 내 것이라면, 나도 듣기 평가를 잘 볼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다음날, 영어 듣기 시험이 있었다. 백날 들어도 들리지 않은 외국어. 우리나라 말도 아닌데 왜 시험을 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시현은 오늘도 한숨을 푹 쉬며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이건 뭐 눈이 있어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긴장하는 모습과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진 교실에 명랑한 여자 음성이 나왔다. 시현이 픽- 하고 웃었다. 아이들이 일제히 자기를 보았지만, 시현은 아무 일도 아니란 듯 어깨를 들썩였다.
"How long will the fine weather hold?"
시현의 귀에 여자의 음성이 똑똑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순간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들리지 않은 영어가 지금, 이 순간에, 왜 이렇게 잘 들리지?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이거 실화야?'
그 뒤로도 여자의 음성은 놀라울 정도로 또록또록하게 귀에 박혔다. 시현 어리둥절했다. 이게 꿈은 아닐까? 잠시 허벅지를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 할 때가 아니었다. 듣기는 금방 끝나기에 듣는데, 더 집중해야 했다. 멍했던 정신을 가다듬고 여자의 음성에 집중했다. 잘 들리니 문제는 정말 쉬웠다. 처음으로 시험지를 내면서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입이 귀에 걸렸다. 희진이는 그런 시현을 보며 뭐 잘못 먹은 거 아니냐며 놀려댔다. 시현은 그러거나 말거나 배시시 웃었다.
며칠 뒤 시험 점수가 나왔다. 희진이 녀석의 점수와 똑같은 점수를 받았다. 시현은 놀라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정말로 점수가 이렇게 잘 나올 줄은 몰랐다. 잘 들리긴 했어도 답이 맞는지 몰라 찍은 것도 많았다. 그런데 전교 1등을 하는 희진이 녀석과 점수가 같을 줄이야….
반 친구들도 놀라 시현에게 어떤 찍기 신공을 발휘했는지 바른대로 말하라고 멱살을 잡기도 하고, 분명 커닝을 한 것이라며 방법을 전수해 달라고도 했다. 시현은 그냥 우연이라며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다고 하며 그냥 넘겼다.
하지만 다음 시험에서도 영어가 정말 잘 들렸다. 하루아침에 영어 듣기를 잘하게 되자 시현은 듣기 실력이 진짜 자신의 실력인 줄 알았다.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이게 귀가 뚫린다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추천평>
"남의 능력을 복사할 수 있게 된 고등학생. 당연히 공부니 취직이니 걱정거리는 모두 사라진다. 그러나 진정 원하는 것은 복사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