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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을 꿈꾸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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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을 꿈꾸다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권현숙 (지은이) 
  • 출판사창연출판사 
  • 출판일2020-06-06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권현숙 디카시집 해설]

시를 쓸 것인가, 삶을 쓸 것인가


임창연(시인, 문학평론가)

1. 작가의 정체성
작가는 끊임없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려주는 사람이다. 기록이라는 방식으로 그 이야기들은 전해진다. 문자가 있기 전에는 구전(口傳)을 통해 이어져 왔고, 그림으로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오히려 문자 이전에는 가까이 다가가서 귀를 기울여 들었다. 그림이라도 남겨져 있으면 무엇일까 하고 세심하게 살폈을 것이다. 지금은 문자의 범람과 기록의 홍수에 갇혀서 다 볼 수가 없고, 다 읽을 수도 없게 되었다. 반면에 과학 문명의 발달로 각종 휴대용 기기를 통해 읽기는 더욱 쉬워졌어도 사람들은 감성은 더욱 고립되고 거칠어져 간다.
미셀 푸코(1926-1984)는 1969년 프랑스 철학회의 회원들 앞에서 발표한 강의록인 「저자란 무엇인가」에서 ‘오늘날의 글쓰기는 표현의 필요성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그것 자체만을 근거로 삼고 있지 내재성의 형식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외면성의 전개 내에서 인식된다. 이는 글쓰기가 의미하는 내용보다는 의미하는 것의 성격에 따라 배치된 기호들의 유희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또한 글쓰기의 규칙성이 그 한계 쪽으로 시험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글쓰기는 자신이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는 이러한 규칙을 언제나 위반하고 있고 전도시키고 있다. 반드시 규칙들을 넘어서서 마침내 그 규칙 밖으로 나가고 마는 놀이처럼 글쓰기는 전개된다. 따라서 글쓰기의 핵심은 글 쓰는 행위의 고양된 정서나 한 언어 속으로의 주체의 개입이 아니라 글 쓰는 주체가 끊임없이 사라지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미셀 푸코가 말하는 글쓰기는 끊임없는 진보를 말한다. 좀 더 효과적인 표현 수단을 통해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접근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다양한 기록(매체)들을 통해 자신의 작품들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를 원한다. 아직은 책이라는 보수적인 인쇄물을 통해 작가의 작품들이 남겨지고 전해진다. 과거에는 독자들이 직접 서점을 방문하여 책을 골라 읽었지만, 지금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받고 온라인 서점을 통해 책을 주문한다. 그것이 시간과 비용 절약에서 꽤 유리하다.

디카시는 시대적 요청과 저자와 독자들의 공감으로 이 자리까지 온 것이다. 아직도 디카시를 폄훼하기도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것 역시 자신들이 깨어져야 할 부분이지 이론적으로 설득할 시기는 이미 지난 것이다. 그것이 용어의 문제이든지 형식의 문제일지라도 몇 마디의 말로 떠들 것이 아니라 이론적인 논의로 도전할 문제이다. 그것이 오히려 디카시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있다는 것은 더 단단해지고 발전할 밑거름이 많아지는 것이기도 하다.
디카시를 처음 시작한 이상옥 교수는 물론이고 디카시를 쓰는 작가들은 디카시 장르란 황무지에서 디카시를 뿌려서 디카시를 거두는 수확자들이다. 그리고 그 기쁨을 알기에 끊임없이 시간과 물질을 들여서 디카시 농사를 하는 것이다. 이번 디카시집 『절창을 꿈꾸다』를 펴낸 권현숙 작가는 수필가이면서 디카시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첫 디카시집을 내었다는 것은 그 가치를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다양한 표현 방법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는 사람이다. 작가는 책을 만들어 발표할 때 비로소 작가라는 진정한 주소 하나를 가지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2. 여자와 남자 이야기
이 세상은 사람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남자와 여자라는 종족이 존재한다. 특히 여자라는 존재는 육체적인 면에서도 남자와는 차별성을 가진다. 그래서 달마다 생리를 하고 생리를 하는 동안에는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기도 한다. 그래서 달은 가장 여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생리를 하는 시기를 달거리라고 부른다. 또한, 달이 초승달에서 보름달이 되고 보름달에서 그믐달이 되는 모양은 여자 임신하여 배가 불러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아울러 생리 주기도 달의 시간에 맞물려 있기도 하다. 디카시 「갱년기」는 여자가 일생에 한 번 맞닥뜨리게 되는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달마다 붉게 꽃 피던 날들 있었네명자꽃 화르르 꽃불을 질러대도텅 빈 항아리 속 어둠처럼 캄캄해진 가슴은
허허로움 만발한 봄을 지나네
- 「갱년기」

아버지라는 이름은 여자가 만나는 첫 남자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 경험의 기억에 따라서 남자에 대한 온전한 인상으로 남아서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기에 무한한 사랑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애증의 대상이 된다. 그것이 지나쳐 불신의 관계로 형성되면 혐오의 대상으로 자리를 잡을 수가 있다. 다행히 작가의 아버지는 나이가 들어서 감사와 애련의 자리를 지나고 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간에 건강상의 문제로 생의 고비를 넘기신 상태이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하시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래서 아버지의 봄이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첫 남자 아버지가 환생의 봄을 지나고 있다.

겨울 끝자락 즈음생사의 경계를 다녀오신 후캄캄한 시간을 지나 돌배나무 아래꿈인 양 봄 속을 거니는 당신 아, 이토록 고운 봄날 또 있었던가요
- 「아버지의 봄」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족을 이루는 것은 한 나라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만약 그러한 관계가 건강하지 못하고 파괴가 되면 그 나라는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다. 잘 사는 나라일수록 가족이라는 울타리도 튼튼하다. 작가의 어머니 아버지는 단란하게 익어가는 중이다. 부모의 삶은 자식들이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대부분 무리 없이 든든한 가족 구성원으로 만들어진다. 부부의 알콩달콩한 모습에서 작가의 가정 모습도 반영되고 있으리란 생각을 해 본다.

푸른 날들을 지나하얀 세월에 닿을 동안맵고 싸한 눈물이 흘렀지
이제는 달큰하게 익어가는 당신과 당신
- 「부부」

3. 사랑한다는 것은
작가의 글은 마음에 담겨있는 생각들이 흘러나와 문장을 적시고 있다. 비가 내려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제일 먼저 생각으로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은 마른 기억들도 촉촉하게 젖어서 추억도 움트는 날이 된다. 찻집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의 지문에 기록된 사람이다. 비가 내리는 데도 찻잔 속에 달이 뜨다니, 그게 바로 그대라는 사람이다. 달이야 어딘들 못 뜨겠는가! 그대가 있는 곳이 하늘이고 우주인데 말이다.

젖을수록 또렷이 돋아나는
그대 생각 여태도 붉어서
기어이 범람하는 그리움
오늘은 찻잔 속 달로 뜨는가

- 「비가 내리면」

사랑과 이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같은 쌍둥이다. 아무리 이승에서 행복하고 열렬히 사랑해도 이별은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와 속삭인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별한다는 것은 사랑의 계약서를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돌려주지 않아도 반드시 시간이라는 통지서가 날아든다. 아무리 따뜻한 손이라도 놓아주고 기억만을 남겨야 한다. 그래서 이별은 늘 아프다.

단단히 질러둔 마음의 빗장만 풀어 달랬지누가 손까지 아주 놓으랬나
- 「이별」

아직도 사랑할 시간이 남아 있고, 사랑할 사람이 곁에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야 한다. 세상에 가장 지고지순한 사랑이 있다면 그건 어머니 사랑이 아니겠는가? 여자는 시집을 가면 엄마의 마음을 알고 아이를 낳으면 더더욱 잘 알게 된다. 여자는 출가외인이라 말하지만, 요즘은 시집을 가도 친정을 시댁보다 더 많이 드나드는 세대가 되었다. 특히나 시골에 친정을 둔 딸들은 농산물 수확 시기가 되면 소주병에 참기름이며 친정에서 바리바리 싸준 먹을거리를 가득 싣고 온다. 친정의 부모는 자신들의 먹거리보다 자식들을 위해 농사를 짓는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더 이상의 큰 사랑의 표현이 또 어디 있을까?

깨를 털듯 조심조심깨알 같은 자식들 여태도 애잔하신가돌아오는 보따리마다갈퀴 같은 손으로 꾹꾹 찔러주시는엄마표 사랑 두 병
- 「고소한 슬픔」

4. 멈추지 않을 노래들
디카시는 즉흥적이고 찰나적으로 만나지는 작품들이 정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시처럼 두고두고 문장을 만지는 것은 디카시로서의 맛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펄떡펄떡 뛰다가 잡혀서 접시에 올려진 싱싱한 생선회처럼 써져야 한다. 그런 시가 진정한 디카시라고 말할 수 있다. 남들이 모를 것 같지만 대체로 보면 알 수가 있다. 그게 바로 쓰인 건지 묵혀 둔 사진에다 문장을 붙여놓은 건지 말이다. 좋은 디카시가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사진이 먼저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것은 보는 눈이 먼저 열려야 한다는 말이다. 최현숙 작가의 디카시 「가을과 겨울 사이」는 사진 자체로도 탁월하다. 흔히 반영이라고 불리는 사진이다. 이런 장면을 발견하는 것도 타고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보는 눈이 열려야 한다. 더군다나 빗물에 고인 캔버스라니 더욱 놀랍다. 작가 충분한 사진의 수련도 거쳤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가을과 겨울 사이가 짧다고 하지만 이 디카시에서의 행간은 참으로 깊고 먼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빗물 캔버스에
늦가을이 그려놓은 자화상
날 잊지 말아요
당부가 꿈결처럼 깊고 푸르다
- 「가을과 겨울 사이」

아주 예쁘고 아름다운 걸 보면 왠지 슬프고 눈물이 나는 경우가 있다. 흔히 찬란한 슬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가는 예쁜 분꽃들이 무더기로 피려는 걸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꽃은 피면 지는 것이 운명이듯이 사람도 화려한 때가 지나면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도 어쩌나 꽃은 매년 피고 지지만 엄마는 꽃보다 힘이 세고 늘 씩씩하기만 해 보이는걸요.

엄마의 코티분 향기산비알 가득 흘러다니는 봄날향기 따라 훌쩍울 엄마 먼 길 떠나실까 덜컥 겁이 나꽃 얼굴만 봐도 눈물 납니다
- 「분꽃나무 꽃이 피면」

권현숙 작가의 원고로 해설을 쓰려고 작품을 고르려다 보니 이 작품도 쓰고 싶고 저 작품으로도 이야기를 쓰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일부의 작품만 다루려니 아쉬움도 많았다. 그만큼 작가의 디카시 수준이 고르고 좋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잘 써진 디카시 한 편을 만난다는 것도 참으로 기쁜 일이다. 그런데 받아든 원고에는 많은 빛나는 작품들이 있어서 읽는 시간 내내 즐거웠다. ‘절창을 꿈꾸다’는 말처럼 누구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누구나 명창이 될 수는 없다. 권현숙 작가는 디카시집 『절창을 꿈꾸다』를 통해 디카시의 명창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독자들도 이 디카시집을 읽는 동안 충분한 공감을 하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절창을 꿈꾸다」를 소개하며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금방이라도 닿을 것만 같아 
다가서면 저만치 또 달아나버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

늘 먼 발치만 허락하는 그대여!
- 「절창을 꿈꾸다」

저자소개

경북 안동 출생으로 2007년 월간《수필문학》으로 등단했다. 2016년 수필집 『바람 속에 들다』를 출간했으며 2017년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2020년 디카시집 『절창을 꿈꾸다』를 내어놓았다.
2020년 현재 대구수필가협회, 구미수필문학회 회원으로, 다음 카페 ‘디카시 마니아’에서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목차

제1부_아버지의 봄

다솜

선물

불황

갱년기

아이러니

가을과 겨울 사이

불나비사랑

휴애리에서

세월의 강

비밀

해로

꿈꾸는 숟가락

아버지의 봄

너도 꽃

미분양

희망론

그 이유

봄의 힘

풀꽃시계

열려라 꽃길!

울타리



제2부_안개의 시간

이슬을 읽다

그들의 사랑

부부

어떤 생존법

특효약

찰나

빈집

허공에 비친 바다

이건 아니죠

춘정

예측불허

노목

그곳

안개의 시간

파꽃, 피다

사랑

비가 내리면

황혼 연가





제3부_혹서기

그때

혹서기

회한

회환 2



소확행

사랑을 보다

가을 이팝

사랑의 힘

투명한 등짐

고소한 슬픔

모를 일

발아

뒤를 읽다

이별

비나리

봄은 올까

명의

세류폭포

늪에게 묻다



제4부_나목 아래에서

동상이몽

나목 아래에서

빈집 2

상흔

슬픔의 덩굴

못 찾겠다 꾀꼬리

장도리 죽비

날개

입동 무렵

고백

편도片道

고백 2

다비식

기다림

겨울 저수지

시린 말

업둥이

우수와 경칩 사이

절창을 꿈꾸다

격세지감

분꽃나무 꽃이 피면



■시집 해설 / 디카시를 쓸 것인가, 삶을 쓸 것인가 - 임창연(시인,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 권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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