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에디스 네스빗
- 출판사바른번역(왓북)
- 출판일2021-09-23
- 등록일2021-12-09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2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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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필립은 놀이방 탁자 위에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래층에 가면 뭔가 쓸 만한 게 있을 거야.”
유모는 분명 무엇이든 갖고 놀아도 된다고 했었다. 필립은 양팔 가득 장난감을 안고 두세 번 방을 오가며 블록 상자, 체스, 도미노 상자를 아래층 응접실로 옮겼다.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달린 길쭉한 응접실에는 흥미로운 물건이 가득한 장식장과 뻣뻣한 갈색 천으로 덮인 탁자, 의자 몇 개가 있었다. 필립은 잉크 통과 책이 놓인 커다란 책상을 치우고 그 위에 다시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장식장 위에 놓인 청동 이집트 신상이 필립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필립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서운 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 이 저택에 있는 사람을 모두 납치하는 일이 가능할까? 번뜩 유모가 떠올랐다. 적어도 유모와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혹시 마법일지도!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이야기처럼 마법에 걸린 것이다! 단지 백 년 동안 잠들게 하는 대신 모두 사라지게 했을 수도 있다. 필립은 머릿속을 이리저리 굴리며 마구간 마당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냥 눈에 안 띌 뿐일 거야. 몰래 숨어서 지켜보다 놀라게 하려는 걸지도 몰라.’
그다지 즐거운 생각은 아니었다. 필립은 작은 등을 꼿꼿이 펴더니 고개를 번쩍 들었다.
‘내가 겁먹었다는 건 아무도 모를 거야.’
문득 꿈에서 본 사다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사다리는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아침 내내 아무것도 못 먹었어.”
듣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필립은 큰소리로 외쳤다.
“뭐라고 먹어야 한다고! 아무도 안 주면 직접 찾아 먹겠어.”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당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돌바닥에 부딪히는 말발굽 소리와 고삐가 여물통에 부딪히는 달가닥 소리, 비둘기가 구구하고 지푸라기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정적을 깰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