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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죽이기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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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죽이기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동경소녀 
  • 출판사위즈덤커넥트 
  • 출판일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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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리 보기>
2018년 12월 어느 날, 현귀식은 장례식장을 찾았다. 화환에 쓰여 있는 글자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한북건설, 수지건설, 태양산업, 소양건업, 태음실업 ...' 장례식 입구를 가득 채운 수많은 근조화환에 귀식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귀식은 영정사진을 놓아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현실과 정아, 두진이 손님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현실과 정아는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수성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수성이 정아와 현실을 내보내고, 두진과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귀식은 거래처 사장들과 잘해줬던 놈, 원수 놈, 기억도 안 나는 놈들이 영정 사진에 절하고 있는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출출한 느낌이 들어 빈소를 나와 테이블이 있는 쪽으로 갔다. 테이블에는 마른안주와 땅콩, 과일, 편육, 떡, 김치 등등 여러 가지가 놓여 있었다. 귀식은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하며 테이블에 놓여 있는 음식들을 입으로 가져갔다. 음식은 그대로였지만, 다행히도 귀식은 배가 불렀다. 마음이 가득 찼다고 해야 하나?
암튼, 음식을 먹으면서도 귀식은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장례식장 안은 우는 사람 한 명 없고, 그저 자기들끼리 떠들어 대고 있었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시장판이 따로 없었다. 이 테이블, 저 테이블 기웃거리며 귀식은 사람들 사이를 거리낌 없이 지나다녔다. 어느 정도 배가 차, 마땅히 있을 곳이 없어 영정사진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때, 허연 얼굴로 무표정의 검은 갓에 검은 도포를 입은 이를 발견했다. 귀식은 순간 뒷걸음질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온몸이 얼음이 되어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저, 저자가 말로만 듣던 저승사자구나'
라는 생각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TV엔 검은 정장을 입던데 아직 옛날 도포를 입고 있어.'라고 생각만 할 뿐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저승사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저승사자는 아직 없다. 그냥 TV에서 설정을 그렇게 잡아 놓은 거다.'라고 말했다. 아니 입을 벌리고 말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인지 귀식에게 그냥 들려왔다. '입도 벌리지 않고 어떻게 말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승사자에게 함부로 낮춰서 말하지 마라.'라고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테이블의 물 잔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귀식의 눈에는 물 잔의 떨림이 보였지만, 사람들은 어떤 미동도 느낄 수 없었다.
'이제 갈 시간이다.'
<추천평>
"당신이 천국에 갈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까? 특이한 주제 의식이 녹아든 환상 문학."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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