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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커피문학상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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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커피문학상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양태철 
  • 출판사현대시문학 
  • 출판일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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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모든 시에는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한다. 이를 심상心象이라고 한다. 시를 쓸 때 먼저 주제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주제는 ‘사랑, 희망, 의지, 그리움’ 등이 있다. 이것을 모두 <추상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추상적이라는 것은 감각적 경험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랑을 하는데(추상적 이미지) 이것을 표현할 때 <난 널 사랑해, 사랑한다구>라고 표현하면 시가 될 수 없다. 머리로는 알겠지만 가슴에는 와 닿지 않는다. 이런 것을 구체화, 형상화를 해야 <시>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좀 더 와 닿게 표현하려면 <경험제공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바로 <공감共感>인 것이다. 그래서 와 닿는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시는 구체적이어야 하고 시는 감각적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감각이 바로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다. 시는 감각적 이미지로 이루어져있다. ‘아이들’이나 ‘아이들이 지나간다’라고 표현하면 그 자체가 <시각적 이미지>이지만 ‘사랑’은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간다’라고 표현하면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가 느껴진다. 얼마 전에 고인이 되신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는 <청각적 이미지>가 강조된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 김종길 시, <성탄제>는 <촉각적 이미지>를 구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피부를 통해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이미지인 것이다. ‘산에 가면/ 우거진 나무와 풀의/ 후덥지근한 냄새.// 혼령도 눈도 코도 없는 것의 흙냄새까지 서린/ 아, 여기다, 하고 눕고 싶은/ 목숨의 골짜기 냄새’ ? 박재삼 시, <산에 가면>는 코를 통해 냄새를 느낄 수 있는 <후각적 이미지>인 것이다.

제4회 커피문학상은 커피라는 미각을 느낄 수 있는 맛과 냄새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후각의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이런 감각적 이미지를 생각하여 뽑는 장일 수 있다. 수많은 분들이 응모하였다. 기준은 커피라는 음료를 마시면서 느끼는 촉각적 이미지를 자신이 생각한 추상을 얼마나 잘 감각적 이미지로 표현했냐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번 대상작으로 군계일학의 작품을 선하게 된다. <뿌리깊은 나무>님의 디아스포라 외2편이 선정되었다. 현재 일본에 살면서 자신의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일본의 한국에 대한 비난이 여전한 가운데 살고 있는 모습이 곧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뜻으로 접두어인 디아(dia)는 <너머>라는 뜻이고 스포라(spero)는 <씨를 뿌리다>를 뜻한다. 본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후에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터나 타국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지키며 살아가는 집단이나 거주지를 말한다. 즉 한국인이지만 일본에 살면서 그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글을 썼다.

대상작의 감각적 이미지를 살펴보자. 1연의 ‘해뜨기 전 기찻길 옆 삼거리?/ 그가 무뚝뚝한 점원처럼/ 가로등 아래 서 있습니다’에서는 기찻길이라는 시각적 이미지와 곧 들리게 될 기차소리가 주는 청각적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다. 2연의 ‘꿀꺽꿀꺽 받아 삼키는/ ?가냘픈 그의 입은 늘 불 꺼진 주방/ 허기진 동굴입니다’에서는 <미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 후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충분히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한다. 3연의 ‘?오늘도 우두커니 서 있다가/ 손님 하나 천연덕스럽게 맞이합니다/ 나는 아침마다 목이 마를 때면/ 스테인리스로 입힌 그의 얼굴을 더듬어?/ 백 엔짜리 십 엔짜리 동전을 넣습니다’에서는 <시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 촉각적 이미지>를 활용한다. 4연의 ‘어둠속을 굴러가는 또르륵 외마디/ 힘차게 버튼을 누르면 일제히/ 불 밝히는 오징어잡이 집어등, 빛/ 잠이 덜깬 보스*를 훤히 비춥니다’에서는 <촉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를 역시 활용하여 자판기에서 나오는 커피가 마치 집어등처럼 비약한다. 5연의 ‘팔딱거리며 갑판위에 떨어지는 물고기커피/ 무의식적으로 일하는 자동 콘베이어처럼?/ 자판기가 손님 한사람 맞이하고 포효합니다.’에서는 <시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 미각적 이미지, 촉각적 이미지>를 충분히 활용한다.
6연의 ‘그리고 다시 말이 없어집니다?/ 고객은 안중에 없다는 듯/ 무언의 지시만 따르며/ 일찌감치 조업을 끝내버립니다’에서는 <시각적이미지, 청각적 이미지>를, 7연의 ‘어서 오라 고맙다 또 만나 한 마디 없이/ 조용해진 이 순간,/ 오랜 외면과 정착하지 못한 거류민으로서/ 국경을 앞에 두고 건너지 못하는 사슴처럼/ 목을 늘어뜨린 자이니치**의 투쟁은/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일까’에서는 <시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를 역시 활용한다. 8연의 ‘산다는 것은 흘러가는 것일까/ 등보이고 사는 구부러진 새우의 삶 같은/ 때마침 기차 한줄 서럽게 울며 지나갑니다’에서도 <시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터를 잡고 살기가 팍팍한 삶의 여정을 표현한다. 마지막 연에서 ‘가슴을 후비는 뜨거운 불덩이?/ 난민이 난민을 위로하는 아이러니/ 오직 뜨거운 캔 커피만 숨 쉬는 이 땅/ 안녕, 너 없이 어떻게 살아갈까/ 검은 슬픔이 검은 한숨을 들이킵니다’에서 <미각적 이미지, 후각적 이미지, 촉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를 형상화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대상작을 감각적 이미지를 기반으로 분석해 보았다. 얼마나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의 성패가 달렸다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시는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서 구를 구체화하고 형상화하여야 한다. 함께 수상한 수상자 여러분들의 시를 지면관계상 분석하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한다. 여하튼 응모와 수상한 모든 분들의 문운을 바란다.

?2022. 6. 10

심사위원: 양태철 (현대시문학 발행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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