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나도향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19-12-09
- 등록일2020-12-09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29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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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글을 쓰려는 나는 몇 번이나 주저하였는지 알 수가 없읍니다. 이 글은 나의 인격을 당신에게 대하여 스스로 낮추는 동시에 또는 나의 죄악의 기록을 스스로 짓는 것이 되는 것을 앎으로 몇 번이나 들었던 붓을 내던졌는지 알 수가 없읍니다. 이 글을 쓰려고 결심하였을 때, 또 이 손에 들은 철필 촉이 나의 신경(神經)을 바늘끝으로 새기는 듯이 싸각싸각하는 소리를 내며 나의 쓰지 않으면 아니 될 글을 쓸 때, 비로소 나의 내면 생활(內面生活)에 무슨 큰 변환이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읍니다. 당신과 내가 숙명적(宿命的)으로 이 글을 서로 받고 주는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을 것도 나는 현대인(現代人)이라는 관념 아래에서 명백히 압니다. 또는 내가 이 글을 써서 당신에게 바치지 아니하여도 나에게 아무 의무나 책임이 없을 것도 법률의 관념으로 나는 모르는 것이 아니며, 도리어 그것을 회피하지 아니하면 안 될 것도 압니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당신에게 써서 보내려 할 만큼 나를 무서웁게 하며 내면에 잠재한 모든 힘을 위압하고 강제할 만한 무슨 위대한 힘이 또다시 우리 인생 사회에 얼기설기하여 있어, 그 힘이 나와 또는 S라 하는 이성 사이에 일어난 그 어떠한 사실을 그 사실 중에 직접 당사자가 되는 당신에게 이 글을 아니 보낼 수 없게 하였읍니다.
당신도 이 글을 보시며는 새삼스러웁게 놀라실 줄 압니다. 그리하고 또 S라는 여성이 얼마나 당신에게 원망스러웁고 또는 무서운 여자인 것을 당신도 아시겠읍니다. 그러나 그 죄는 결코 S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책임이 <나>라는 사람에게 있읍니다. 나라고 하는 사람만 없었더면 S라는 여성도 그와 같은 무서운 죄악 사람으로서 사람을 업신여긴다는 죄악은 짓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찌하였든지 이 죄악을 짓게 된 나로서 이 글을 써서 당신에게 모든 사실을 자백하여 그 죄를 사하는 동시에 또는 이 <나>라는 사람에게도 다소간에 동정할 점이 있는 것을 알아 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 “J의사의 고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