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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위선(僞善)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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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위선(僞善)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무영 지음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2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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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낡은 오버, 털 자켓, 원피스, 양말, 구두, 양복천, 심지어 자동차니 트럼프 같은 아이들 장난감들을 온 방안에 늘어놓고 이것은 싱싱하니 팔아야겠다는 둥 팔면 얼마는 받을 거라는 둥 얼마만 돈이 되면 얼마는 떼어서 무엇을 하고 또 얼마로는 큰녀석 스케이트를 사주고, 어디 곗돈이 얼마니까 그것은 어떻게 하고 스무날 계는 깨어질 염려가 있으니까 눕혀두는 것이 좋겠고, 이렇게 곰살궂은 셈을 챙기고 있는 아내를 번듯이 누워서 쳐다보며 훈은 아내도 변했구나 생각하는 것이었다. 변했어도 이만저만하게 변한 것이 아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백팔십도니 어쩌니 하지만, 지금 훈은 그런 용어쯤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송두리째변했다.’ 이런 말도 입속으로 중얼거려본다. 그러나 그 말에서도 훈은 실감을 못 느끼던 것이다. 벌써 이십 년을 같이 살아오는 아내다. 이 이십 년 동안에 이렇게나 변할 수 있는 소질이 아내한테 있었음을 전혀 모르고 살아온 훈이었었다. 인간의 정체를 내장까지 홀딱 뒤집어보인 저 6·25때에도 그런 아내가 아니었다. 석 달 동안 밀기울에 호박을 넣어 끓여먹고 살면서도 어렸을 적에 교우였던 동무가 맡겨둔 옷 보퉁이에 손도 대어보지 않던 아내다. 자 가웃 석 자의 큰 트렁크였다. 교회일도 보려니와 남편이 미국까지 갔다 온 목사여서 해방이 되면서부터는 활개를 치며 살았었다. 집도 신당동에 세 채나 있었고, 무슨 상사 회사를 만들어 사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 “또 하나의 위선(僞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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