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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전 초(農父傳抄)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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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전 초(農父傳抄)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무영 지음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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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시궁창에서 용이 났다."
"개천에서 용이 났다."

그의 집안과 그의 아버지를 아는 사람은 항용 이런 소리들을 한다. 여기의 개천이란 그의 집안과 그의 아버지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요 용이란 그를 추느라고 하는 소리인 것이다. 충청도 사람이면 덮어놓고 양반이라고들 하지만 충청도라고 다 양반은 아니다. 그들은 중인이었다. 더욱이 그의 아버지는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판무식꾼으로 여덟 살이라든가 열 살이라든가에 진 지게를 죽던 그 순간까지도 벗어보지 못한 채 쓰러져 버린 농군이었다.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다. 어머니 또한 시집오던 날부터 짓기 시작한 새벽 밥을 역시 죽던 며칠 전까지 지었었다. 집 가문이 없으니 개천이요 조상에도 국록 먹은 사람 하나 없고 하다못해 면서기 하나도 못 얻어 했으니 개천이란 말이요 시궁창이란 말이다.
이 문벌도 없고 무식한 소작인 집에 국장 영감이 났으니 그가 용이 된 세음이다. 옛날부터‘숭어부’라 하여 자식이 아비보다 뛰어났다면 아비도 기뻐했다니까 그의 아버지는 지하에서 기뻐하리라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그는 그렇게 믿지를 않는다.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이십 년이나 된지라 지하에서 기뻐하는지 어쩌는지 낯빛은 볼길도 없거니와 만일 지금 살아 있다 치고 누가 그런 말을 한다면,

"자식이 아비보다 나아야 집안이 되는 거지."

말만은 이렇게 했을지 몰라도 속으로는,

"당치 않은."

돌아서서는 이렇게 그 사람을 조롱했을지도 모르는 그의 아버지다.
그렇다고 그의 아버지 윤 서방이 자식이 자기보다 뛰어났다는 것을 싫어한대서는 아니다. 그는 자기의 직업만이 가장 성스러운 천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장이니 국장이니 하는 것은 그의 눈으로 본다면 날건달인 것이다.
용은커녕 미꾸리로도 안 보아줄지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그의 아버지란 그런 사람이었다.
--- “농부전 초(農父傳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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