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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님 전 상사리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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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님 전 상사리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무영 지음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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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랏님 전 상사리
이 사람으로 논지할 지경이면 충청북도 신니면 용동 삼백삼십 번지 삼 호에 사는 김춘성이란 사람이여유. 나이는 쉰다섯 살이구 요새 시체 국문은 잘 몰라도 옛날 언문은 그럭저럭 뜯어볼 줄도 알구 더러 끼적거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나랏님께 좀 할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도 없구 쇠발개발 그린 것을 뜯어보기 어려우실 줄 압니다만 배운 재주가 그뿐이니 할 수 없십니다. 용서해주시유.
말씀할 것이란 다른 게 아니라 이렇십니다.
본시 이 사람은 농군이올십니다. 증조 때에는 어떻게 살었는지 알 수가 없십니다만서두 할아버지와 아버지두 이 사람과 매한가지로 농군이었어유. 동쪽이 훤하면 밝었나부다 하구, 어두우면 밤인가부다 할 따름이지 날짜 가는 것두 잘 모를 어른들였어유.
이 사람두 매한가지유. 지금 와서는 우리 나라 국문이라구 글값을 쳐주어서 면소서문맹이냐 아니냐 조살 나오면 나두 문맹이 아니라구 제법 큰소릴치게 됐습니다만서두 이전에야 어디 우리 나라 글이 글값에 갔었던가유.
그래, 우리 아버지가 한이 돼서 날 글방에다 넣구 천잘 알켰어유. 그 덕으로 진서두제 성명 삼자는 알어봅니다. 허지만서두 그까짓 어려서 천자 한권 읽은 게 무슨 학식이 되겄시유. 판무식쟁이나 조금도 다름없지유.
그래노니 자연시리 두더지처럼 땅을 파다가 밤이 되면 자구, 아침이 되면 일나서 지겔 지구 나서는 게 일이지유.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올십니다유.
--- “나랏님 전 상사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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