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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제(祈雨祭)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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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제(祈雨祭)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무영 지음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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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너무도 가뭄이 심해서 기우제를 올리기도 했는데 마침 일요일이고 하니 놀러오라는 박 면장의 초청을 받은 배 해군 장교 부처가, 농민 작가니 당신도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권해 왔다.

나도 내 아내를 동반하고 박면 기우제 장소에 이르니 뜻밖에도 논 가운데 있는 우물가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기우제는 대개 산 아니면 천변이었던지라 까닭을 물었더니 박 면장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안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은 박 면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위에서와 아래에서 한 자씩 따서 지은 가명이다.

1

칠보 영감은 그러지 않아도 쥐꼬리만한 여름 밤을 길에서 갈팡대다가 새우고 말았다. 먹지도 못한 늙은 몸으로 밤낮 열흘을 두고 판 우물 바닥에 물이 비치기 시작도 했지만, 깊은 산골 여기저기서 물방울을 주워다가 실에 꿰다시피 해서 모아진 댓줄기만한 물꼬나마 밤 사이에 도적을 맞는 것만 같다. 돌 사이를 흘러내릴 때도 물소리조차 낼 줄 모르는 신신치 않은 물줄기요, 온종일 괸댔자 쩍쩍 갈라진 논 균열 틈으로 스미어들어가고 말 그런 신푸녕스러운 돌창물이었지만, 칠보 영감한테는 칠순에 얻은 막내자식만큼이나 귀여웠던 것이다.
거기다가 열흘 동안이나 밤을 낮삼아 파도 뽀얀 먼지만 폴싹폴싹 나던 논꼬 우물바닥에 바위가 하나 툭 튀어나오더니만 실낱만큼 벌어진 틈새에서 물기가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 “기우제(祈雨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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