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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에 앉아 있던 새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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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에 앉아 있던 새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양인철 지음 
  • 출판사e퍼플 
  • 출판일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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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지만 길을 가다 보니 소설이 몇 개 뒤에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나 집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고, 지나온 여정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길 위의 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즐거울 때도 노래를 부르고, 힘들 때도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고 보면 이 글은 노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 나무처럼 팔 다리를 벌리고 한 자리에 서서 불렀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미나 목련일 수도 있지만 길에 서 있어야 하니 아마도 오리나무나 쥐똥나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검은 열매를 달고 서 있는 흔한 나무입니다.
한 자리에 서 있는 동안 바람이 지나갔을 것입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었을 것입니다. 어디에 누가 살며, 어느 곳에서 난리가 나서 사람이나 동물이 죽었다고 전해주기도 했을 것입니다.
구름이 지나가기도 했을 것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한국의 대척점에 가 있는 여행객의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겠지요. 마추픽추나 이스터 섬의 석상에 대해 말해주었겠지요.
서 있는 동안 몇 번, 몇십 번 계절이 지났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니 다시 겨울입니다.
겨울을 나려면 많은 빛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잎을 떨어뜨리고, 뿌리는 땅 속 깊이 들어갑니다. 겨울을 보내는 것은 힘들지만 견디어내야만 내년 봄을 만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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