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상세보기

보리방아 (커버이미지)
알라딘
보리방아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채만식 지음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20-04-19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남방의 농촌에는 이런 풍경도 있다.

용희(容姬)는 그늘 짙은 뒷마루에 바느질을 차리고 앉아 자지러지게 골몰해서 있다.
샛노란 북포로 아버지의 적삼을 커다랗게 짓고 있는 것이다. 날베가 되어서 여기 말로 하면, 빛은 꾀꼬리같이 고와도 동리가 시끄럽게 버석거린다.
급한 바느질이다. 그러나 거진 다 되어간다. 고의는 벌써 해서 옆에다 개켜놓았고 적삼도 시방 깃을 다는 참이다. 그래도 용희의 손은 바쁘게 놀고 있다.
고운 손결이다. 방아도 찧고 부엌에서 진일도 하지만 마디도 불거지지 아니한 몽실몽실한 손가락들이 끝이 쪽쪽 빠졌다.
손톱이 복사꽃잎같이 곱다. 소곳한 이마와 날씬한 콧등에 땀방울이 잘게 솟았다. 불그레한 볼이 갸름하게 턱으로 굴러 내려갔다. 아직 배내털이 송글송글하다.
내리깔고 있는 눈이 그래서 눈초리가 더 올라가 보인다. 봉의 눈.
땋아내린 머리채가 마루에 닿고도 남았다.
기름기 없는 머리칼이 몇 개 이마로 처져 가끔 손질을 시키곤 한다.
--- “보리방아” 중에서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