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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반절기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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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반절기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채만식 지음 
  • 출판사다온길 
  • 출판일2020-04-19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정거장의 잡담이 우선 가량도 없었다.

신문에도 종종 나고, 들음들음이 들으면 차가 늘 만원이 되어서 누구든 서울까지 두 시간을 꼬바기 서서 갔었네, 어느 날인가는 오십 명이라더냐 칠십 명이라더냐가 표는 사고서도 차에 다 오르지를 못해서 역엣 사람들과 시비가 났었더라네 하여, 막연히 그저 그런가 보다고는 짐작을 했어도 설마 이대도록이야 대단한 줄은 딱이 몰랐었다.
백 명이라니, 훨씬 이백 명도 더 되면 더 되었지 못되질 않아 보인다. 하여간 이십 평은 실한 대합실 안이 꽉 들어차고서도 넘쳐서 개찰구의 목책앞으로, 드나드는 정문 바깥으로 온통 빡빡하다.
철크덩철크덩, 차표 찍어내는 소리를 까아맣게 멀리 들으면서 맨 꽁무니에가 섰었는데 순식간에 수십 명이 뒤로 와서 붙는다. 그러고도 연해 헐떡거리면서 달려드느니 차 탈 사람들이다.
전에야 개성역이 어디 평일이면서 이렇게까지 붐비는 법은 없었다. 송도로 와서 산 지 사오 년이로되 처음이다. 군대의 환송영이 있을 적 말고는, 작년 구월 그 무렵만 해도 이다지 심하진 않았던 성싶다.
망연히 서서 생각했다.

"세상은 정녕코 바빠진 거다! 그도 오직 반 년지간에."

반 년 만에 세상과 대면이다.
어제 오후, 일석(一石)의 전보를 받고서 불가불 올라가 주어야 할까 보다고 앉아서 그런 염량을 하다가 문득 비로소 깨우쳤던 것이지만 넌지시 반 년 만의 시방 서울 출입이던 것이다.
작년 구월이든가, 그때에 한 행보를 한 것이 이내 마지막이었고 그 뒤로 눌러 가을을 보내고 삼동을 지나서 해가 바뀌고 다시 이제 봄소식이 들리고 하도록, 세 철에 걸쳐 꼼짝을 않다가 지금 오늘이 삼월이요 열 이틀이나 햇수로는 이 년에 옹근 여섯 달이다.
--- “상경반절기(上京半折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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