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리처드 하딩 데이비스
- 출판사위즈덤커넥트
- 출판일2024-06-24
- 등록일2024-11-11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291 K
- 지원기기
PCPHONETABLET 프로그램 수동설치전자책 프로그램 수동설치 안내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책소개
<미리 보기>
배의 측면에는 네 개의 난간이 있었는데, 아래쪽 세 개는 철제, 위쪽 하나는 나무로 되어 있었다. 그는 캔버스 천으로 만든 침대에서 그 사이를 바라보면서 그 난간들이, 자신을 가두는 감옥 창살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감옥 밖에는 눈부시게 푸른 물이 펼쳐져 있었고, 그 끝에는 방파제와 거친 야자수가 있는 노란 해안으로 끝이 났다. 그 너머로 다시 산봉우리들이 줄지어 솟아 있었고, 가장 높은 봉우리에는 작은 벽돌 집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성당의 돔 위에 놓인 정사각형 상자처럼 뻔뻔스럽게 하늘을 향해 산의 이마에 놓여 있었다.
수송선이 닻을 감는 사슬을 타고 달리는 동안 측면을 둘러싼 철봉이 솟았다 가라앉으며 풍경을 평행선으로 나눴다. 장교는 선실 침대에서 이 현상을 심각하고도 세심한 관심으로 지켜보았다. 때때로 나무 난간이 벽돌 집 자체까지 휩쓸고 올라가 잠시 동안 시야에서 가려졌다. 그리고 다시 해변에 부딪치는 파도의 선까지 가라앉아 마치 분필 선처럼 그림에서 지워졌다.
간이침대 위의 병사는 다음 번 파도가 밀려오면 가장 낮은 난간을 야자수 꼭대기까지, 더 높이 올라가면 산기슭까지 올라가겠다고 스스로 다짐했고, 야자수까지 도달하지 못하자 그는 누군가에게 속임수를 당했다는 뚜렷한 기분이 들었다. 피곤하고 눈부신 풍경에 이런 속임수를 쓰는 것 외에는 이런 상황이 벌어져야 할 다른 이유가 없었고, 이제 그 속임수를 쓰는 사람이 누구든 그를 즐겁게 해주려고 이런 노력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가장 잔인한 일이었다. 그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탈출을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순간의 절박함 속에서 생각해낸 이 계획이 위대한 전략과 비밀, 그리고 신중함과 교활함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베개에 누워 잠든 것처럼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뜨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감시자를 염탐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감시자는 침대 밑에 앉아 칙칙한 색으로 인쇄된 전쟁 사진으로 가득 찬 커다란 종이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의 감시자는 인간적인 동정심이나 배려가 전혀 없는 딱딱한 얼굴의 청년이었으며, 고집과 잔인함의 악마였다. 설상가상으로 그 악마는 옷깃도 없이 더러운 카키색 제복을 입고 왼팔에 안전핀으로 묶인 기묘한 붉은 십자가를 달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손에 든 종이를 자신의 눈과 죄수 사이에 들고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경계심이 느슨해졌고, 그 순간은 적절해 보였다. 죄수는 갑자기 팔과 다리를 휘저으며 침대 시트를 쓸어내리고 나무 난간으로 달려가 옆에 있는 철제 기둥을 잡았다. 그는 무릎을 위쪽 창살에 대고 맨발로 그 아래 철제 난간을 밟았다. 그 아래에는 푸른 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갑고 어둡고 부드럽고 깊었다. 그는 뼈 속 불을 확실히 꺼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심지어 눈알을 태우는 태양의 눈부심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추천평>
"전쟁의 비참함을, 부상 당한 장교의 눈을 통해서, 병원선을 둘러싼 풍경과 인물들이 재치있게, 그리고 슬프게 그려진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