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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기록 - 문학의 숲에서 01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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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기록 - 문학의 숲에서 01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효석 
  • 출판사문학일독 
  • 출판일202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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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반장님. 나는 내일이면 이 반을 즉 이 동네를 떠나려는 사람입니다. 다른 구역으로 이사를 가서 다른 반 속에 또 편입되려는 것이오나 웬일인지 애석의 정 없이는 이 반을 떠날 수가 없게 됐습니다. 반에서 해온 여러 가지 행사도 행사려니와 반장님의 가지가지의 자태가 마음속에 새겨져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웃 사람들과 나눠 온 정리보다는 무엇보다도 영감이 보여준 여러 가지의 심정이 내게는 더 인상깊게 치부되었습니다.

내가 겪어온 인생 경험과 접해 온 뭇 인물들 중에서 영감은 퍽도 인간적인 한 사람인 것입니다. 언제든지 아마도 눈앞에 선하게 떠오를 그럴 분이었습니다. 영감이라고 부르면 반장님은 언제나 펄쩍 뛰면서 내가 벌써 무슨 영감이냐고 항의를 하셨으나 누런 국민복과 국방모자의 덕으로 몸맵시가 얼마간 후줄은 해 보이나 모자만 벗으면 해끄무레한 깨소금머리에 이마의 깊은 주름살하며, 영감이시구 말구 어디 갈 데 있나요. 반에서 제일가는 어른이기는 하나 영감님쯤은 한구석에 모셔 두든지 하지 왜 하필 반장으로 만들었는지 어떤 때는 사실 딱하게 여겨지는 적도 있었습니다.
--- “서한” 중에서

며칠 전부터 거리에 유숙하고 있는 순회극단의 단장의 딸인 여배우가 지난날 아침 여관 방에서 돌연 해산을 하였으나 달이 차지 못한 산아는 산후 즉시 목숨이 꺼져 버렸다는 근래의 소식을 우연히 아내에게서 듣고 나는 아침 내내 그 생각에 잠겼다.

여배우는 그 전날 밤까지도 무대에 섰다 하니 오랫동안의 불여의한 지방순회에 끌려 다니느라고 기차에 흔들리고 무대에 피곤한 끝에 그 참경을 당하였음이 확실하다. 어린 시체를 동무들과 함께 근처 산에 묻고 온 산아의 아비인 남배우는 울적한 심사를 못이기면서도 저녁 연극이 시작되려 할 때, '낯설은 곳에 핏덩어리를 묻은 오늘 오히려 무대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누나' 탄식하고 그의 역편인 ‘아리랑’의 주연의 화장으로 힘없는 얼굴의 표정을 감추었다고 전한다.
--- “일기” 중에서

저자소개

1907년 2월 23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출생, 평창공립보통학교,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현재의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프로문학의 동반자 작가에서 순수문학의 길로 나아간 이효석은, 예술주의를 추구한 구인회의 동인이었다. 함경북도 경성농업학교 영어 교사,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수, 평양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 등으로 재직하며, 단편소설 「메밀꽃필 무렵」 「산」 「풀잎」 「하얼빈 장편소설 『화분」 『벽공무한『황제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 「고요한 '동'의 밤」 「화초 1,2, 3 등의 문제적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효석은 1942년 5월 초 결핵성 뇌막염으로 진단을 받고 평양 도립병원에 입원 가료, 언어불능과 의식불명의 절망적인 상태로 병원에서 퇴원 후, 5월 25일 오전 7시경 자택에서 35세를 일기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현재 장남 이우현 선생이 이효석 작가의 전집을 간행하는 등 이효석 문학을 새롭게 기리고자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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