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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이효석
- 출판사문학일독
- 출판일2024-09-29
- 등록일2024-11-11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14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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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문 거리 붉은 등에 저녁 불이 무르녹기 시작할 때면 피를 말리우고 목을 짜내며 경칩의 개구리떼같이 울고 외치던 이 소리가 이 청루에서는 벌써 들리지 않았고 나비를 부르는 꽃들이 누 앞에 난만히 피지도 않았다.
‘상품’의 매매와 흥정으로 그 어느 밤을 물론하고 이른 아침의 저자같이 외치고 들끓는 화려한 이 저자에서 이 누 앞만은 심히도 적막하였다.
문은 쓸쓸히 닫히었고 그 위에 걸린 홍등이 문 앞을 희미하게 비치고 있을 따름이다.
사시장청 어느 때를 두고든지 시들어 본 적 없는 이곳이 이렇게 쓸쓸히 시들었을 적에는 반드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이 틀림없었다.
--- “깨뜨려지는 홍등” 중에서
하기는 ‘나오미’가 S의 소개로 입회하게 된 첫날부터 벌써 나는 그에게서 ‘동지’라는 느낌보다도 ‘여자’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그것은 ‘나오미’가 현재 어떤 백화점의 여점원이요, 따라서 몸치장이 다소 사치한 까닭이라는 것보다도 대체로 그의 육체와 용모의 인상이 너무도 연하고 사치한 까닭이었다. 몸이 몹시 가늘고 입이 가볍고 눈의 표정이 너무도 풍부하였다. 그의 먼 촌 아저씨가 과거에 있어서 한 사람의 굳건한 ××으로 서 현재 영어의 몸이 되어 있다는 소식도 S를 통하여 가끔 들은 나였만은 그러한 나의 지식과 ‘나오미’의 인상과의 사이에는 한 점의 부합의 연상도 없고 물에 뜬 기름 모양으로 서로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같은 가지에 붉은 꽃과 푸른 꽃의 이 전연 색다른 두 송이의 꽃이 천연스럽게 맺히는 것과도 같은 격이었다. 그러나 연약한 인상이라고 그의 미래를 약속하지 못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실한 회원이요, 믿음직한 동지인 S가 그를 소개하였을 때에 우리는 그의 입회를 승낙하기에 조금도 인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차차 그를 만나게 될수록 ‘동지’라는 느낌은 엷어가고 ‘여자’라는 느낌이 그에게서 받는 느낌의 거의 전부이었다.
--- “오리온과 능금” 중에서
저자소개
1907년 2월 23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출생, 평창공립보통학교,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현재의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프로문학의 동반자 작가에서 순수문학의 길로 나아간 이효석은, 예술주의를 추구한 구인회의 동인이었다. 함경북도 경성농업학교 영어 교사,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수, 평양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 등으로 재직하며, 단편소설 「메밀꽃필 무렵」 「산」 「풀잎」 「하얼빈 장편소설 『화분」 『벽공무한『황제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 「고요한 '동'의 밤」 「화초 1,2, 3 등의 문제적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효석은 1942년 5월 초 결핵성 뇌막염으로 진단을 받고 평양 도립병원에 입원 가료, 언어불능과 의식불명의 절망적인 상태로 병원에서 퇴원 후, 5월 25일 오전 7시경 자택에서 35세를 일기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현재 장남 이우현 선생이 이효석 작가의 전집을 간행하는 등 이효석 문학을 새롭게 기리고자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