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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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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나카 칸스케 지음, 정수윤 옮김 
  • 출판사휴머니스트 
  • 출판일2023-12-14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맑은 영혼으로 바라보는 한 시절,
함께 밥을 먹었던 사람들을 기억하며 채우는 삶의 공복

나쓰메 소세키의 극찬. 130만 부 이상 판매. 일본 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가. 스테디셀러를 넘어 불후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은수저》는 어린아이의 맑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자연을 바라본다. 도미, 두부, 가자미, 자두, 밤송이, 담죽 등 음식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식욕이 돋고, 어린 시절을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추억이 밀려온다. 입이 짧은 주인공을 돌보던 이모가 음식으로 지은 우화를 들려주며 밥을 먹였던 날과 자두 트림이 나올 때까지 자두를 먹었던 기억. 세톨박이 밤을 뒷마당 울타리에 묻은 뒤 소중히 키워, 그 옛날 손자였던 아이들이 몇 소쿠리씩 밤을 따서 자기 아이들에게 먹이는 장면까지. 맑고 개운한 문장으로 차린 《은수저》는 누군가를 어릴 때부터 보살피며 먹여온 사람이 쏟을 수 있는 사랑의 풍미가 얼마나 깊은지 알려준다. 1921년에 출간된 초판본에 수록되어 있던 나카 간스케의 산문 〈나쓰메 선생과 나〉를 처음 번역해 선보인다.

돌보고 먹이는 사람이 줄 수 있는 사랑의 풍미
맑은 영혼으로 유년을 돌아보다

주인공은 “날 때부터 허약 체질인 데다 운동 부족으로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마치 “여왕벌처럼 먹을 것을 입안에 떠밀어주기 전에는” 밥을 먹어야 한다는 걸 잊고 살았기에 “이모를 부단히도 힘들게” 한다. 주인공의 이모는 “뭘 먹어도 맛있어하지 않는” 주인공을 위해 말재간을 발휘해 음식을 먹이는데, 이모가 어린 주인공을 돌보며 밥을 먹이는 장면은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대합 무침은 예쁜 조개가 용궁의 공주님 앞으로 혀를 빼고 기어 온다”는 이야기를 지어내며 먹였고, 주인공이 어리광을 부리며 젓가락을 들지 않으면 “채색된 작은 밥공기”를 입에 살짝 갖다 대고 “새끼 참새야, 새끼 참새야. 아 해봐”라고 하면서 떠먹여준다.
잘 성장한 주인공이 오랜만에 이모를 만나러 가는 날. 많이 늙고 눈도 어두워진 이모는 주인공을 퍼뜩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다가 “이모가 환영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생선 가게로 달려가 거기 있던 가자미를 있는 대로 다” 쓸어 와 “불 위에 올려둔 냄비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는 익힌 가자미”를 내온다. 주인공은 더 필요 없다고 말하며 가자미를 잘라주려 하는 이모를 막지만, 이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이모의 사랑인 걸 알고는 “기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으로 가자미를 배부르게 먹는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음식에 대한 묘사도 탁월하다. 사탕을 조금씩 빨아 먹으면 나오는 “사람 얼굴이 녹아 울거나 웃”는 모습. 손수 만든 새하얀 두부 표면에 “연둣빛 가루를 홀홀 뿌려 녹아드는 것을 훅 하고 쓰유에 담뿍” 적셔서 “다부진 간장”의 맛과 “차고 매끈한 촉감”을 느끼며 먹는 장면을 읽으면 당장이라도 어떤 음식인지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음식은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는데, 《은수저》 말미에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인연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에 “도담하게 잘크라진 물복숭아”를 손바닥으로 가만히 감싼 채 입술에 한참을 대고 있으면서 “농밀한 표면을 뚫고 새어 나오는 달콤한 향을 맡으며” 눈물을 흘린다.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경탄하며 주변 사물을” 바라보고 싶다는 주인공의 고백처럼 《은수저》에는 함께 밥을 먹었던 사람들을 다시금 곱씹으며 기억하는 한 시절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으며, 독자가 경험하지 않았던 것을 경험하게 하고, 나아가 이를 그리워하게 하는 힘이 있다. 책에 나오는 음식, 추억, 놀이는 주인공의 개인적인 경험처럼 보이지만, 독자는 어느새 ‘영혼이 맑은 주인공의 시선’을 잠깐 빌려 자신의 유년을 채색하게 된다. 유년이 생생하든, 기억나지 않든, 혹은 생각하고 싶지 않더라도 《은수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유년’이 있다는 것. 이것이 《은수저》가 100여 년의 세월을 견뎌 지금까지 사랑받는 작품인 이유일 것이다.

간스케보다 《은수저》를 더 사랑했던
나쓰메 소세키와의 인연

둘의 인연은 도쿄 제국대학 영문과 시절 간스케가 소세키의 강의를 들으면서 시작된다. 간스케는 졸업한 후에도 소세키의 집에 자주 방문했지만, 자신의 성격상 원하는 만큼 소세키와 가깝게 지내지는 못했으며 꽤 서먹서먹했다고 한다.
소세키는 《은수저》를 일본 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극찬했고 《아사히 신문》에서 연재할 수 있도록 추천했다. 완벽주의 성향이 짙은 소세키가 평가에 박하다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이례적인 극찬이 아닐 수 없다. 간스케는 《은수저》 ‘전편’을 연재한 이듬해 여름 ‘후편’을 써서 소세키에게 보내는데, 존경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까지 받는다.
소세키가 죽고, 추모 잡지에 간스케가 실었던 〈나쓰메 선생과 나〉를 살펴보면 소세키가 얼마나 《은수저》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소세키는 작품에 대한 몇 가지 비평을 해주었을 뿐 아니라 “《은수저》를 비난하는 사람들 앞에서 홀로 변호”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자신이 서문을 써도 좋으니 《은수저》를 책으로 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간스케는 “어쩌면 선생은 나보다 《은수저》를 더 사랑했는지도 모른”다고 적었는데, 100여 년이 흘러 이와나미 서점 100주년 기념 ‘내 인생의 문고본’ 설문 조사에서 《은수저》가 3위에 오른 것을 보면 소세키의 작품 감식안이 탁월했음을 알 수 있다.

천천히 읽기, 깊이 읽기
슬로 리딩의 대표 도서 《은수저》

1950년 일본 고베시의 한 중학교에서 국어를 담당했던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은 《은수저》에 나오는 역사적인 사건, 장난감, 놀이, 노래에 대해 묻는 편지를 당시 예순다섯 살이었던 간스케에게 보낸다. 다케시 선생님은 정성스러운 답변을 받는데 이를 토대로 만든 수업 방식이 3년 내내 《은수저》 한 권을 아주 천천히, 깊게 읽는 슬로 리딩이다. 작품 속에 역사적인 사건이나 재미있어 보이는 장면이 나오면 그것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방식으로, 흔히 ‘경험하는 독서법’으로 알려져 있다. 연 날리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연을 만들어 날렸고, 오늘날 사용하는 단어들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다. 이 수업은 하시모토 선생님이 퇴직할 때까지 30년 동안 이어졌는데 평범한 공립학교가 도쿄대 합격률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이 수업이 알려졌고, 이후 국내에도 소개되었다. ‘금방 배워서 써먹는 것은 금방 잊어 결국 써먹지 못한다’라는 것이 하시모토 선생님의 지론이었다고 한다. 한 권의 책에서 파생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차리는 태도는 어쩐지 《은수저》의 주인공이 자신의 유년을 대하는, 허투루 대하는 기억 없이 하나하나 정성껏 입안에서 굴려보는 태도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저자소개

소설가.시인.수필가. 188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09년 도쿄 데이코쿠대학 문학부 영문과에 입학하여 나쓰메 소세키의 강의를 들었다. 이후 국문과로 전과하여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와세다 미나미초의 나쓰메 산방을 자주 방문하였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품으로 소세키 문하생 중에서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통했다. 그는 문단의 인맥과는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고, 특정한 파벌에 속하지 않는 고고한 문인이었다. 또한 저명한 일본의 여류 소설가 노가미 야에코(1885―1985)의 첫사랑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첫 작품 『은수저』(1913)는 나쓰메 소세키의 추천으로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 뒤 줄곧 침묵하며 세속을 피하는 깊은 고뇌 끝에 소설 『제바달다(提婆達多)』(석가(釋迦)의 사촌으로, 출가하여 석가의 제자가 되었다가 나중에 이반(離反)하여 불교 교단에 대항하다가 살아서 지옥에 떨어졌다는 인물 ― 옮긴이) 『개(犬)』(1922)를 발표하는 한편 수필집 『연못가』(1921), 『조용한 흐름』(1926) 등을 통해 ‘시를 생활한다’는 독자적인 예술의 경지를 구축한 작가로 주목받았다. 『기러기 이야기』(1933)를 비롯하여 전시와 전후의 혼란의 시대를 써내려간 『새(鳥) 이야기』(1983)는 그의 만년의 청아한 심경을 말해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제바달다』와 『개』가 성인의 미친 듯한 아집이며 질투 같은 끊기 힘든 애욕의 세계를 묘사한 데 반해 이 작품들은 그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지고한 사랑의 세계가 자유롭게 날개를 펼치고 있다. 시에 뜻을 두면서도 산문밖에 쓰지 못했던 그는 삼십대 중반을 지날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총 8권의 시집을 남겼다. 그의 시에는 인간의 선의식을 일깨우는 힘과 한없는 애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5년, 아사히 상을 수상했고, 그해 5월 3일 뇌출혈로 타계했다.

목차

전편 _007

후편 _143



부록 나쓰메 선생과 나 _215



해설 | 아껴 먹는 마음으로 _245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