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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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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출판사휴머니스트 
  • 출판일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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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먹을 것인가 파괴할 것인가,
어떤 선택도 잘못일 수밖에 없는 비틀린 인간에 대하여


각색된 만화로만 전해지던 허버트 조지 웰스의 《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를 국내 처음으로 번역해 선보인다. 《타임머신》, 《투명 인간》, 《우주 전쟁》 등 SF의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SF의 아버지’라고 불린 웰스의 숨은 명작 중 하나로, 병약하고 작디작은 화학자와 성장곡선에 집착하는 생리학자가 먹으면 몸집이 거대하게 자라는 ‘신들의 양식’이란 물질을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대혼란의 세상을 그린다. ‘신들의 양식’이 만들어낸 세계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각자의 감식안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SF의 아버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숨은 명작이자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의 이면에 담긴 철학적 물음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한 허버트 조지 웰스는 어렵게 진학한 런던의 사범학교에서 저명한 생물학자인 토머스 헉슬리를 만나 과학의 매력에 빠져든다. 이후 《타임머신》, 《모로 박사의 섬》, 《투명 인간》, 《우주 전쟁》을 연이어 출간하면서 그 천재성을 인정받는다. ‘SF’라는 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당시에 웰스가 보여준 뛰어난 과학적 상상력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고, 쥘 베른과 더불어 ‘SF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다. 1904년에 출간된 《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는 세기말에 출간된 앞선 작품들과 독창적인 상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궤를 같이하지만, 서술 방식에 있어서는 좀 더 진일보한 면모를 보인다. 《타임머신》, 《투명 인간》 같은 대표작들이 주로 중심인물의 행적을 좇았다면, 이 소설은 ‘신들의 양식’이 만들어진 배경부터 온 세계로 퍼져나가 전 인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간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장면들로 이루어진 스피디한 서사는 책장을 쉬이 넘기게 만들지만, 그 이면에 담긴 묵직하고 철학적인 물음은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 서 있어요. 지금 존재하는 그들의 세상은 신들의 양식이 만들어낼 세상의 서막일 뿐이에요.”(271쪽)

소설에 등장하는 희극작가 ‘브로드빔’의 “과학은 유머를 죽이죠”라는 말에 반박이라도 하듯이 웰스는 킥킥거릴 수밖에 없는 어수룩한 두 과학자 ‘벤싱턴’과 ‘레드우드’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앞코가 터진 부츠를 신고 다니는 화학자 벤싱턴과 “현존하는 배우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사람”보다도 더 개성 없는 생리학자 레드우드는 음식에 섞어 먹으면 ‘성장 휴지기’를 없앨 수 있는 일명 ‘신들의 양식’을 개발한다. “적어도 식재료로 팔 수는 있을” 거라는 막연하고 순진한 계획은, 실험용으로 ‘신들의 양식’을 먹인 닭들과 ‘신들의 양식’에 날아 앉은 말벌 등이 예상보다 훨씬 커지면서 어긋나고 대혼란의 서막이 펼쳐진다. 거대해진 닭, 말벌, 쥐, 개미 등이 인간을 공격하는 와중에, 부모의 욕심에 의해 ‘신들의 양식’을 먹게 된 아이들마저 거인이 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급기야 스스로 소인을 자처한 인간들은 거인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총구마저 겨누게 되는데…….

“꺼져, 이 거인 새끼야! 꺼지라고! 위험한 거인 자식! 너 때문에 말들이 겁먹는 거 안 보여? 꺼지란 말이야!”(299쪽)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 외에는 놀라우리만치 현실감 없고 근시안적인 두 과학자와 혀짤배기소리를 내고 행동이 굼뜨지만 자기 잇속에는 빠른 실험 농장의 관리인 ‘스키너’가 이끄는 초반부의 이야기는 키득키득 웃을 수밖에 없는 촌극에 가깝지만, 자신들이 만들어낸 거인 아이들과도 대적해야 하는 형편에 이르러서는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자신이 창조해낸 괴물을 끝내 외면하는 《프랑켄슈타인》 속 프랑켄슈타인처럼 궁지에 몰린 인간들은 거인 아이들의 목숨마저 위협한다. 다만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증오에 휩싸여 끔찍한 복수를 저지르는 반면, 《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의 거인 아이들은 “이 모든 게 다 무얼 위한 거예요?”라고 물으며 인간들에게 화해를 호소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어눌한 말투를 조롱하는 “이 모든 게 다 무얼 우안 거에오?”라는 목소리뿐.
두 과학자의 통제를 벗어난 ‘신들의 양식’은 세상을 온통 쑥대밭으로 헤집어놓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면면은 이보다 더 참혹하다. 마치 ‘신들의 양식’을 자기 발명품인 양 행세하는 기회주의자 ‘윙클스’, 대중을 선도하는 데에만 앞장서는 ‘케이터햄’, 세상이 어떻게 되든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에만 급급한 ‘레이디 원더슈트’, 그리고 “어차피 세상은 늘 어지러웠잖아요”라거나 “세상의 기본적인 질서는 변치 않아”라며 자신의 것 이외에는 무관심한 사람들 대부분의 태도가 바로 그렇다. 시종 유머와 풍자가 넘치는 이야기 끝에 인간이 이 세계에서 계속 살아갈 의지가 있느냐는 귀중한 물음을 돌려주는 작가적 재능은 절대로 흔한 것이 아니다.
소설의 후반부에는 ‘신들의 양식’이 잠식한 20여 년 후의 세상이 어느 석방수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무너진 자연의 질서 때문에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정치인들은 그럴싸한 연설로 대중을 호도하는데,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닮아 있어 놀라게 된다. 웰스는 과학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철학적인 물음을 놓지 않는 묵직한 작품들로 SF를 독자적인 장르로 발전시켰다. 현대의 많은 SF 작품이 웰스에게 빚지고 있을 만큼 웰스는 SF 장르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데, 《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 역시 미하일 불가코프의 《비운의 달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저자소개

1866년 영국 켄트주의 브롬리에서 가난한 상인이자 크리켓 선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열 살 때 아버지가 부상을 입는 바람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어머니는 가정부 일을 시작했다. 웰스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포목상에서 도제로 일하기도 했지만, 학업에 대한 열의를 꺾지는 못했다. 이후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한 런던의 사범학교에서 생물학자인 토머스 헉슬리를 만나 학문으로서의 과학에 빠져들었다. 과학뿐만 아니라 정치와 문학으로까지 관심을 넓혀간 웰스는 교지에 기사와 짧은 소설을 기고하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르포 기사에서 대중 과학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을 쓰면서 1895년 한 해에만 대표작인 《타임머신》을 포함한 네 권의 저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모로 박사의 섬》(1896), 《투명 인간》(1897), 《우주 전쟁》(1898)을 연이어 출간하면서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았고, 조지프 콘래드, 조지 버나드 쇼, 헨리 제임스 같은 유명한 작가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1904년에 출간한 《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는 먹으면 몸집이 거대해지는 ‘신들의 양식’이란 물질이 개발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따라가는데, 다소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와 장면 속에서도 인간이 이 세상에서 계속 살아갈 의지가 있는지 철학적으로 되묻는 작품이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는 《킵스》(1905), 《세계사 대계》(1920) 등이 있다. 1946년 영국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목차

제1부 신들의 양식의 시작 _007

제2부 마을을 찾아간 신들의 양식 _173

제3부 신들의 양식의 수확물 _229



해설 | 시대를 관통하는 사유의 재료, 인간 _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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