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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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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상 (지은이) 
  • 출판사수아르 
  • 출판일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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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거기는 참 오래간만에 가본 것입니다. 누가 거기를 가보라고 그랬나 모릅니다. 퍽 변했습디다. 그 전에 사생(寫生)하던 다리 아치가 모색(暮色) 속에 여전하고 시냇물도 그 밑을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양 언덕은 잘 다듬어서 중간중간 연못처럼 물이 괴었고 자그마한 섬들이 아주 세간처럼 조촐하게 놓여 있습니다. 게서 시냇물을 따라 좀 올라가면 졸업기념으로 사진을 찍던 목교(木橋)가 있습니다.

그 시절 동무들은 다 뿔뿔이 헤어져서 지금은 안부조차 모릅니다. 나는 게까지는 가지 않고 걸상처럼 생긴 어느 나무토막에 가 앉아서 물속으로도 황혼이 오나 안 오나 들여다보고 앉았습니다. 잎새도 다 떨어진 나무들이 거꾸로 물속에 가 비쳤습니다. 또 전신주도 비쳤습니다. 물은 그런 틈바구니로 잘 빠져서 흐르나 봅니다. 그 내려놓은 풍경을 만져 보거나 하는 일이 없습니다. 바람 없는 저녁입니다.
--- “슬픈 이야기” 중에서

저자소개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언제나 우리를 앞질러 나가는 작가.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김해경이다. 화가를 지망하였으나 경성 고등 공업학교 건축과에 입학한다. 수석으로 졸업한 후 19세부터 조선 총독부 내무국 건축과에서 건축 기사로 일했다. 1930년 잡지 『조선』에 장편 소설 「12월 12일」을 연재하며 문단에 등장했다. 1931년 건축 잡지 『조선과 건축』에 일본어로 쓴 시 「이상한 가역반응」 등 20여 편을 발표한다. 이후 직접 다방 <제비>를 운영하며 구인회 구성원이었던 이태준, 김기림, 박태원 등과 교류하며 친목을 쌓았고, 1934년 정식으로 구인회 멤버가 된다. 같은 해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된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삽화가로 참여하는 동시에 「오감도」를 연재했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거센 반발을 받아 연재가 중단되었는데, 그럼에도 문단에서는 새로운 형식적 실험으로서 높이 평가했다. 1936년 변동림과 결혼 후, 요양을 목적으로 홀로 일본으로 건너간다. 이듬해 <불령선인>이라는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 및 구금되었고, 폐결핵을 앓던 그의 병세가 악화된다. 결국 1937년 도쿄 제국 대학 부속 병원에서 27세의 나이로 눈을 감는다.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