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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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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모리미 토미히코 (지은이), 권일영 (옮긴이) 
  • 출판사작가정신 
  • 출판일200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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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대한 아버지의 죽음, 바다보다 깊은 어머니의 사랑,
몰락한 집안의 바보 사형제…… 그러나 주인공은 너구리?!
“우리 몸속엔 주체할 수 없는 바보의 피가 흐릅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모리미 토미히코가 써내려간 폭소와 감동의 가족판타지


한국과 일본 독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이색적이고 유쾌한 청춘판타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모리미 토미히코 신작 『유정천 가족』이 출간됐다. 작가가 데뷔 전부터 구상해두고 언젠가 반드시 완결시키리라 마음먹은 이 3부작 완결의 시리즈 장편은 뭐로든지 자유롭게 둔갑하는 너구리 주연에, 인간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웃음과 감동이 넘치는 즐거운 가족소설이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현실에 발을 딛고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넘나드는 이야기였다면, 『유정천 가족』은 실재하는 거리가 무대이긴 하지만 완전한 별세계를 그린, 작가의 뚝심과 여유작작함이 돋보이는 본격 엔터테인먼트 판타지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위대한 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에 남겨진 가족들이 서로 똘똘 뭉쳐 역경을 헤쳐 나간다는 참한 줄거리를 가진, 겨울을 앞두고 살이 통통 오른 너구리처럼 푹신푹신 푸근한 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다다스 숲에 사는 너구리 명문 시모가모 가문의 삼남 ‘야사부로’다. ‘나’는 혈연에 연연하지 않고 싶지만 왠지 그것을 거부할 수 없는, 그래도 늘 뒹굴뒹굴 놀고만 싶은 ‘보헤미안 너구리’다. 위로는, 책임감은 강하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허둥거리는 못난 큰형, 너무도 소극적이어서 급기야 우물 속 개구리로 둔갑해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 더욱 못난 작은형, 그리고 아래로는 언제나 가족을 불안하게 만드는 심약한 동생이 있다. 도성 안에 명성이 뜨르르한 위대한 너구리였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냄비요리가 되어 저세상으로 가버리자 사형제에게 시련이 닥친다. 견원지간인 작은아버지 집안에서 끊임없이 이들에게 시비를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어머니와 큰형이 그들의 간계에 넘어가 냄비요리가 되기 직전의 상황에 처한다. 못났지만 가족애만큼은 남다른 이 가족은 똘똘 뭉쳐 어머니와 형을 구해내고, 다시 아무 일 없는, 그저 편하게 궁둥이 따뜻한 게 최고인 일상으로 돌아와 오순도순 신나게 살아간다.
너구리가 인간 행세를 하며 살아간다 해도 그럴듯할 것만 같은 고도古都 교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거대한 전철’로, ‘어여쁜 여고생’으로, ‘삭은 대학생’으로 ‘검은 옷의 왕자’ ‘무시무시한 호랑이’로 둔갑하는 너구리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또한 ‘가족의 사랑’과 ‘가족의 힘’이라는 주제가 가져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읽는 이의 마음을 시종 흐뭇하게 만든다.

※유정천(有頂天)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구천 가운데 맨 위에 있는 하늘이란 뜻으로, 풀어 설명하면 형체가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이런 뜻 외에 ‘유정천’에 오른 것처럼 무엇인가에 열중하여 자기 스스로를 잊는 상태,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바보의 피를 타고났다”
――너구리와 텐구와 인간이 지은 뭉실뭉실 ‘교토 원더랜드’

둔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의뭉스럽고 미련한 동물로 인식되거나, 혹은 그러한 사람으로 비유되곤 했던 한국의 너구리. 천 년 묵은 너구리가 사람으로 둔갑해 버젓이 인간의 사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우리 설화에도 나온다. 한편 일본의 너구리는 우리의 너구리보다 ‘사랑스럽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내놓은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전쟁〉의 털북숭이 천진한 너구리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둔갑술을 이용해 인간들을 교란시키며 전투를 벌인다. 그들은 귀여운 외모에 익살스런 행동을 하고 “재밌게 사는 게 최고!”라는 유머 넘치는 인생관까지 지닌 사랑스러운 존재들로 그려진다.
어수룩한 남학생과 순진무구 여학생의 러브코미디 판타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한 모리미 토미히코가 신작 『유정천 가족』에서 가슴이 훈훈해지는 가족애를 그렸다. 그런데 이번 소설의 주역은 너구리다. 몸속에 흐르는 주체할 수 없는 바보의 피 때문에 손해를 보고 매번 위기에 처하지만 그래도 들끓는 이 피의 세례로 늘 즐겁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너구리들이다.
화자는 교토 시모가모 신사 옆 다다스 숲에 사는 명문 시모가모 가의 삼남 야사부로. 그는 너구리계의 걸출한 수장이었던 아버지가 냄비요리로 생을 마감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추적하는 한편, 본인의 소질을 살려 ‘대학생’으로 ‘여고생’으로 ‘오뚝이’로 ‘삼나무’로 시시때때 둔갑하면서 그저 재미만을 좇는 일상을 추구한다.
소설은 아버지가 죽고 난 뒤에 사형제와 어머니가 힘을 합쳐 숙적 에비스가와 가의 도전에 맞서는 줄거리로 꾸며진다. 여기에 또 다른 캐릭터로 마법사와 같은 신묘한 존재 ‘텐구’가 등장하고, 인간이었지만 텐구 수업을 받고 텐구보다 더 텐구다워진 아름다운 악녀 벤텐, 그리고 너구리 냄비요리를 좋아하는 인간들의 집단 ‘금요구락부’가 등장한다.
자의식 과잉의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태양의 탑』으로 데뷔한 모리미는 계속해서 어수룩한 대학생의 일상과 망상을 그리는 노선을 고수해왔는데, 테마는 달라졌지만 이번 소설에서도 역시 모리미 판타지가 펼쳐 보여주는 매력적인 망상의 세계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너구리가 전차로 둔갑해 교토 시내를 휘젓고 다니고 텐구의 ‘안방’은 하늘을 날고, 거기에 탄 너구리들은 인간들의 불놀이를 구경하며 즐거워한다. 모리미는 “주인공이 너구리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지상의 인간, 땅바닥의 너구리, 천상의 텐구가 만든 ‘교토 원더랜드’는 이렇게 지어졌다.

“핏줄은 우리를 얽맨다. 나 같은 보헤미안 너구리 역시 마찬가지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를 아는 영특한 두 너구리 일가의 불꽃 튀는 대결


가족이란?
이에 대한 답이 전부 이 소설 『유정천 가족』에 들어 있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가족의 다양한 모습이 있다.
교토 다다스 숲에 사는 너구리 명문 시모가모 일가와 이 집안의 숙적 에비스가와 일가. 너구리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교토의 너구리가 최고로 유명하다 한다. 역사도 있고 전통도 있고, 능력 또한 뛰어나다 한다. 뭐, 그렇다고 한다. 인간으로 둔갑하고, 인간들과 섞여 생활하는 법을 아는 매우 뛰어난 너구리들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 야사부로는 소설 서두부터 어여쁜 여고생으로 둔갑해 뭇 남성들의 시선을 교란하며 교토 거리를 활보한다. 그리고 어느 상점가 뒤편에 있는 초라한 연립주택에서 생활하는 스승의 집을 방문한다. 하늘을 날고 세상을 호령하고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마법사 텐구 스승이 연립주택 기거라니, 이 무슨 속된 짓인가 하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잠깐 이 스승의 면면을 되짚어보면, 과거에는 ‘뇨이가다케 야쿠시보’로 근방에 이름을 날렸지만, 하늘에서 추락해 허리를 다친 뒤로는 이 퀴퀴한 구석방에서 칩거 중이다. 그는 이곳에서 와인을 홀짝거리며 고요히, 그렇지만 아주 고집스럽게 제자에게 왕짜증을 부리며 살아가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위대한 너구리의 총칭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아버지에 비해 아들들은 너무도 그릇이 작다. 장남은 아버지의 뒤를 이으려는 의욕은 강하지만 위기에 처할 때마다 꼬리를 감추고 내뺀다. 차남은 상냥하고 박식하나, 그 상냥함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아버지가 죽고 난 뒤 개구리로 둔갑해 우물 밑바닥에 처박혀버렸다. 그리고 동생인 사남은 아직 어려서 둔갑조차 서툰 어린 아이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 숙적들이 끊임없이 이들을 못살게 군다. 게다가 ‘금요구락부’라는 인간들의 모임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송년회 냄비요리에 넣을 너구리를 구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어머니와 큰형이 결국 숙부에게 붙들려 냄비에 들어갈 운명에 처한 일촉즉발의 상황, 모두가 조마조마해하던 바로 그때,
시험받은 것은 가족의 ‘정’이었다.
남은 못난이 형제들은 형과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뭉친다. 또 못된 쌍둥이 오빠들과 악한 아버지를 둔 에비스가와 가의 외동딸 가이세이는 고민 고민 끝에 아버지와 오빠들을 고발한다. 이는 아버지를 죽이는 일이었으나, 동시에 아버지를 살리는 일이기도 했다. 이 모습 또한 가족애다. 가이세이는 악행을 반복하는 가족을 구하고, 가문의 정의를 되찾기 위해 읍소한다.
위대한 아버지의 위광에 눌려 부담과 열등감을 가지고 살았던 형제지만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힘의 근저에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 그리고 가족애가 있었다. 그래서 싸울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서로 돕고 의지하며 가까이에서 살을 부비고 사는 시모가모 일가도, 권력 쟁취를 위해 악행을 저지르긴 해도 가족끼리 악착같이 뭉치는 에비스가와 일가도, 모두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게 결속한다.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또는 아버지의 야망과 출세를 위해――. 그리고 두 가족은 나름대로 모두 행복하다. 어느 쪽이 더 좋은 가족의 모습인지, 더 부러운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
가족의 결속력이 약하기 때문에 사회가 각박해지고 더 허약해지고 있다. 좋아도 나빠도 단단하게 뭉쳐 살아가는 너구리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가족의 참의미를 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교조적인 해석보다는, 가족을 사랑하고 형제자매를 믿고 유쾌하게 살아가면 세상은 한없이 밝고 부드러운 곳이라고 말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가족은 ‘좋은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모리미만의 개성이자 특기가 총집산한 이 작품에 이어지는 새로이 시작되는 두 번째 이야기는 현재 《파피루스》지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다.

등장인물 소개


* 시모가모 야사부로(주인공)
시모가모 가 삼남. 재미있게 사는 일 외에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 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 갖가지 재미를 좇으며 살아간다.――“나는 이른바 너구리지만, 일개 너구리임을 부끄러이 여기며 텐구를 아득하게 동경하고, 인간 흉내도 무척 좋아한다. 따라서 내 일상은 눈이 팽팽 돌 지경이라 따분할 틈이 없다.”

* 시모가모 야이치로
시모가모 가 장남. 너구리계에서 정치적 책모에 여념이 없다. 강직하지만, 중대 국면에 약하다. 시모가모 가를 일으키기 위한 그의 시도는 변변치 못한 동생들 때문에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이게 무슨 팔자란 말이냐! 왜 내 동생들은 이렇게 쓸모가 없는 녀석들뿐이지!”

* 시모가모 야지로
시모가모 가 차남. 아버지 죽음을 계기로 너구리계의 모든 바람을 저버리고 개구리가 되어서 우물에 칩거 중이다.――“만약 내가 형 입장이라면 개구리가 되어 우물 속에 처박힐 거야.”

* 시모가모 야시로
시모가모 가 막내. 변신이 너무 서툴러서 언제나 고스란히 꼬리를 드러내고 난다.――“야시로, 넌 일단 어서 자라라.”

* 어머니
너구리 사형제의 어머니. 뜨겁게 불타는 모성애를 가졌다. 자신의 아이들이 모두 훌륭한 너구리라는 근거 없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너희들은 모두 훌륭한 너구리야. 이 어미는 그걸 안다.”

* 아버지(시모가모 소이치로)
오랜 세월 너구리계의 수장이었던 훌륭한 아버지. 수 년 전, 금요구락부에 의해서 냄비요리가 되면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진다.――“바보의 피를 타고난 팔자이기 때문이다.”

* 아카다마 선생(텐구)
뇨이가다케 일대를 세력권으로 하는 텐구였지만, 구라마 텐구들에게 밀려 허름한 연립주택에서 칩거 중이다. 자신을 배신한 애제자, 벤텐을 향한 메아리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면서 주위의 빈축을 산다. 텐구의 재능 대부분을 잃었지만, 텐구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것을 업신여기며 두루 침을 뱉는다.――“바보냐? 너구리가 훌륭해져서 어쩌려고.”

* 벤텐(스즈키 사토미)
아카다마 선생의 훈도를 받아 텐구로 가는 계단을 달려 오른 뒤 스승을 차버린 배은망덕한 미녀. ‘금요구락부’의 회원이자, 아버지를 먹은 원수이기도 하다. ――“난 맛없는데.” “상관없어. 먹고 싶을 만큼 좋아하니까.”

* 가이세이
시모가모 가의 숙적 에비스가와 가의 막내딸. 원래는 주인공 야사부로의 약혼녀였는데, 소이치로 사후 파혼했다. 입이 거칠어 언제나 욕을 입에 달고 산다. 야사부로 앞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고 숨어서 날리는 언어폭력으로 야사부로를 괴롭힌다. “기어오르지 마, 이 바보 맹추야!”

* 에비스가와 소운
시모가모 가와 대립하는 에비스가와 가의 우두머리. 원래는 시모가모 소이치로의 남동생, 즉 야사부로 형제들의 숙부다. 가짜 덴키브란 공장을 운영하면서 형을 대신해 너구리 세상의 수장으로 올라서려 한다. “잘 가거라, 야이치로. 얌전히 냄비요리가 돼.”

* 금각과 은각
시모가모 가의 원수 에비스가와 가의 쌍둥이 형제. 가이세이의 오빠들. 교토에 명성이 파다한 멍청이들이다. 사자성어를 너무너무 좋아해 늘 맞지도 않는 사자성어를 얼토당토않게 날린다. 엉덩이를 물리면 바로 꼬리를 내린다. “우린 말이야, 쇠팬티를 입어서 걱정 없어. 어때, 이 빈틈없는 계획! 천재적이지!”

저자소개

1979년 일본 나라현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 생물기능과학과에서 응용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농학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원생이었던 2003년, 소설 『태양의 탑』으로 제15회 일본판타지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그 후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으며 특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제20회 야마모토 슈고로상과 일본 서점대상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 '교토의 천재 작가'라는 별칭을 얻었다. 등단 이후 도서관 사서로 재직하며 집필 활동을 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전업 소설가다. 『펭귄 하이웨이』, 『야행』 등을 출간하며 꾸준히 이목을 끌어온 그는 21세기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목차

1장 노료유카의 여신
2장 어머니와 천둥신
3장 다이몬지 납량선 전투
4장 금요구락부
5장 아버지가 떠나던 날
6장 에비스가와 소운의 암약
7장 유정천 가족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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