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남희영 (지은이)
- 출판사니케북스
- 출판일2017-11-10
- 등록일2020-03-24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1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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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7년 오늘, 디지털 시대,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라디오를 켜고 주파수를 맞춘다. 분주한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킨 뒤 집안일을 잠시만 뒤로 미루어두고 차 한 잔을 앞에 놓은 가정주부. 정신없는 오전 업무를 마치고 간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종이컵에 든 믹스커피 한 잔을 홀짝거리는 사무실의 직장인들. 아침 일찍 등교했다가 학원까지 모두 마치고 늦은 밤에야 제 방에 들어와서도 다시 책상 앞에 앉아야만 하는 아이들. 그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시그널을 찾아 잠시 귀를 기울인다.
그곳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바깥세상과 달리, 늘 한결같아 보이는 아날로그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경쟁자이기만 했던 친구들이,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었던 이웃들이, 험악한 뉴스의 주인공들이, 어느새 나와 다르지 않은 사연들의 주인공이 되어 있기도 하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노란 백열등처럼 라디오 속 이야기들, 사람들, 노래들은 혼자일수록 희미하게 그러나 더욱 따뜻하게 빛을 낸다.
천천히 다이얼을 돌려 나만의 시그널을 찾는 그 일은, 어쩌면 먼 곳에 있어서 오히려 가까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어떤 이를 가만히 더듬어 찾는 일일지도 모른다. 여기, 한밤의 라디오 속 사연과도 같은 여덟 편의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들은 깊은 밤, 오히려 홀로인 우리가 세상에 지친 서로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위로의 조각들이다.
깊은 밤, 결국 혼자인 우리가,
낯모르는 서로에게 기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남희영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지금-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매일같이 크고 작은 상처들을 겪어내며 2017년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성실한 가장과, 가정주부와, 학생들과, 청년들과, 연인들과, 부부들이다.
_돈깨나 있는 아버지와 치맛바람 날리는 엄마 아래서 부족한 것 없이 자라, 이제는 어느새 열여섯 딸아이를 둔 대기업의 임직원이 된 중년의 남자. 곧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 아직 철없는 딸아이 뒷바라지할 일이 한창인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언제 실직할지도 모르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_「Stay Gold」
_이제 열다섯, 아직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게 더 좋고, 햄버거와 라면이 제일 맛있다. 그런데 덜컥 아이가 생겼고, 오히려 너무 어린 탓에 아이를 없애지도 못했다. 그렇게 갑자기 엄마가 되어버린 지금. 아직 이름조차 지어주지 못한 아기. 아기를 사랑한다, 아기가 아플까봐 걱정된다, 아기를 사랑한다, 아기가 죽을까봐 걱정된다…… 매일같이 쓰는 일기장에는 극단의 문장들로 가득 채워진다.
_「Fire and Rain」
_아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어느새 익숙지 않다. 아이의 이름으로 대신해 부르기를 몇 년. 아내 덕에 큰 성공을 맛보았고 그러면서 어느새 서로에게 무뎌지고 소홀해졌다. 이혼을 하고도 얼마가 지났는데, 오늘 몇 년 만에 아내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날 밤, 깊은 밤 아내는 밤새도록 어디를 그렇게 쏘다닌 걸까. 그날 밤 아내의 행적을 뒤쫓은 오늘에야, 아내가 그렇게 죽어버린 지금에야, 아내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다. _「사랑에 빠지고 싶다」
_대구에서는 천재 소리 들으며 자라 남들 모두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들어왔다. 1년을 어찌어찌 버티고 군대까지 제대했는데, 학교로 돌아갈 자신이 없다. 복학 때문에 방을 알아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공부는 물론이고 집안이고 뭐고 꿀리는 거 없는 서울 아이들 사이에서 견디기가 힘들다고 어디 가서 말할 수도 없다. 팔자 좋은 소리라고들 하겠지만, 죽기보다 싫다. 학교로, 서울로 돌아갈 수 있을까. _「Wave」
_8년 만에 일터로 돌아왔다. 자부심까지는 아니어도 매일같이 라디오를 들으며 일할 수 있는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좋아했다.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들이 있어 힘들어도 힘든 줄을 몰랐다. 그런데 어이없는 누명을 쓰고 8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했다. 그사이 아들은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고, 제대로 뒷바라지해주지도 못한 딸아이도 장학금을 받으며 체대에 들어갔다. 고마운 일이지만 여전히 불쑥불쑥 울컥거리는 마음은 달래지지가 않는다. _「The first Time」
_첫사랑에 실패했지만, 뒤늦게 지금의 남편을 만나 화려하진 않아도 평범하게, 남부럽지 않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말기암이라 한다. 딱히 그리웠던 적도 없는데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 고맙게도 남편이 허락해주었다. 게다가 직접 그 사람을 찾아주었다. 지금 그 사람을 만나러 간다. _「Goodbye to Love」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나는 사랑하는 아내를 꼭 껴안는다. 숨을 크게 쉰다.
아내의 숨, 아내의 목소리, 아내의 냄새, 아내의 모든 것에서 향긋한 온기가 느껴진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MIDNIGHT RADIO』 속 주인공들은, 모두들 크고 작은 상처들을 가지고 있다. 곧 실직할지도 모르는 가장, 철없는 열다섯 싱글맘 소년소녀, 고향을 떠나 낯선 서울이 두렵기만 한 청년,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8년이나 복역을 하고 나온 중년의 택시기사, 평탄하고 굴곡 없는 삶을 살다가 갑자기 말기암 진단을 받은 중년의 아내와 그 남편……
마냥 타인의 일일 수만은 없는 사연들과 그들의 상처들. 이들은 이 상처를 어떻게 극복해나갈까. 담담하게, 심야 라디오의 사연처럼 소개된 이 이야기들은, 그리고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꼭 그렇게, 역시 라디오 속 우리들처럼 다시 담담하게 상처를 받아들인다. 언제 실직할지 모르는 나에게는 아직 거두어야 할 철없지만 착한 딸아이가 있고, 제 삶조차 어쩌지 못하는 열다섯 싱글맘에게는 같은 상처를 겪고 건강하게 일어나는 싱글대디 친구가 있다.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이 두렵기만 한 대학생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고, 미래가 있고, 이 사실을 가르쳐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나온 택시기사에게는 이제 어엿한 법학도가 되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줄 아는 아들이 있고, 말기암 진단을 받은 중년의 부인에게는 그녀의 첫사랑마저도 지켜주고자 하는 든든한 남편이 있다.
작가는 섣불리 희망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부풀려진 희망과 과장된 응원 대신, 작가는 담담히 우리의 이야기를 그려 보이고, 들려주고, 또한 함께 듣는다.
깊은 밤, 라디오의 시그널을 통해 멀리 있는 모르는 이의 사연을 듣고 가만히 응원하는 우리들처럼. 가만히 그들에게 사연을 이야기하는 우리들처럼.
얼굴을 마주 보고 긴 수다를 떨지 않아도, 아니, 그럴 수도 없는 우리들에게, 가만히 귀를 내어주는 시간. 라디오를 듣는 시간. 『MIDNIGHT RADIO』 속 이야기를 읽는 시간은 아마 그런 시간이 될 것이다. 당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저자소개
2002년부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컬트동화》 《순정동화》 《키요미즈 무대에서》 《만능해결사 나비》 《미드나이트 라디오》 등을 썼습니다.목차
Stay Gold _Stevie Wonder · 9
Fire and Rain _James Taylor · 39
Mr. Radio _E.L.O · 61
You needed me _Anne Murray · 89
사랑에 빠지고 싶다 _김조한 · 121
Wave _Antonio Carlos Jobim · 151
The first time _Surface · 177
Goodbye to Love _Carpenters ·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