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정재영
- 출판사한솜미디어
- 출판일2015-03-24
- 등록일2020-07-01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0 K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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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름다운 것들.... 누구나 겪어온 어린 시절, 기억하고 싶은 그러나 아픈 추억이 있고 기억하고 싶지 않는 추억도 있으리라. 그 시절 그 순애보적인 사랑과 풋풋한 삶이 살아숨쉬는 소설이다. 정재영 소설은 우선 재미가 있다. 그의 소설은 인간의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의 작품 곳곳에 숨에 있는 낭만과 사랑 그리고 사소한 사건의 편린들을 휴머니즘으로 승화시켰다. 책속으로... “정 부장님 시외전화예요.” “시외전화? 나한테?” “강원도 횡성군청이래요. 당발이 박 계장이라면 안대나요. 그 사람 되게 웃겨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상황 설명을 다 하는 거 있죠. 하도 빨빨거리고 다녀서 마당발이라나요. 나 원 참. 아침부터 썰렁해지네 이거.” 요즘 들어 부쩍 썰렁이라는 어휘를 말끝에 늘 달고 다니는 행정실 김 양이 은근히 빕더서며 능갈쳐댔다. “전화 바꿨습니다.” “나 당발이 박문호다. 니 개똥쇠 진영이 맞제. 야! 인간아, 니 고향과 무슨 철천지원수라도 졌냐 응? 어떻게 생겨먹은 화상이 그리 무심하냐. 도대체 니 고향에 댕겨간 지 언제고 응?” “문호 니 여전하구만. 삼십 년도 훨씬 넘었는데 내 별명은 여전히 꿰구 있구먼. 그거 이제 잊어버릴 때도 된 거 같구만. 야, 이거 얼마 만이냐 문호야. 한 삼십 년 됐냐. 우리 서로 못 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가물가물하구나.” ‘개똥쇠!’ 참으로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내 어릴 적 별명이다. 남들은 어릴 적 별명을 떠올리면 고향 생각이 나고 동심이 떠올려지고 어쩌구 한다지만, 나는 삼십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개똥쇠의 개똥자만 나와도 열이 뻗치며 치욕스러움에 똥 먹은 얼굴이 됐다. “이 인간아, 삼십 년이 뭐냐 삼십 년이. 우리 초등학교 졸업한 지 삼십오 년째야. 삼십- 오-년.” “벌써 그리됐냐? 삼십오 년이나 됐어? 초등학교 졸업한 지. 참 빠르다 그치, 세월이 말야. 그건 그렇고 니는 요즘 어떻게 지내냐. 옛날부터 원체 빨빨거려대던 스타일이었으니 오죽 잘 할까마는.” “야, 말두 마라. 내 옛날 성질 지금은 다 죽었다. 구조조정인지 지랄인지 때문에 요즘 정말 죽을 맛이다. 애새끼들 공부만 아니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사표 내고 내뛰고 싶은데 먹고사는 게 뭔지 그러지도 못하고 빌붙어 있자니 오죽 하겠냐. 군청 200명 직원 중에 내가 열 번째 왕 고참이야. 나이가 말야. 큰 아들 대학이나 졸업하고 짤려야 할 텐데 말야.” “짜식 죽는 소리 그만 해. 그래도 느들은 철밥통 아냐.” “객쩍은 노가린 그만 까라 이 화상아. 그러나 저러나 진영이 니는 교감 다 돼 가제. 신문 보니 노털들 다 나가고 나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교감 하십쇼 하겠던데 안 그러냐?” “그런 소리 하덜 말어. 교감 승진이 누구 말마따나 고스톱 쳐서 되는 줄 아냐? 야 승진 얘기만 해도 나 밥맛없다. 나 교포 되기로 했다. 마음 비웠어, 길고 오래 살기로. 니 교포가 뭔 줄이나 아냐? 교감 승진포기 선생이란 뜻이야. 그래도 교직사회에선 교포가 가장 끗발이 쎄단다. 일단 교포로 맘 굳히면 세상 겁나는 게 없어.” “어쭈 군량골 꽁생원이 인천 가 짠물 좀 먹었다고 이거 막가파 다 됐네. 야, 그래도 니는 우리 수하 초등학교 25회 호프인데 막가면 되겠냐. 니 신춘문옌지 뭔지 당선돼서 소설가 됐다고 했을 때, 우리 초등학교 동기들이 얼매나 모가지에 힘주고 으시댔는 줄 아니 임마. 그때 우리 초등학교 교문에 우리 동창들이 니 당선 된 거 축하한다고 현수막까지 걸고 니를 기다렸는데 니는 코빼기도 안 비치고. 그때 우리가 얼매나 실망 한 줄 아냐? 좁쌀 동창 몇 놈은 니 욕을 얼마나 한 줄 아니? 시건방진 녀석이라고. [생략] - [어떤 해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