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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에 능숙해지기 : 구자인혜 산문집 (커버이미지)
북레일
낯선 것에 능숙해지기 : 구자인혜 산문집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구자인혜 외 
  • 출판사청어 
  • 출판일2015-08-03 
보유 1, 대출 0,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책소개

‘작가의 말’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지금은 잠실로 이사를 갔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모교인 정신여고가 종로5가 연건동에 있었다. 가랑머리 꼭꼭 다잡아 땋고 빳빳한 흰 칼라의 교복을 입은 우리는 옛 건축물인 교사에서 공부했다. 2학년 때 90주년 기념식을 했으니 교사는 거의 1세기를 버텨온 셈이었다. 오래된 목조건물이라 청소 시간에는 교실 바닥을 왁스로 걸레질하며 윤을 냈다.

소운동장에는 오래된 회양목 그늘 밑으로 벤치가 있었다. 청소를 끝낸 우리는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칙이 엄해 조신한 몸가짐을 종용받았지만 그 시간만큼은 마음껏 큰소리로 말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그땐 정말 낙엽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우스웠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 보면 서쪽 하늘이 홍조를 띤 금빛으로 물들어갔고, 노을은 천천히 도심의 건물로 스며들었다. 친구들과 나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색창연한 목조건물로 금빛 노을이 조금씩 내려앉는 모습을 숨을 죽이고 쳐다보았다. 그 모습은 너무나 장엄했다. 순간 가슴이 비어오고 아련해졌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의 무게가 쌓일수록 아름다움이 깊어지는 목조건물의 품격이 느껴졌다.



나는 오늘도 문학이라는 집을 짓는다. 벽돌을 한장 한장 쌓는다. 내가 지은 집이 다른 작가들의 집처럼 화려하고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반듯함이 있는 집이라 믿는다. 모나지 않게 사람들과 너울너울 살아낸 흔적이 구석구석 배어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있다면 ‘작가 구자인혜’ 라는 집이 살아갈수록 연륜과 품격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특별한 서사 구조는 아니어도 문장에 진솔함이 담겨있는, 파격과 변칙은 없어도 평범함 속에 개성이 느껴지는, 행간에 시간의 깊이가 스며 있는, 여고시절 보았던 목조건물을 닮은 그런 집을 짓고 가꾸고 싶다.

저자소개

지은이 구자인혜는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전자공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였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창작전문가 과정을 수료하였다.

2000년 〈한국수필〉로 등단, 2008년「어머니의 정원」으로 ‘동서커피문학상’ 소설 부문 금상을 수상, 〈월간문학〉으로 등단하였다.



목차

작가의 말 : 내게 문학이란<br /><br /><br /><br />제1부 삼월<br /><br />제2부 백일홍<br /><br />제3부 수국<br /><br />제4부 경계에 서다<br /><br />제5부 왕가<br /><br />제6부 섬<br /><br />제7부 낯선 것에 능숙해지기<br /><br /><br /><br />서평 : 비움과 채움의 바리에이션(variation)_문광영<br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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